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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평점 :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2월 말에 개봉하여 현재까지도 상영 중인 영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내리기 전에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상영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아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 보고 온 이들의 관객들의 호평은 물론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해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를 보기 앞서 그가 쓴 원작 소설도 있다하여 영화보다 먼저 책으로 엘라이저의 사랑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미국의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 비밀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농아 엘라이저와 괴생명체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과 소년이 한창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대이기에 그들은 괴생명체를 F-1 실험실에 데려다 놓고, 수조에 가둬둔다.실험실의 보안 책임자인 스트릭랜드는 그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그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기 보다는 도구로 보면서 그의 몸을 괴롭히는 인물로 나온다. 소설은 엘라이자를 비롯해 그의 동료인 젤다와 가장 친한 이웃인 화가 자일스, 과학자 호프스테틀러, 엘라이자와의 사랑과 비교가 되는 스트릭랜드의 아내 레이니가 각기 등장한다.
데이지의 구두는 오늘 밤을 비롯해 그녀가 매일 밤 옷차림에서 추구하는 유일한 반란이었으니까. 발은 사람과 땅을 연결해 주었지만 가난한 사람에겐 한 뼘의 땅도 허락되지 않았다. - p.23
스트릭랜드는 괴생명체에 대한 욕심을 넘어 그를 어떻해든 이용하려는 야욕이 가득찬 인물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엘라이자와 그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다. 그를 위협하고 괴롭히면서 스트릭랜드 역시 상처를 입지만 그럼에도 그는 안하무인으로 그를 막 대한다.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아마존으로 끌려가면서 그의 영혼은 이미 다칠대로 다쳐서 그런 것일까. 그 어떤 말과 행동에서도 그를 다독여줄 여유가 없을 정도로 그는 야심과 욕망에 가득찬 인물이다. 그와 반대로 선한 인물로 대칭되는 이는 엘라이자다.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상처를 많이 받은 그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 주기 보다는 자신의 몸만 탐하는 남자들의 눈빛이 싫다. 말은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색색깔의 구두를 즐겨 신는다.
그리고 그녀의 손바닥에 놓인 달걀을 가져갈 때의 그 황홀한 감촉. 한 번은 대담하게도 그녀가 손에 달걀을 올려놓지 않았는데도 그는 달걀을 잡는 척하며 손을 내밀었고 그녀가 자신의 손을 잡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순간 둘은 현재 과거도 아니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여자와 남자였다. - p.158
<셰이프 오브 워터> 속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의 색을 띠고 있고, 우리가 편견을 갖고 색안경을 끼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에게는 들켜서는 안되는 비밀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다가선다. 절대 수조 가까이에 다가서지 말라는 경고에도 그녀는 색깔이 있는 구두를 신고 그의 곁에 다가선다. 조용히 앉아 달걀을 까서 수조 속에 갖힌 그에게 은밀히 건넨다. 다른 이에게는 칼날같은 반응으로 그들에게 해를 입혔던 그는 엘라이자의 손길을 두려워 하면서도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간다. 서로 다른 모습의 서로 다른 색깔을 띄고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명체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이 아닌가 싶다.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있고, 온 몸에 비늘로 덮인 그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괴생명체'라 명명해 부르지만 그는 자신을 헤치지 않으면 누군가도 헤치지 않는 선한 인물로 나온다. 오히려 그를 자극하는 것은 악당 스트릭랜드 일뿐.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빗겨져 있는 이들을 그려냈고,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희노애락을 그려낸다. 늘, 사람들의 손에 휘둘려 많은 생채기를 갖고 있지만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엘라이자의 기묘하고 매혹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엘라이자의 욕망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괴생명체라고 이름 부르는 그의 몸짓 역시 다른 종의 생명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존재일 뿐, 그가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느꼈던 것을 다르게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갈라지는 물, 무지갯빛 굴절, 박쥐 날개 모양의 그림자. 엘라이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탱크 안에서 처음 본, 황금빛 동전 같은 눈이었다. 그것은 태양 같기도 하고 달 같기도 했다. 각도가 바뀌면서 빛이 사라지고 진짜 눈이 나타났다. 파란색이었다. 아니, 초록색, 아니 갈색이었다. 아니다. 회색, 빨간색, 노란색 등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색이었다. - p.133
영화에 앞서 원작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셰이프 오브 워터>는 커다란 스크린으로 만나 보지 않아도 다채로운 색깔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고유의 색깔이 아닌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반짝임을 알 수 있는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편견과 금기를 갖고 있는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족쇄이자 칼날이었다. 너무나 만족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읽었기에 그가 만든 영화도 놓치지 않고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