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리프레시 -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되찾은 사티아 나델라의 위대한 도전
사티아 나델라 지음, 최윤희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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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로 시작!


 애플하면 스티브 잡스가 생각나듯 마이크로소프트 하면 저절로 빌 게이츠가 떠오른다. 지금은 애플이 강세이지만 빌 게이츠가 CEO로 있었을 때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IT업계에 종사하지 않아도, 제 아무리 컴맹이어도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마이크로소트도 1대 최고 경영자였던 빌 게이츠를 지나 2대 스티브 발머가 지냈고, 3대 경영자로 사티아 나델라가 그 자리를 역임했다. 그가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의 역량이 얼마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산이었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너무나 비대해지고,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성장을 멈추게 되었다. 우뚝 섰던 그 자리에는 이미 그들을 위협하는 많은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사티아 나델라는 그런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혁신하여 발돋움하기 위해 다시 재편하기에 앞서고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불확실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열정적이고 씩씩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 P.69


<히트 리프레시>는 그의 도전과 함께 마치 그의 자서전처럼 자신이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사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알아도 빌 게이츠를 넘어 최고 경영자가 바뀌었는지 알지 못했다.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은 있지만 업계를 주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것은 사과의 로고를 갖고 있는 애플이다. 승승장구했던 회사가 점점 성장하는 폭이 작아지고, 업계에서 스포트라이트의 자리로 밀려나고, 조직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면서 그는 다시금 그들의 조직에 채찍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유하고 어진 부모님을 만나 승승장구하던 그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감을 하게 된 계기는 그의 아들 자인이 태어나고 나서 부터였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어릴적 친구이자 연인인 아누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임신 과정에서 그의 아들인 자인이 예정일보다 훨씬 더 빨리 나오게 된다. 아이가 숨을 쉬지 않게 되고, 급기야 나중에는 자인이 뇌성마비인 것을 알게 된 그는 충격을 받았다.


매일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본다면 공감하는 리더가 절대 되지 못한다. 공감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으로 나가 현실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의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 - P.74~75


엘리트로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삶에 가장 큰 아픔이었지만 그는 자인을 키우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감에 대해 배우게 되고, 그것을 그가 개발하는 미래의 IT기술로 접목시켜 나간다. 하나의 우수한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바꾸게 될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는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의 구성원들과 열심히 노력하며 변화를 일으키려고 한다. 거대한 기업일수록 위기에 빠졌을 때, 몸피를 바꾸기 쉽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크리켓을 하면서 얻었던 정신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티브는 남의 지배를 받지 않는 사람이 되라며 내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다시 말해 빌 게이츠든 다른 누구든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지 말라는 의미였다. "대담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게." - P.108


컴퓨터에 관계된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 분야에 대해 워낙 문외한이라 쉽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가 경영자 자리를 수락하고 앉게 되면서 전임자였던 스티브 발머가 그에게 했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오랫동안 직원으로서 한 부서의 장으로서 일했던 그들이 최고의 자리에 앉고, 다시 그것을 물려주면서 그들이 서로에게 안부와 당부의 말을 건네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동시에 그들의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과정 속에서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더의 조건이자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중심의 생각과 함께 어떻게 기업을 이끌고,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지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앞부분에서 CEO의 'C'가 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를 나타낸다고 썼다. 결국 문화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 들어간다. 문화는 매일 수많은 사람이 내리는 수백만 가지 결정의 집합체다. 문화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개인적 사명을 해내도록 돕는 것과 관련 있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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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결과로 말한다 - 어떤 조직에서도 성과를 내는 현장지휘관의 영업 시스템
유장준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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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살아있는 영업의 노하우!


 우리가 이름만들어도 알만한 이들의 인터뷰를 듣다보면, 그들이 왜 성공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될 때가 있다. '하나만 더' 라고 외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자기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가수를 볼 때면 절로 탄성이 나오기도 한다. 남들보다 더 부지런하고, 근면한 동시에 자신의 재능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닦아 왔기에 더 큰 성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뜨끔해질 때가 있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글로벌기업과 스타트업계에서 현장책임자로 몸담아있던 저자 유장준 소장의 이야기가 세밀하게 담겨져 있다.

