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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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삶과 내면을 강렬하게 그려내다.


 작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전문학을 꼽으라면 단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꼽는다. 얼마 전에도 '알쓸신잡'에서 무인도에 가져갈 책을 한 권만 꼽으라면, 어떤 책을 가져가겠냐는 물음에 김영하 작가는 <안나 카레니나>를 골랐다. 어떤 출판사의 책을 골라도 기본이 3권이다 보니 무슨 이야기인가 싶지만 실상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는 내용은 단순하다. 부유한 가정 속에서 나이가 조금 많은 남편과 귀여운 아들을 두며 평온한 삶을 살던 안나가 젊은 장교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좋고 장교와의 사랑에만 충실한다. 그러다 두 사람의 불같은 사랑도 식고 안나는 기차역에서 자살하는 내용이 바로 <안나 카레니나>의 핵심적인 이야기다.


이런 짧은 내러티브를 갖고 있음에도 왜 톨스토이는 3권의 긴 분량으로 썼을까 싶지만 그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랑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의 <하우스프라우>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상황을 취하면서도 고전적인 모습이 아닌 현대식의 <안나 카레니나>의 모습을 끌어낸다. 동시에 섹시한 안나의 이야기가 섹시하면서도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관능적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나간다. 분명히 이 소설은 첫 문장으로도 유명한 톨스토이의 명작과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더 깊은 표정과 손짓으로 안나의 마음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허무한 감정과 그토록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나 '불륜소설'임에도 도저히 손을 뗄수 가 없다.


무엇이 그토록 안나의 허기진 마음을 에두르며 그녀의 마음을 채워 나가고, 빠져 나가기를 반복하며 그녀의 삶을 이어져 나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문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진리'에 가까운 말이라 늘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우스프라우>는 그런 안나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고 <보바리 부인>과 <그레이 50가지 그림자>을 섞은 작품이라는 타임지의 평에 동감한다.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면면이 엿 보이지만 작가는 지극히 수동적이면서도 동시에 대담한 안나를 그려냈다. 스위스에서 부유한 남편을 만나 세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주부이지만 독일어와 스위스 말을 하지 못하고, 직접 운전도 할 수 없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야 가만 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장면은 생경하게 느껴진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어김없이 남녀의 정상적인 만남이 아닌 이질적인 관계의 과정을 깊이 관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토록 개미지옥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남자에게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찾아나가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철지난 사랑이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안나가 아니라 여자 안나로서의 마음은 존재하고 있다는 그녀의 마음이 크게 존재하기에 남편이 아닌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찾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주치의인 정신분석가 메설리 박사는 그녀에게 두 언어를 배우고, 가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조언하지만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자신의 발걸음을 옮기고 픈 마음이 없다. 감정에 휘둘리는 그녀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른 이가 말한 해답은 그것이 그녀의 삶에 있어 맞는 충고일 수 있으나, 그것이 그녀에게 큰 약이 될 수 없음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 좋은 충고도 그저 흘러가는 바람일 것이고, 그녀가 품는 그릇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발버둥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켰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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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연대기 클래식 호러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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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소설의 원형과 조우하다.


 더운 여름날, 더위를 한방에 날려주는 영화나 책이 있다면 단연 '공포'를 담은 공포영화나 추리소설일 것이다. 큰 스크린이나 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영상물의 무서운 몸짓이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한껏 긴장하다가 언제 어디서 툭 튀어 나올지 모르는 타이밍 때문인지 될 수 있으면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낯 시간이 아니라면 공포영화는 보지 않고, 대신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로 대신 한다. 눈에 보이는 공포감은 시간이 지나서라도 오싹하게 만드는 반면 글로 읽는 오싹함은 여러번 기억을 복기시키며 상황을 마주 하기 때문에 덜 무섭게 느껴진다. 많은 공포물 중에서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끈적이는 액체와 함께 등장하는 '좀비'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번 영화를 통해 보았고, 외국소설이나 우리나라 소설에서 보여지는 좀비들의 매력에 좀처럼 빠지지 못했다.


