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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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화에서 현실로 이어가는 사랑이야기.


동화를 읽다보면 마음이 참 순수해진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역시 주인공들이 많은 고난을 겪어도 그의 따듯하고 심성이 고운 마음씨 덕분에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멋진 왕자님과 함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멋진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아이였을 때는 책을 읽을 때마다 이렇게 끝이나는 해피엔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책을 덮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친구처럼 여긴 주인공들이 이제는 힘겹게 살아가지 않는다는 안심 때문인지 그 결말이 좋게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동화처럼 항상 좋은 결말로 끝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기에 이제는 동화의 '예쁜결말'은 그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저 내가 꿈꾸는 환상의 이야기랄까.

유년시절에 봤던 동화가 아이들의 동심을 더 키워주기 위해 각색한 책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동화의 민얼굴을 한꺼풀 떨구어내고 진짜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 것은 그것대로 잔악하고 어두컴컴한 세계를 바라보는 암흑동화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동화를 접할 기회가 적어졌지만 좋은 작품에 한해서는 아직도 동화를 읽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른들의 동화는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진짜 아이들이 읽는 동화 보다는 어른들의 사랑이야기가 들어간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임신중절>은 기존의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와 달리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원고나 문서를 보관하는 일을 맡은 캘리포니아의 도서관 사서와 자신이 쓴 글을 도서관에 맡기려고 찾아간 바이다와의 사랑이야기다. 기존에 출간된 책을 소장하고 대출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쓴 글을 가져와 서가 아무데나 꽂을 수 있고, 이 책의 화자인 '나'는 낮밤 가리지 않고 어느 시간 때나 도서관 회원들을 맞이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다. 마음씨가 고울 뿐 아니라 막무가내인 사람들 역시도 그가 항시 그가 도서관에 상주하면서 그들의 고달프고 애환이 가득한 사연을 들어준다. 그러다 만난 이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바이다 라는 여자다.

순수한 도서관 사서와 아름다운 몸을 가진 여자와의 만남은 곧장 사랑으로 이어졌고 두 사람은 동화처럼 사랑에 빠져들었다. 바이다로 말 할 것 같으면 그녀는 가만 있는데, 그녀만 보면 남자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그녀의 몸매에 남자들의 탐심이 가득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음흉한 시선들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풀어진 미담처럼 그녀를 바라보다가 사고를 당한 남자들이 즐비했고, 그녀는 자신의 몸을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몸을 더 싫어했다.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글을 쓴 바이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은 불쾌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매혹되어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동화는 계속해서 진행되지 않는다.

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프리웨이를 내려다보았는데, 이른 아침의 공항은 마치 우주의 내장 위에 세워진 스피드 있는 중세의 성처럼 보였다. - p.132

 


유쾌하면서도 순수하고, 단막극을 보듯 짧게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의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두 사람의 동화는 깨어진다. 이때부터가 진짜 현실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다.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통해 잉태된 아이를 사산하는 주제는 더 이상 '동화'가 아니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은 순수함으로 끝을 낼 수 없다. 두 사람이 아직까지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상황이기에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한 끝에 아이를 낙태하기로 결정한다. 낙태가 합법적인 곳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건너가 임신중절을 하기로 하고 두 사람이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다. 사랑을 하는 것 만큼이나 그들의 사랑의 결실은 멕시코의 한 병원에서 손 쉽게 사라졌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이내 도서관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 곳에 머무르며 동화처럼 살아가던 그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이처럼 우리에게 동화적 환상의 끝은 결국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산산히 조각난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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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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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적인 추리소설의 묘미.


"이보게 친구, '정점에 도달하려고 추구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감추어져 있게 마련인 본질에 가 닿게 되어 있다네." - p.261