피가 흐르지 않는 사람은 죽는다. 마찬가지로 매출(돈)이 흐르지 않는 기업은 망한다. 영업은 기업의 최전선인 동시에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영업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영업 시스템에 의해 좌우된다. - p.7


예전에는 자기계발서나 경제, 경영서가 거의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즐겨 읽지를 않았다. 문학과 달리 와 닿는 부분이 적었고 실질적으로 삶에 대입하지 못하다보니 책장 한켠에 몇 권의 책만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기업이 아닌 곳에서 조차도 '영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고 보니 <영엉은 결과로 말한다>가 얼마나 직접적인 답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선을 다해 고객을 응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깊이 있게 고객을 유치하고, 맞이하며, 깊이있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하고 있다. 모든 고객이 중요하지만 기업에 있어 불필요한 고객을 고르는 혜안부터 잠재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하는 노력은 자칫, 사소해 보여도 그것이 그 기업을 지탱하는 일이라면 꼭 필요한 마음가짐과 준비다.


행동하라는 이야기는 사실 영업뿐만 아니라 살아오면서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교훈이다. 그런데 왜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이 천성적으로 편안하게 지내려는 습성을 가진 것도 한 이유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 p.37


몇 달 전 핸드폰을 바꾸면서 카톡으로 받은 상품권이 지워진 적이 있다. 갑작스럽게 핸드폰이 고장난터라 백업을 하지 못한 상태였고, 받은 상품권이 이미지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새 핸드폰으로 카톡의 내용을 옮겨왔다. 그러다 쓰지 못했던 상품권이 생각났고, 카톡 고객센터를 비롯해 잃어버린 상품권과 함께 받았던 다른 상품권 사용처에 전화를 해 문의했지만 결국 상품권의 번호를 알 수 없었다. 개인의 데이터라는 이유와 3월만 데이터를 저장해놓는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문의를 하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다보면 부서가 틀리다는 이유로 전화를 돌리거나 모른다는 답변만 내어놓곤 한다. 한 번도 누군가 일괄적으로나마 간략한 설명을 해준 이가 없었다.


마케팅과 영업의 차이점을 묻는다면, 나는 똑같이 무언가를 파는 것이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고 답한다. 마케팅은 '창조한 것을 차는 일'이지만 영업은 '내가 확신하는 것을 파는 일'이다. 기억 측면에서 볼 때 둘 다 소중한 역량이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건 없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자면, 영업 담당자라면 아레테의 철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p.53


영업은 반드시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목표가 없는' 행동은 곧 추진력을 잃게 마련이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처음 각오는 머지않아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 p.72


저자 역시 이런 점을 짚어 이야기 한다. 대기업일수록 각 부서들이 나뉘어 있지만 일괄적으로 일처리가 어떻게 되고, 자신이 팔고 있는 물건이 어떻게 측정되고, 나가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알아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단답형이 아니라 완곡한 어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잡는 요령이 필요하고, 목표를 설정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서 고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다보면 내가 하는 것이 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는 것이 가장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굽히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유용성과 디테일한 영업 노하우를 그는 예시와 문답, 설명의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장 책임자로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고객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그는 깨알같이 설명하고 있고, 우리는 그의 경험이 우러러 나오는 영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해야 할 때다.


진실한 말 한마디는 연설만큼 위력이 있다. - 찰스 디킨즈 《황폐한 집》(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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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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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2월 말에 개봉하여 현재까지도 상영 중인 영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내리기 전에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상영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아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 보고 온 이들의 관객들의 호평은 물론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해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를 보기 앞서 그가 쓴 원작 소설도 있다하여 영화보다 먼저 책으로 엘라이저의 사랑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미국의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 비밀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농아 엘라이저와 괴생명체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과 소년이 한창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대이기에 그들은 괴생명체를 F-1 실험실에 데려다 놓고, 수조에 가둬둔다.실험실의 보안 책임자인 스트릭랜드는 그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그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기 보다는 도구로 보면서 그의 몸을 괴롭히는 인물로 나온다. 소설은 엘라이자를 비롯해 그의 동료인 젤다와 가장 친한 이웃인 화가 자일스, 과학자 호프스테틀러, 엘라이자와의 사랑과 비교가 되는 스트릭랜드의 아내 레이니가 각기 등장한다.