<좀비 연대기>는 로버트 어빈 하워드 외 10인의 작가가 쓴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다. 이전에 만났던 좀비 소설과 다르게 고전적인 색채가 묻어나면서도 훨씬 더  예전 원형의 방식이 드러나 옛 고전소설을 만나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고풍스럽다. 많은 작가의 이름 중에서는 잭 런던의 이름이 가장 익숙하게 들려온다. 그 외에 다른 작가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12편의 작품은 다채로운 색채로 좀비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이나 엑스트라로 느꼈던 좀비가 사실 가장 연약하고, 쓸쓸하며 인간의 사악함으로 물들었던 시대의 강하게 생존하지 못했던 이들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런 존재로 좀비를 바라보니 이전보다 더 생생하게 그들의 서늘한 공포가 눈에 들어왔고, 살아있는 존재도 아니고 죽은 존재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모습은 더 그들의 존재를 '악'하게 만들었지만 '공포'가 아닌 처치울 존재로 느껴졌다. 그저 비릿한 냄새와 아귀같이 물어 뜯는 모습에서 그들의 매력을 느낄 수 없었지만 각기 다른 단편을 통해 느껴졌던 좀비는 색다른 존재로 숨결을 이어받고 있었다. 이 책의 첫번째 수록작인 <지옥에서 온 비둘기>는 스티븐 킹이 최고의 찬사를 칭한 것처럼 정말 재밌게 읽힌다.


좀비를 소재로한 많은 영화나 드라마 책을 통해 제법 많이 좀비들을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취향의 좀비들은 요즘 근간에 나온 좀비가 아닌 원형에 가까운 좀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전적인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표지에서 그려진 좀비의 모습과 내지 디자인의 섬세함 때문인지 이전의 좀비는 싹 잊고 아주 오래된 전래 이야기 같은 좀비를 만나 무덥고 습한 여름의 시간을 보냈다. 하나하나의 단편이 주옥같으면서도,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옛 이야기를 인간의 사악함과 그 사악함을 이겨내지 못한 한 인간의 한이 묻어나는 존재가 비로소 좀비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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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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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의 도시, 아바나의 이야기.


 영화 촬영 기법 중에 '핸드헬드' 기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백민석 작가의 <아바나의 시민들>이 꼭 카메라를 손에 쥐고 쿠바의 도시 아바나를 완연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이라는 2인칭을 쓰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가 쓴 글과 사진에서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티비를 통해 봐왔고, 알고 있었던 쿠바의 모습과는 틀려 또다른 생동감을 부여한다. 이전에 알고 있었던 도시의 이미지가 오랫동안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백민석 작가의 <아바나의 시민들>을 읽고 보면서 쿠바의 순수하고 순박한 얼굴과 몸매, 음악의 리듬이 되살아난다. 쿠바를 둘러싼 낙후된 배경과 역사적인 이야기를 듣고나면 사회주의 쿠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말레콘을 걷다보면 바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낯빛을 바꾸는 광경을 보게 된다. 에메랄드 그린이다가 쥐색이다가 흐린 히색이기도 하고, 깊은 코발색이다가도 반짝이는 남색이기도 하고, 무서운 칠흑이 되기도 한다. 말레콘의 바다가 드러내는 다양한 색깔은 당신이 가진 빈약한 단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 p.57


무엇보다 그들 자신이 아바나에서 가장 볼만한 피사체인데. 사진은 휘발될 운명의 추억에 물성을 부여해, 한정된 형태로나마 현실에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당신은 그러니까 그들을 당신의 남은 생애만큼 당신 곁에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궁극적인,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 p.76


 

 

 

표지에 담아 놓은 색감처럼 새빨간 붉음이 그의 글 속에, 사진 속에 녹아져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아바나의 모든 것이 뜨겁고 눈이 부신것처럼. 그의 글을 읽고 있을 무렵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뜨거움이 내려 앉아 강렬한 뜨거움을 안고 책을 읽었다. 헉헉거리는 숨막히는 고열의 뜨거움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 때 읽어서 더 아바나의 태양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쿠바의 모든 것을 알기 보다는 그들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몸짓을 통해 쿠바의 도시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당신'이라는 2인칭 단어가 이렇게 매끈하게 다가올지 몰랐다. 1인칭으로 보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2인칭으로 표현되는 것들이 낯간지럽기도 했고, 때로는 내게 와 닿는 지칭된 표현이 아니기에 어색해 하며 당신이라는 글을 받아들였건만, 백민석 작가의 당신은 오롯하게 말레콘, 아바나, 비에하, 베다도, 아바나만 건너, 카피톨리오 인근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표현 하나하나가 좋아서 자꾸만 여러번 글귀를 반복하며 읽게 된다. 관광지로서의 쿠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천천히 빠르기로 느릿하게 걷는 그의 발걸음이 좋았다. 카메라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며 발걸음을 옮긴 작가의 걸음과 걸으면서 보았던 한 물라토의 멋진 몸을 보고 셧터를 눌렀지만, 이내 놀라 들어간 한 청춘의 몸짓 또한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그곳에 사는 이들의 움직임 보다는 나라의 풍경이, 도시의 건축이 눈에 들어왔다면 이제는 그들이 오랜 역사와 함께 머물고, 생활해 온 공간의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백민석 작가 역시 그런 발걸음으로 글을 썼고, 그 느릿한 걸음이 오붓하게 더해진 책이기에 더 없이 좋았고, 강렬했던 시간들이었다.