 지금껏 읽었던 추리소설 가운데 프레드 바르가스의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는 사건을 풀어가는 패턴도, 등장인물의 매력이나 읽어가는 호흡 조차도 다르게 숨을 쉰다. 같은 동작, 같은 순서는 아닐지라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는 어느정도 공통 분모가 있어, 귀를 기울이다가 어느새 이야기의 굴곡을 넘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더 깊이 빠져 버리곤 하는데 프레드 바르가스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같은 속도를 내지 않는다. 일정한 속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면서도 우리가 흔히 주인공이라 일컫는 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 비취지 않고 일며 복음서 저자들의 인물로 고루 시선을 던진다. 젊은 역사학자들인 그들은 선사시대 전문가 마티아스와 중세 전문가 마르크, 제 1차대전 전문가인 뤼시앵. 마르크의 외삼촌이자 전직 형사인 방두슬레가 한 몸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우리 집 정원 한 쪽에 어린 너도밤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피아 시메오니디스는 그 나무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남편인 피에르에게 말해도 신경 조차 쓰지 않아 소피아는 건너편에 사는 이웃집 남자들을 유심히 살펴본 후 그들에게 나무밑을 파내어 달라고 말하며 거금의 돈을 건넨다. 며칠 후 그들은 소피아의 부탁대로 나무 밑을 파내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무를 파기 전에 밑에 무엇이 나올까 겁을 먹었기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들의 이웃인 소피아 시메오디니스가 행방불명 되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깊어진다.


갑자기 사라진 소피아, 남편인 피에르는 부인인 소피아의 행방불명에도 조급해 보이지 않고, 아내를 찾으려는 노력 조차 하지 않는다. 소피아가 있었을 때로 그는 그저 무심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소피아 대신 다른 곳에 그녀보다 나이가 어리고 예쁜 정부를 두고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사실을 복음서 저자들에게 밝힌 것은 다름아닌 마르크의 삼촌 방두슬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자신이 조사한 모든 것을 조카를 비롯해 복음서 저자들에게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수사하는 부패한 방두술레의 모습은 소피아의 사건을 더 깊이 빨아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이다.


그러나 어느 한 인물이 대두되기 보다는 사건을 접근해 가는 그들의 방식이 차곡차곡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정돈되어 있다. 급하게 풀어가지 않다보니 너무 천천히 사건이 진행된다는 느낌도 받지만 자신들의 집을 기점으로 서부전선, 동부전선을 이르르며,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그리는 책의 구절이 자주 언급된다. 책에서는 '모비 딕' 대신 '백경'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처럼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여느 인물과 달리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분위기를 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바르가스의 추리소설을 '롱폴'이라고 불린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프랑스 애독자들을 '분위기를 중시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추리소설과 다르게 3주 동안 붙잡고 있었음에도 페이지가 쉬이 넘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기존에 매력적인 주인공들이나 사건의 중심이 아닌 각각의 인물이 갖는 색채적 매력이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고, 꼭꼭 씹고 씹어야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매력이 책 곳곳에 숨어있기에 책을 빨리 넘겨버릴수도 없었다. 지금껏 느낄 수 없는 사건의 전개와 결말을 놓고 보면 이 것이야 말로 정말 현실에서 존재하는 사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리얼하게 다가왔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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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를 위하여 - 작가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말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양진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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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가 쓴 프로이트 평전과 그와 주고 받은 서신들.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저작물을 읽으려고 여러번 시도 했으나 시도하는 족족 실패했다. 정면돌파로 그를 읽을 수 없다면 그를 읽었던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보고자 했으나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관한 이론들을 쉬이 이해 하기란 쉽지 않았다. 직진으로 가나, 우회해서 가나 심리학자 프로이트를 만나는 건 쉽지 않구나 생각하며 여러해 그가 쓴 저작물을 쓰다듬고 바라볼 뿐 그가 주장하는 이론을 깊이 통찰 할 수 없었다. 심리학을 전공했더라면 그의 이론이 조금은 더 쉬웠을까.


<프로이트를 위하여>는 전기 작가로 잘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가 정신 분석학의 대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대해 그에 관한 평전을 썼으며 2부에서는 프로이트와 츠바이크가 1908년에서 1939년까지 서로 주고 받은 서신을 담았다. 츠바이크의 필치야 워낙 명료하다 보니 그의 사상과 그가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썼지만 1부 프로이트 평전 보다는 2부로 담겨진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서신들이 더 재밌게 읽혔다. 프로이트가 나이는 훨씬 더 많지만 젊은 작가와 정신 심리학의 대부인 그와의 편지는 그 어떤 연애편지 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에 관한 연구와 작품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각자 주력한 연구나 작품에 힘을 쏟았다.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서간문을 읽을 때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이쓴 물론 지면의 제약 때문인지 간결하면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간략히 그려져 있는 것도 서간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의 안부 뿐만 아니라 건강, 작품세계, 서로의 지인들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경로이다 보니 두 사람이 어떻게 지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당시 두 사람이 조우 할 때 겪었던 수 많은 일들과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모습이 아버지와 아들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프로이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열린책들에서 나온 프로이트 전집 (전17권)을 읽으면 되는데, 워낙 그의 방대한 양과 더불어 그가 치열하게 연구한 결과다 보니 일반인이 쉬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관심이 있다면 그의 저작물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프로이트가 연구하고 쓴 작품들이야 말로 프로이트를 대변하는 것이기에.