데이지의 구두는 오늘 밤을 비롯해 그녀가 매일 밤 옷차림에서 추구하는 유일한 반란이었으니까. 발은 사람과 땅을 연결해 주었지만 가난한 사람에겐 한 뼘의 땅도 허락되지 않았다. - p.23


스트릭랜드는 괴생명체에 대한 욕심을 넘어 그를 어떻해든 이용하려는 야욕이 가득찬 인물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엘라이자와 그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다. 그를 위협하고 괴롭히면서 스트릭랜드 역시 상처를 입지만 그럼에도 그는 안하무인으로 그를 막 대한다.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아마존으로 끌려가면서 그의 영혼은 이미 다칠대로 다쳐서 그런 것일까. 그 어떤 말과 행동에서도 그를 다독여줄 여유가 없을 정도로 그는 야심과 욕망에 가득찬 인물이다. 그와 반대로 선한 인물로 대칭되는 이는 엘라이자다.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상처를 많이 받은 그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 주기 보다는 자신의 몸만 탐하는 남자들의 눈빛이 싫다. 말은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색색깔의 구두를 즐겨 신는다.


그리고 그녀의 손바닥에 놓인 달걀을 가져갈 때의 그 황홀한 감촉. 한 번은 대담하게도 그녀가 손에 달걀을 올려놓지 않았는데도 그는 달걀을 잡는 척하며 손을 내밀었고 그녀가 자신의 손을 잡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순간 둘은 현재 과거도 아니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여자와 남자였다. - p.158


<셰이프 오브 워터> 속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의 색을 띠고 있고, 우리가 편견을 갖고 색안경을 끼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에게는 들켜서는 안되는 비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다가선다. 절대 수조 가까이에 다가서지 말라는 경고에도 그녀는 색깔이 있는 구두를 신고 그의 곁에 다가선다. 조용히 앉아 달걀을 까서 수조 속에 갖힌 그에게 은밀히 건넨다. 다른 이에게는 칼날같은 반응으로 그들에게 해를 입혔던 그는 엘라이자의 손길을 두려워 하면서도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간다. 서로 다른 모습의 서로 다른 색깔을 띄고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명체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이 아닌가 싶다.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있고, 온 몸에 비늘로 덮인 그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괴생명체'라 명명해 부르지만 그는 자신을 헤치지 않으면 누군가도 헤치지 않는 선한 인물로 나온다. 오히려 그를 자극하는 것은 악당 스트릭랜드 일뿐.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빗겨져 있는 이들을 그려냈고,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희노애락을 그려낸다. 늘, 사람들의 손에 휘둘려 많은 생채기를 갖고 있지만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엘라이자의 기묘하고 매혹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엘라이자의 욕망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괴생명체라고 이름 부르는 그의 몸짓 역시 다른 종의 생명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존재일 뿐, 그가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느꼈던 것을 다르게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갈라지는 물, 무지갯빛 굴절, 박쥐 날개 모양의 그림자. 엘라이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탱크 안에서 처음 본, 황금빛 동전 같은 눈이었다. 그것은 태양 같기도 하고 달 같기도 했다. 각도가 바뀌면서 빛이 사라지고 진짜 눈이 나타났다. 파란색이었다. 아니, 초록색, 아니 갈색이었다. 아니다. 회색, 빨간색, 노란색 등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색이었다. - p.133


