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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평점 :
정의와 구원에 관한 이야기.
요즘은 책을 읽는 것 보다 뉴스를 보는 것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 같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뉴스의 메인 소식으로 전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쏠린다. 뉴스를 다 보고 나면 괜히 마음만 더 무겁고 씁쓸한 마음만 감도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하는 생각이 과연 우리나라에 '정의'와 '법'이 올바르게 세워져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던져지기도 한다. 법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기에 실생활에서 '법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으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가 너무나 멀리 생각하고 있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정치와 법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구보다 평등하고, 공정해야 할 법 앞에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조차도 법이 결코 누구에게나 다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쩌면 뭐든 권력 앞에서 '돈'이 최우선일지도 모르겠다.
유년시절에 접했던 수 많은 위인전에서는 청렴하고, 검소한 정치인이나 대쪽같은 마음을 가진 선비들의 꼿꼿함에 대해 그려져 있어 그 어떤 시대 보다 그들이 이룩한 업적을 쉬이 알 수 있었으나 요즘은 우리가 본받고, 따르고 싶은 인물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머릿 속에 물음표만 한가득 차있는 것 같다. 그때도 지금 처럼 많은 백성들이 청렴하고 강직한 이들을 몰라봤을까?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변호하면서 느꼈던 많은 일들을 담아 쓴 책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TED 강연에서 <우리는 불의에 관해 말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사법 제도의 폐해와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발표해 TED 역사상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겪은 미국의 사법 제도는 민주주의 나라답게 인간에게 누구나 공평한 법 시스템으로 정비 되었다고 하지만 그가 만났던 수 많은 사형수를 보면서 제도의 헛점을 발견하게 되고, 미국 형사 사법 제도의 불공정한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개혁해 낸 인물이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이미 수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왔고, 그것이 미국의 또다른 힘으로 작용되지만 오랜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가 '인종차별'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실제 겪어보지 않아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분명한 이유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분리를 오롯하게 '색'으로 분리하여 차별을 둔 것에 대해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그가 겪어간 사례에 대해 과감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피부색이 다른 것 분만 아니라 백인들이 갖고 있는 우월의식이 흑인을 핍박하고, 그것을 나아가 백인과 흑인이 만나 결혼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함으로서 그들 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혈맹적으로 막아냈다.
아직도 수 많은 법들이 공정하지 못하고 '차별'을 두고 있고, 그것이 권력과 돈 앞에서는 여실히 무너져 있는 것과 더불어 빈곤층, 청소년, 흑인, 장애인 같은 사회의 약자들에게는 더없이 법이 가혹하게 처벌 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형제도에 대해 찬반의 시각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는 있지만 몇 년전부터 한 번도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전기의자, 총살, 약물을 주입하여 사형을 집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형수들을 집행하고 있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만난 사형수 중에서 월터는 많은 사형수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겪은 사건과 법 집행에 있어서는 많이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이 실제 그가 그들을 변호하면서 느꼈던 것이고, 사형수 중에서는 일부 죄가 없음에도 사형수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사법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 그는 청소년들에 대한 종신형 선고 폐지를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법에 있어서는 공평하고 생각했던 미국의 사법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하나하나 고쳐나감으로서 빈민층이나 사회 약자들이 받는 고통을 한층 덜어낸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브라이언, 멀리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단다. 가까이 다가가야 해.」 - p.25
세 번째 관행인 <짐크로법>은 합법화된 인종 차별이자 기본권에 대한 탄압이며 미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보여 준다.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관행이며 미국 국민 모두가 인지는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문제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시민권 운동을 통해 거둔 성과를 너무 성급하게 자축했고 그 시대가 입은 피해를 인지하는 데는 너무 느렸다. 인종 차별, 인종적 종속주의, 소외 등이 낳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진실과 화해의 과정에 헌신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렸다. 나는 인종 차별적인 계급제와 짐 크로법이 주위 어른들의 행동 방식과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시대에 태어났으며 그래서 일상적인 굴욕과 모욕이 어떤 식으로 누적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 p.450
나는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그는 내게 가난하고 결백한 바람보다 부유하고 유죄인 사람을 대우하기만 하는 형사 사법 제도를 왜 개혁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률적 도움을 제공하지 않고, 죄의 유무보다 부와 지위를 더 중시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월터의 사건을 통해 나는 두려움과 분노가 정의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두려움과 분노가 하나의 공동체를, 주를, 나라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우리를 맹인으로, 비이성적으로, 위험인물로 만들 수 있음을 배웠다. - p.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