프로이트 평전은 프로이트가 연구하고 집대성한 이론들을 압축하여 간결하게 써 놓았으며, 그가 알고 지냈던 프로이트의 개인적인 면을 보다 객관적으로 담아 쓴 글이기도 하다. 평전을 읽을 때도 다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사상은 조금이나마 이해했을 뿐이다. 특히 관심있게 본 부분은 '성性의 세계'에 관한 부분인데 우리가 어른으로서 갖는 욕망이 사실은 어릴 때도 존재하고 있지만 드러나 있지 않다는 부분과 어린 때 엄마 젖꼭지를 빨 때부터 이미 '욕망'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아버지보다 20살이나 어린 엄마를 좋아하여 아버지와 적대적인 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인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인줄 모르고 그를 죽이고 나서 스핑크스가 낸 문제를 맞춘 후 테베로 가 왕이 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이야기처럼 어린 소년들이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미워하고 엄마를 사랑하는 경향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프로이트가 명명했을 만큼 그의 내밀한 연구들이 많은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츠바이크의 글 만큼이나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많은 사진과 자료들이 그를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각주들이 너무 많아 평전이나 서신들에 대한 각주가 모두 책의 끝에 수록되어 있어 읽을 때마다 찾아봐야 하는 점이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각주가 뒤에 있으면 무시하고 읽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이트를 위하여>는 각주를 무시하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 이보다 더 프로이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밀하면서도 깊은 책이다. 한 번 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두번, 세번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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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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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구원에 관한 이야기.


 요즘은 책을 읽는 것 보다 뉴스를 보는 것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 같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뉴스의 메인 소식으로 전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쏠린다. 뉴스를 다 보고 나면 괜히 마음만 더 무겁고 씁쓸한 마음만 감도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하는 생각이 과연 우리나라에 '정의'와 '법'이 올바르게 세워져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던져지기도 한다. 법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기에 실생활에서 '법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으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가 너무나 멀리 생각하고 있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정치와 법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구보다 평등하고, 공정해야 할 법 앞에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조차도 법이 결코 누구에게나 다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쩌면 뭐든 권력 앞에서 '돈'이 최우선일지도 모르겠다.


유년시절에 접했던 수 많은 위인전에서는 청렴하고, 검소한 정치인이나 대쪽같은 마음을 가진 선비들의 꼿꼿함에 대해 그려져 있어 그 어떤 시대 보다 그들이 이룩한 업적을 쉬이 알 수 있었으나 요즘은 우리가 본받고, 따르고 싶은 인물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머릿 속에 물음표만 한가득 차있는 것 같다. 그때도 지금 처럼 많은 백성들이 청렴하고 강직한 이들을 몰라봤을까?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변호하면서 느꼈던 많은 일들을 담아 쓴 책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TED 강연에서 <우리는 불의에 관해 말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사법 제도의 폐해와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발표해 TED 역사상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겪은 미국의 사법 제도는 민주주의 나라답게 인간에게 누구나 공평한 법 시스템으로 정비 되었다고 하지만 그가 만났던 수 많은 사형수를 보면서 제도의 헛점을 발견하게 되고, 미국 형사 사법 제도의 불공정한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개혁해 낸 인물이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이미 수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왔고, 그것이 미국의 또다른 힘으로 작용되지만 오랜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가 '인종차별'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실제 겪어보지 않아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분명한 이유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분리를 오롯하게 '색'으로 분리하여 차별을 둔 것에 대해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그가 겪어간 사례에 대해 과감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피부색이 다른 것 분만 아니라 백인들이 갖고 있는 우월의식이 흑인을 핍박하고, 그것을 나아가 백인과 흑인이 만나 결혼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함으로서 그들 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혈맹적으로 막아냈다.