영화에 앞서 원작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셰이프 오브 워터>는 커다란 스크린으로 만나 보지 않아도 다채로운 색깔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고유의 색깔이 아닌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반짝임을 알 수 있는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편견과 금기를 갖고 있는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족쇄이자 칼날이었다. 너무나 만족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읽었기에 그가 만든 영화도 놓치지 않고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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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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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는 현실이다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시집을 가고, 장가를 가다보니 서로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줄어들어 가끔 톡으로 안부 인사를 건넬 뿐 만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만나면 학업이나 연애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친구가 결혼한 이후 부터는 대부분 그들의 입에서 남편과 아이 이야기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는 그들의 세상을 따라 갈 수 없고, 결혼한 이는 나의 온 신경이 모두 남편과 아이, 시댁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서로 다른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이전과 달리 서로 공감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나는 전자의 입장이라 결혼한 친구들이 늘상 남편과 아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주변에 많은 임신부와 아기 엄마들을 보았지만 친한 친구나 친척 언니, 동생들이 멀리 살다보니 그들의 현실을 타파하지 못했다. 가끔 그들이 육아를 탈피하고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와 콧바람을 씌우며 즐거워하는 언니를 보며 육아는 참, 힘들구나 싶었는데 야마다 모모코의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를 보니 절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엄마가 되어 가는 몸과 매일매일 모자라는 잠에 허덕이면서도 아이를 돌봐야 할 초보 엄마의 모습은 '현실' 그 자체다. 모모코는 남편 히데와 2016년에 태어난 류와 똥꼬발랄한 줄무늬 노랑 고양이 치코와 함께 살고 있는 워킹맘이다. 임신과 출산, 엄마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그녀의 육아분투기는 험난하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엄마의 고통을 그녀의 그림과 함께 테그로 설명되어 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앞으로 나의 미래이기도 한 모습이라 그저 그녀의 모습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야마다 모모코는 책 말미에 이 책을 남편이 보지 못하게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했지만, 사실 초보 엄마 곁에 선 초보 아빠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이 시간들에 대해 1도 모르는 것은 결혼하기 이전의 아가씨들이 아닌가 싶다. 곁에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또 다르겠지만 나는 그 어떤 것에도 관계가 없다보니 임신과 출산, 워킹맘의 하루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서 부분적인 지식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리얼한 아기 엄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마치 예전에 누군가가 딸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아는 사람? 이라고 물었을 때 한 아이가 '마트요' 하는 식으로 딸기가 나오는 과정을 보지 못한 아이는 그렇게 밖에 대답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를 품는 순간 여자에서 엄마로 변신한 그들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모두 분만실에 두고 나왔을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페이지의 삶. 예쁘고, 섹시하고, 여자여자이고픈 삶을 버리고 오롯하게 나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돌보는 삶은 모모코가 그린 것처럼 진땀날 정도로 하루하루가 전쟁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고, 처음 맞닥들이는 초보 엄마는 그 시간을 더 헤멜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다시 워킹맘으로 돌아가는 모모코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많은 엄마들이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나는 표면적으로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았을 뿐 그들의 고충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리얼해서 더 깊이 와 닿았고, 엄마라는 이름이 아무에게도 붙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모코의 이야기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비롯 밥 먹을 시간도, 샤워 할 시간도, 늘어진 속옷을 마주해야 하지만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게된 순간이기도 하다. 엄마의 성장과정이자 아이가 성장해 가는 시간을 함께 그리고 있어서 모든 엄마, 아빠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에게는 리얼한 결혼생활의 모습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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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예찬 - 정원으로의 여행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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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자연으로부터.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 왔다고 생각할 무렵 다시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린 다음 날 다시 따스한 햇볕이 반짝거렸다.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오는 것 같으면 다시 한발짝 물러서 있고, 물러서 있다 싶으면 입고 있던 겨울 옷이 더워지니 봄이 왔다고도, 안왔다가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 내에 보았던 꽃들이 사그러지고 나무가 죽어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무런 미동도 없었건만 봄이 되니 다시 생명이 피어오르듯 나무에 꽃망울이 피어 오른다. 누군가 계절 중 어떤 계절을 좋아해요? 라고 물으면 늘, 봄과 가을 중에 고민하는데 이럴 때면 고민없이 '봄이요'라고 말할만큼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한병철 교수의 <땅의 예찬>은 겨울과 봄의 길목에서 혹은 봄날에 읽어보기에 딱 알맞는 책이다. 남쪽에는 매화가 곱게 피었다지만 서울은 아직 봄이 온듯, 안 온듯 하니 한병철 교수가 3년동안 비원이라 이름부르며 땀을 흘렸던 '비밀정원'과 같은 시간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을 그는 매일매일 땅에 더 가꺼워지고 싶어 기꺼이 '정원사'를 청하며 땅을 일구었고, 자의적인 정원사는 그곳에서 많은 피어나는 생명들고 마주 한다. 신의 축복이라고는 말 할 수 밖에 없는 땅의 고요하면서도 환희에 찬 생명력은 그를 예찬하게 만들었다.


꽃과 나무는 무릇 색을 띠기 마련이지만 한병철 교수의 <땅의 예찬>은 꽃그림 마저도 흑백필름처럼 색을 드러내지 않고, 꽃의 모양만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괴테, 릴케, 소로등 자연을 노래한 인물들의 작품 속 구절을 음미하기도 하고, 가을벚나무, 겨울바람꽃, 미선나무, 아네모네, 동백, 버들강아지, 크로커스, 옥잠화, 빅토리아 큰가시연, 등 이름조차 생소한 꽃과 나무를 마주하기도 했다.

