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저자는 몇년 전부터 만나 수다떠는 동네 친구들과 ‘얕은 지식’이라는 세미나 형식의 모임을 만들었다. 패션 디자이너, 전직 목수, 요리사 등 여러 종류의 직업을 가진 친구들과 수박 겉 핥기식 지식을 나누는 것으로 모임 내용을 SNS를 통해 공유하다보니 모임이 더욱 알려지고 참여자가 많아지는 모양이다. 이 책의 내용이 얕은 지식 모임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그런 모임이 있다고 알려줄 뿐이지만, 책의 내용은 잘 분류된 얕고 넓은 지식의 목록같기도 하다. 목록이 아닌건 짬짬히 저자의 생각이 추임새를 넣는 점이다.


또한 카쉐어링 개념의 삶을 실천하는 저자의 흥미로운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별명이 발레파커인데, 그 이유는 동네 사는 두 친구의 차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고 대신 주차 서비스를 해주고 가끔 기름을 넣는다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게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주택의 원룸 등인 곳이 많을텐데, 이러한 싱글족들의 거주지는 대개 주차가 어렵기 마련이어서 차를 소유하기에 부담이 될 것이다. 여러 명이 차 하나를 공유하면 좋겠으나, 여러가지 소유, 관리, 유지 등 공유에 따른 복잡한 문제 때문에 공식적으로 공유하기는 어렵겠으나, 이렇게 주차의 달인이라는 재능 기부를 이용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재기가 흥미로왔다.


이렇게 새로운 방식의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예로, 동교동의 어쩌다 가계 이야기도 있다.  ‘2층 주택이었던 곳을 개조해 미용실, 책방, 신발 가게, 카페, 위스키 바, 케이크집, 공방 등의 가게가 공간을 깨알같이 나눠 쓰고 있다.’는 것이다. 홍대 앞의 야간 음식점은 낮동안 옷가게이었던 곳이 문을 닫고 나면 변신하여 밤동안에만 문을 연다.


주제에 관련된 많은 일화들을 간략하게 끌어와 하나의 짧은 글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카피라이터 답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주제와 연결되어 있는 필요한 내용만을 끌어쓰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모아 생각을 만들어내는 재창조의 달인이라 할 수도 있겠다. 아래위옆에 경첩이 있어 공간을 무한히 가변적으로 만들어주는 들장지문,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알려주는 티셔츠를 책처럼 세워서 정리하는 방법, 게이라는 소문에 대해, 게이 친구들이 불편할까봐 확답을 피하는 조지 클루니, 647층짜리 빌딩에 50만명이 모여사는 배명훈 소설의 <타워>라는 소설의 배경, 세계 최고 높이의 분수라는 성산대교 옆분수에서 뻗어대는 거대한 물줄기가 주는 후진스럽고  개발도상스러운 발상과, 600년 도시를 하루가 다르게 갈아엎는 이 기억상실의 도시에서 서울에 대형 매스를 들이대지 않겠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인터뷰하던 박원순시장의 이야기들이 이야기된다. 때로 가볍지만은 않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점들도 날카롭게 제기한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는 마지막에 감동을 강요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감동은 만드는 게 아니라 관객 안에 차오르는 것이다. 무언가가 차오르려면 어딘가는 비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쉬운 게 있다면, 모든 일화에 대해 깊이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떤 이야기이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면성이 보이기 마련이다. 굳이 좋은점 나쁜점을 따지자면, 좋은 점 뒤에 숨겨진 나쁜점들이 있을 것이라는 거다. 주제에 필요한 부분만 영리하게 가져다가 나열하는 식이 가벼운 글을 원하는 독자들의 즉각적인 흥미는 만족시켜 주겠지만, 읽은 후 무엇이 얼마나 기억될 지는 의문스럽다.  


출간일을 고려해보지 않는다면, 내용면에서도 닳고 닳은 멍때리기 대회 얘기에서부터 새로울 것이 없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다행히 내게는 아주 흥미로운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라는 게임과 몇몇 책들과 영화에 대한 소개가 많아 메모해두었다. 누가 아 이거 재밌게 읽었어 하면 그런가부다 하지만, 이거 소재가 이런 거야 라고 말하면 소재 자체가 흥미로와 덩달아서 읽고 보고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배명훈의 타워도,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도 영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한줄 정도의 소개가 오히려 더욱 그 컨텐츠에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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