아바나에서 끝없이 걷는다는 것은, 당신에게는 아바나에 대한 독서 행위나 마찬가지다. 낱말을 읽듯 집집마다 기웃거리고, 행간을 읽듯 골목마다 헤집고 다니고, 문단을 읽드 지역을 훑는다. 나중에 책 전체의 흐름을 이해는 듯 아바나 전체를 알게 되거나, 알게 되었다고 자신을 속이게 된다. 당신은 글을 쓰는 사람이가리보다는 읽는 사람에 더 가깝다. 읽는 걸 더 좋아하고, 읽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쓰는 건 포기해도 읽는 건 포기할 수 없다.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일단 읽으려 든다. 사람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도시든. 그래서 낯선 도시에 도착해 서점을 만나면 고향처럼 살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비록 당신이 읽을 수 있는 책이 한 권도 없을지라도.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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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는 나에게 -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심리학 수업
하유진 지음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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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도 나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세상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기 이전에는 학교에서 들려주는 선생님들의 말씀과 부모님 말씀만 잘 들으면 평탄한 삶을 살 줄 알았다.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취직을 위해 공부를 하는 우리는 정작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과 부모님이 쳐준 울타리에서 벗어나 '대학생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지 못했다. 그 자유로움이 어색하고, 앞으로 살아갈 방법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왜 그 시간을 허비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우리는 여전히 나도, 나를 잘 모르고 살아간다.

비단 청춘만이 아니라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이들 또한 길이 보여서, 확신에 차서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또래의 아이들이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힘차게 걸음을 나아갈 때 나는 아무런 확신없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미아가 되었을 때, 누군가 이 막막한 현실에 대해 마음을 나누고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우리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나의 마음을 진단해주는 책이 하유진 상담가의 <나를 모르는 나에게>다.  이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다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중요하다. 학교를 다녔을 때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글로 써보라는 숙제들이 많았었고, '만약'과 '하고픈 꿈'을 담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이제 다시 그 종이를 받아 다시 쓴다면 예전만큼 '희망'을 담아 쓸 수 있을까?

책은 총 3부로 이어져있고, 1부에서는 나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가에 질문부터 '나'를 표현하는 이유와 성찰, MBTL로 알아보는 성격 유형과 인생곡선, 현재와 미래를 그리는 것을 각 1교시에서 5교시로 나누어 설명하고 직접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림으로서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2부에서는 나를 위해주는 시간으로 부정적인 단어를 통해 나의 불안감을 체크한다. 생채기에 대해 애쓰는 나를 위해 선물을 하거나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해법을 풀어가는 과정을 갖는 시간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나를 도약하는 시간으로 어떤 말과 든든한 지원군과 글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을 생각하는 공감능력과 내 삶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불안하지 않고 시작하는 힘과 계속하는 힘에 대한 방법을 대처하는 과정의 수업이 담아있다.

시기적으로 내 삶의 한 부분이 이 책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이미 그 시기를 지나왔기에 덜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출판되고 있는 자기계발서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경험담이나 수업을 하면서 저자에게 털어놓았던 많은 학생들의 이야기가 공감이 갔다. 확신에 차서 자신의 삶을 알차게 이끌어가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내가 가야할 길에 고민하는 이들이 많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의 문턱에 갓 들어간 청춘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내가 갖고 있는 성격의 유형이 어디쯤 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지향해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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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말하기 전에 얼마나 깊게 생각했는가, 그 답을 스스로 얼마나 믿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승패는 이 부분에서 갈린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자신에 대해 깊게 알고 스스로를 믿으며 세상에 뛰어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 p.38


사람마다 자신의 속도가 있다. 나는 내 속도를 따른다. 내 속도대로 가면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맡은 역할을 잘 해내면 된다고 믿는다. - p.53


자신에게 가끔 물어봐주자.