아직도 수 많은 법들이 공정하지 못하고 '차별'을 두고 있고, 그것이 권력과 돈 앞에서는 여실히 무너져 있는 것과 더불어 빈곤층, 청소년, 흑인, 장애인 같은 사회의 약자들에게는 더없이 법이 가혹하게 처벌 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형제도에 대해 찬반의 시각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는 있지만 몇 년전부터 한 번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전기의자, 총살, 약물을 주입하여 사형을 집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형수들을 집행하고 있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만난 사형수 중에서 월터는 많은 사형수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겪은 사건과 법 집행에 있어서는 많이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이 실제 그가 그들을 변호하면서 느꼈던 것이고, 사형수 중에서는 일부 죄가 없음에도 사형수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사법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 그는 청소년들에 대한 종신형 선고 폐지를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법에 있어서는 공평하고 생각했던 미국의 사법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하나하나 고쳐나감으로서 빈민층이나 사회 약자들이 받는 고통을 한층 덜어낸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브라이언, 멀리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단다. 가까이 다가가야 해.」 - p.25


세 번째 관행인 <짐크로법>은 합법화된 인종 차별이자 기본권에 대한 탄압이며 미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보여 준다.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관행이며 미국 국민 모두가 인지는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문제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시민권 운동을 통해 거둔 성과를 너무 성급하게 자축했고 그 시대가 입은 피해를 인지하는 데는 너무 느렸다. 인종 차별, 인종적 종속주의, 소외 등이 낳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진실과 화해의 과정에 헌신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렸다. 나는 인종 차별적인 계급제와 짐 크로법이 주위 어른들의 행동 방식과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시대에 태어났으며 그래서 일상적인 굴욕과 모욕이 어떤 식으로 누적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 p.450


나는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그는 내게 가난하고 결백한 바람보다 부유하고 유죄인 사람을 대우하기만 하는 형사 사법 제도를 왜 개혁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률적 도움을 제공하지 않고, 죄의 유무보다 부와 지위를 더 중시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월터의 사건을 통해 나는 두려움과 분노가 정의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두려움과 분노가 하나의 공동체를, 주를, 나라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우리를 맹인으로, 비이성적으로, 위험인물로 만들 수 있음을 배웠다. - p.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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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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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탄탄함이 흐르는 과학소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 같으면서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이나 음식의 재료에 있듯, 문학을 접하는 데 있어서도 선호하는 장르나 작가, 주제가 있는 것 같다. 소설은 가리지 않고 잘 읽는 것 같아 보여도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과학소설은 피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흥미를 갖고 발을 디디고 있는 중이다. 아직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런 종류의 소설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그 유명한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아무리 과학소설을 안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이름만은 들어봤을 정도로 SF소설로  이름을 드높인 작품이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2004년에 행복한책읽기 라는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했다가 올해 엘리에서 개정판으로 새옷을 입고 나왔다. 이름만 무수히 들어봤던 책을 직접 접해보니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적인 탄탄함이 흐르는 과학 소설이었다. 책은 총 8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SF소설로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수상했을 정도로 수상 이력이 화려하다. 특히 11월 말에 개봉될 드니 빌뵈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의 원작 또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이 바로 '네 인생의 이야기'다.  


아직도 과학적인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또다른 세계 혹은 나라, 기계적인 모습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다보니 평소 SF를 접하는 경우는 책이 아니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많은 매체 가운데서도 가장 손 쉽게 접하면서도 작가가 이야기한 세계를 영상화하여 보여주다 보니 훨씬 더 이해하기도 쉬웠고, 세계를 접하는데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이전에 만났던 (만났다고 해도 몇 편 안되지만) 작품과 달리 지적인 상상력은 물론이거니와 문학적인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대거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즐거웠던것 같다.


중단편을 읽을 때 가장 처음 접하는 작품이 가장 임펙트가 높으면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또한 <바빌론의 탑>의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종교에 대해 관심이 없다보니 문학 속에서도 종교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흥미롭게 바라보기 보다는 지루함을 느끼며 봤는데 이 단편은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이 갈망, 인간과 신의 경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바빌론의 탑은 명화에서 보거나 성경을 통해 그 이야기를 조금 들었을 뿐인데도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단편 중 하나였다.


그 밖에도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 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가 있다. 각각의 단편이 주는 재미와 주제, 이야기를 통해 던지는 물음들이 테드 창이 얼마나 다재다능하고 다채롭게 이야기를 쓰는 작가인지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지금껏 접할 수 없는 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었던 분야를 접목하여 테드 창이 만들어 내는 세계를 더 견고히 하면서도 그가 그리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냈다. 단편의 탄탄함이 이정도라면 앞으로 그가 써내려갈 글들이 짧고, 길건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많은 독자들이 엄지를 척 하고 올렸던 그 손을 나도 번쩍!!!^^들며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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