봄과 여름, 가을 까지도 볼 수 있었던 꽃은 겨울에 손에 꼽을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그가 말하는 겨울에 피는 꽃은 햇살이 좋고, 날이 좋아서 피는 꽃과 달랐다. 겨울과 그늘에서 잘 자라는 꽃을 사랑한다던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가 말하는 꽃들을 검색해보고, 사진들을 보면서 그의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꽃이라 생소했고, 특이한 모양의 꽃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꽃과는 달리 특이한 학명에 모양의 특이점이 많아 계속해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바라봤던 것 같다.


자연을 보호하고, 땅의 경외로움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천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많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공공의 편안함을 위해 힘써왔다. 나라에서는 먼 거리를 더 빨리 가기 위해 도로를 닦고 우리는 그 어떤 시간보다 빠르게 오가며 시간을 단축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물좋고 공기가 좋았던 산천에 나무가 모두 깎여지고, 도로만 남아있는 요즘,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을 비롯해 많은 도시가 점점 공기는 탁해지고, 어디로 나가려고 하면 미세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을 보기 힘들다 보니 그가 땅을 갈망하고 예찬한 노래들이 더 마음 속 깊이 스며든다. 우리에게 있어 자연은 공기이고, 공기 없이 숨을 쉴 수 없다. 복잡다단한 사회 속에서 절로 자연으로 회귀한 철학자인 그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나무가 움을 틔우듯, 자연의 정직함, 생명력,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자연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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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구원은 땅을 지배하지 않고, 땅을 예속하지 않는 일이다. 지배와 예속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바로 무제한 착취다. 죽어야 할 인간은 하늘을 하늘로 맞아들이는 한에만 지구에 산다. 태양과 달과 별들이 각기  제 길을 가도록 그대로 두고, 계절들이 각각 제 길을 가도록 그대로 두고, 계절들이 각각의 축복과 재앙을 주도록 해야 한다. 밤을 낮으로 만들고 낮을 헐레벌떡 쫓기는 불안으로 만들지 앉는 일이다. - p.32


괴테의 색채론에 따르면 푸른색은 노랑과는 반대로 어느정도 검정을 포함한다. 푸른색은 눈에 '특별하고 거의 표현하기 힘든 작용'을 한다. '가장 순수한 푸른색은 자극하는 무無'다. '자극하는 무無'라니 경이로운 표현이다. 낭만파 자체가 자극하는 무다. 푸른색은 '바라보면 자극과 평화라는 모순의 요소'를 지닌다. 푸른색은 무엇보다도 먼 곳의 색깔. 그래서 나는 낭만파의 이 색깔을 사랑한다. 그것은 동경을 일깨운다.

우리가 높은 하늘, 먼 산을 푸른색으로 보듯이, 푸른 표면도 우리 앞에서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를 피해 멀어지는 편안한 물체를 기꺼이 따라가듯이 우리는 푸른색을 기꺼이 바라본다. 그것이 우리에게 덤져들지 않고 우리를 저 자신에게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 p.38~39

갈란투스는 '어여쁜 2월 소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수줍은 모습이다. 갈라투스는 봄을 알라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겨울 한복판에 깨어난 생명이다. 겨울바람꽃보다 훨씬 더 숭고하다. 눈과 서리 속에서도  모습과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니 인상적이다. - p.51

겨울은 그냥 섬세하고 사랑스럽고 부서지기 쉬운 형태들만을 만들어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월든Walden》에서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 내놓는 많은 현상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고 부서지기 쉽고 섬세하다. 모든 겨울꽃들은 어딘지 매우 부서지기 쉽고 섬세하고 사랑스럽다. 뒤로 물러난 그 자태가 고귀한 인상을 풍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 p.56

수국은 도취시키는 꽃이니 나는 그것을 사랑한다. 시간을 두고 그 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p.106

릴케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Widerspruch이여, 열망이여." 내 정원의 크리스마스로즈는 죽음에 맞선 순수한 모순, 몰락과 붕괴에 맞서 꽃피는 모순이다. 생명에 적대적인 한겨울에 나타난 즐거움, 삶의 즐거움이다. 그들은 거의 불사의 존재. 크리스마스로즈는 순수한 존재의 열망을 몸으로 드러낸다. 그 꽃은 도취시는 착란증, 하지만 동시에 겨울 어둠 속에서 멜랑콜릭한 백일몽이다. 이 꽃들은 가을시간너머처럼 내 정원에 경이로운 영원성을 불러들인다. - p.126

우리는 땅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하는 태도로 대하고, 잔인하게 착취하는 대신 찬양해야 한다. 아름다운은 우리에게 보호하라는 의무를 지운다. 나는 그것을 배웠고 경험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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