"나는 요즘 뭐지? 왜지 나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떠오르는 대답은 당신의 내면 세계에 대해 꽤 많은 설명을 해 줄 것이다. - p.57


"살아봐, 정말 그래. 인생은 여러 사건의 연속이야. 네 말대로 큰 문제 하나 잘 넘기고 나서 좀 쉬워지는 게 인생이라면, 인생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은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펼탄하게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 문제는 계속 생기지. 내 인생도 그랬어. 어려운 일 하나 해결하면 다른 게 생기고, 해결하면 또 생기고 그러더라. 다행히도 인생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아서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슬픈 날이 있으면 기쁜 날도 오더구나. 그래서 인간은 고통 속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기쁨 속에서는 겸손함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 어느 인생이나 굴곡이 있고, 그 굴곡의 시간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단다." - p.100


그런 내 삶에 열매는 없었다. 세상에 열매를 내놓을 만큼 내 안에 무엇이 쌓여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마음에 흡족하도록 완성해놓은 건 하나도 없었다. '나'라는 나무는 줄기도 가지도 모두 가늘고 약했다. 키도 작고, 초록 잎도 거의 없었기에 시원한 그늘도 만들지 못했다. 세월 따라 나이만 먹었지 속은 여리고 부실했다. - p.110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하지 않은 지식은 위험하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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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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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는 첫 발걸음.


내게는 그런 삶이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인생을 얻기 위해 매일매일을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자문했다. 대체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 p.302


가제본을 통해 책을 먼저 읽었을 때는 '레오나'가 만든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추리소설을 읽어봤지만 이토록 무모하고 잔인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보통은 형사와 범인, 이 두 개의 추 가운데 작가의 역량이 한쪽으로 기울며 그들에 관해 왜 범죄를 저질렀고 그럴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지만 제니 롱느뷔가 쓴 <레오나>는 다양한 양상의 주인공을 그려냈다. 어느 날 온몸이 피범벅이 된 한 소녀가 스톡홀롬의 한 은행에 나타나 돈가방을 가져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레오나'의 모습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 사건의 면면을 날카롭게 수사하는 형사의 길을 레오나는 겉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여자사람으로 보여지지만 그녀의 삶 깊숙히 들어가보면 마치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어두운 가면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몸피 만큼이나 큰 자신의 곰인형을 다시 품에 안고 픈 마음과 아빠의 말을 잘 들으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준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올리비아는 그들이 계획한 은행 한가운데로 가 녹음기를 튼다. 그렇게 여러번 아이는 사건의 한복판에 있고, 그 누구도 스톡홀롬에서 벌어진 세 번의 은행 강도 사건 속에서 아이를 구해내지 못한다. <레오나>는 시간의 흐름이 교차하면서 올리비아와 레오나의 삶을 보여준다. 바쁘지만 나름대로 치열하게 사는 워킹맘으로서의 레오나는 일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아웃사이더 같은 면을 보인다. 자신의 남편인 페테르와의 관계 역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으며 두 아이들 역시 엄마인 레오나보다 아빠를 더 따른다. 두 아이만큼은 오롯하게 나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레오나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그녀의 곁에 머무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부모님과 두 오빠 사이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을 셋째 아이인 레오나는 남편 페테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엄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말에 벌벌 떠는 엄마 무심한 오빠들의 시선을 받고 자라왔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눈에 들지 않으면 어두운 지하실에 갖혀 살았던 레오나는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12년 베테랑 형사가 되어도 그녀의 삶에 어둡게 비추고 있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삶을 알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많은 영향이 있는가를 작가는 말하고 있고,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잔혹한 폭력이었는가를 레오나를 통해 잘 드러낸다.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레오나가 안쓰럽게 느껴졌으나 이내 그녀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아내와 엄마, 형사로서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상황으로 발걸음을 옮겨나간다.


그녀만의 속풀이이자 재테크(?)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을 디뎠던 행동은 이내 그녀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만든다. 하나의 상처가 곯아 도무지 손 쓸 수 없는 상처로 전이되는 것처럼 레오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근거와 대안 없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스스로 자신의 목을 죄이며 1권이 끝이난다. 레오나와 올리비아의 삶은 닮아있고, 왜 레오나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가에 대한 근거는 뒤의 이야기를 통해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우선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의 주변에 많은 것들이 산적해 있고, 스스로 자행한 것이기에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제니 롱느뷔는 왜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하는 의문이 작가의 프로필을 읽음으로서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지만 그녀가 그리는 '레오나'의 모습은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첫 시작점이기에 단순히 악질적인 캐릭터라는 인식 보다는 앞으로 펼쳐져간 이야기를 더 면밀하게 읽은 후에 판단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이 무모하고도 황당한 일을 만든 레오나의 일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근거가 탄탄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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