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지적인 추리소설의 묘미.


"이보게 친구, '정점에 도달하려고 추구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감추어져 있게 마련인 본질에 가 닿게 되어 있다네." - p.261


 지금껏 읽었던 추리소설 가운데 프레드 바르가스의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는 사건을 풀어가는 패턴도, 등장인물의 매력이나 읽어가는 호흡 조차도 다르게 숨을 쉰다. 같은 동작, 같은 순서는 아닐지라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는 어느정도 공통 분모가 있어, 귀를 기울이다가 어느새 이야기의 굴곡을 넘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더 깊이 빠져 버리곤 하는데 프레드 바르가스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같은 속도를 내지 않는다. 일정한 속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면서도 우리가 흔히 주인공이라 일컫는 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 비취지 않고 일며 복음서 저자들의 인물로 고루 시선을 던진다. 젊은 역사학자들인 그들은 선사시대 전문가 마티아스와 중세 전문가 마르크, 제 1차대전 전문가인 뤼시앵. 마르크의 외삼촌이자 전직 형사인 방두슬레가 한 몸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우리 집 정원 한 쪽에 어린 너도밤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피아 시메오니디스는 그 나무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남편인 피에르에게 말해도 신경 조차 쓰지 않아 소피아는 건너편에 사는 이웃집 남자들을 유심히 살펴본 후 그들에게 나무밑을 파내어 달라고 말하며 거금의 돈을 건넨다. 며칠 후 그들은 소피아의 부탁대로 나무 밑을 파내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무를 파기 전에 밑에 무엇이 나올까 겁을 먹었기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들의 이웃인 소피아 시메오디니스가 행방불명 되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깊어진다.


갑자기 사라진 소피아, 남편인 피에르는 부인인 소피아의 행방불명에도 조급해 보이지 않고, 아내를 찾으려는 노력 조차 하지 않는다. 소피아가 있었을 때로 그는 그저 무심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소피아 대신 다른 곳에 그녀보다 나이가 어리고 예쁜 정부를 두고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사실을 복음서 저자들에게 밝힌 것은 다름아닌 마르크의 삼촌 방두슬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자신이 조사한 모든 것을 조카를 비롯해 복음서 저자들에게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수사하는 부패한 방두술레의 모습은 소피아의 사건을 더 깊이 빨아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이다.


그러나 어느 한 인물이 대두되기 보다는 사건을 접근해 가는 그들의 방식이 차곡차곡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정돈되어 있다. 급하게 풀어가지 않다보니 너무 천천히 사건이 진행된다는 느낌도 받지만 자신들의 집을 기점으로 서부전선, 동부전선을 이르르며,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그리는 책의 구절이 자주 언급된다. 책에서는 '모비 딕' 대신 '백경'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처럼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여느 인물과 달리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분위기를 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바르가스의 추리소설을 '롱폴'이라고 불린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프랑스 애독자들을 '분위기를 중시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추리소설과 다르게 3주 동안 붙잡고 있었음에도 페이지가 쉬이 넘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기존에 매력적인 주인공들이나 사건의 중심이 아닌 각각의 인물이 갖는 색채적 매력이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고, 꼭꼭 씹고 씹어야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매력이 책 곳곳에 숨어있기에 책을 빨리 넘겨버릴수도 없었다. 지금껏 느낄 수 없는 사건의 전개와 결말을 놓고 보면 이 것이야 말로 정말 현실에서 존재하는 사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리얼하게 다가왔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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