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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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그린 <난설헌>이 당선되었다. 언젠가 티비를 틀다가 역사스폐셜에서 허균, 허난설헌의 삶과 작품을 조명한 것을 보았다. 기구했던 삶과 남자못지 않는 기개와 재주를 지닌 허난설헌의 짧은 여생을 안타까이 여겼는데 기어코 그녀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나온 것이다. 몇 달전 엄마께 <덕혜옹주>를 드렸더니 읽고 나서 짙은 여운 때문에 다른 책을 쉬이 못 읽겠다고 하시더니 <난설헌>을 접했을 때는 그 슬픔이 짙고 짙어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먼저 책을 드리니 다 읽으시고는 여운 때문에 많은 스포를 알려주셔서 살짝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녀의 삶을 그린 <난설헌>은 절벽위에 핀 한떨기 꽃같았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인물로는 신사임당과 난설헌이다. 신사임당과 난설헌의 이야기는 그녀들이 갖고 있는 특출난 재주, 자아, 남편의 열등감, 강릉이라는 지역이 엇비슷해 그녀들이 혹, 같은 시대에 살았을까 라는 궁금증을 야기 시켰으나 신사임당이 훨씬 먼저 사람이었고, 그녀가 죽은 이후에 난설헌이 태어났다. 

"숙모님, 아무것도 원망할 것이 못 돼요. 모든 원인은 자신에서 비롯된 것인데 누구를 탓하고 말고가 있겠어요. 처음 시집 와서는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저를 아프게 했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이 좁으나 좁은 조선 땅에 태어난 것도, 여자로 태어난 처량함도,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원망하고 서러워했던 걸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조선 땅에 태어남도, 여자로 태어남도, 김성립을 낭군으로 맞이한 것도 제게 주어진 운명이겠지요. 그 운명에 따르지 못하고 어긋나고 삐거덕댄 것은 지나친 애착과 미련이 더께 끼어서 그랬던 것이겠지요. 그걸 훌훌 털어내니 한결 세상이 밝아지고 홀가분해졌습니다." - p.350 

죽기 직전에 육신의 이름도, 자신의 재주도 모두 놓은 난설헌. 시대를 잘못 태어나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아이를 품에 키우지도 못하고 버석 말라버린 여자. 남편의 바람을 잠재우지 못한채 스스로가 텅빈 가슴을 끌어안고 살았을 그녀의 삶이 너무 서러웠다. 여자의 일생을 <난설헌>을 통해 느껴본다. 지금 내 나이가 결혼적령기라고 부르는 나이이기에 그녀의 삶이 더 시큰하게 다가왔다. 시공간을 초월해 한 남자의 아내로 사랑받는 것이 조선시대나, 현재나 여자들의 로망이자 바램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재주는 높이 비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예술가로서의 기질은 그녀에게 독이 되었다. 남편 뿐만 아니라 시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녀는 시댁에서는 근심거리이자 그녀의 맑고 투명했던 몸피와 그녀의 강렬했던 열정마저도 앗아가 버렸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두 아이 곁으로 간 여인의 인생은 아련함과 청아함이 동시에 흘러 마치 마알간 진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절로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고단했던 삶이 너무 서글퍼서 눈물이 흐르고,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어린 아이의 가슴앓이가 스물일곱 채 피지 못한 꽃송이가 물위에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린시절, 부모형제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가 나이가 차면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여인의 삶은 '한 남자의 테두리' 안에서 희노애락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삶이 반에 반도 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한 이후의 삶이 진짜 무대인 것이다. 반려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진짜인 것이라고 어른들을 누누이 이야기한다. 어른들의 말이 한치도 틀리지 않지만 한 남자로 인해 여인의 삶이 송두리째 변한다는 것이 나는 정말, 정말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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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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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동네 도서관에 앉아 읽었던 만화 중에서 기억에 남는건 단연 <금오신화><인현왕후전>이었다. 우리의 고전을 쉽고 재밌게 그려놓아 '학습'보다는 '재미'있어서 본 책이었다. 책 뿐만 아니라 고전동화나 만화도 '옛날 옛적에'를 비롯해 설화나 민담, 책을 각색해 만든 만화를 보며 자랐고, 그것이 친숙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요즘에는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접하려니 다른나라 언어를 읽는 것 마냥 어색하고 고개를 갸우뚱할만큼 책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금오신화>를 읽을 즈음 K본부에서 하는 <공주의 남자>와 1박 2일에서 나온 경주 남산편을 보면서 그의 자취를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같은 혼란기나 태평성대했던 안정기의 흐름은 어느나라나 다 있지만 그 시대, 그때의 사람들은 저마다 빛과 어둠을 안고 살았다. 태조가 조선을 세우고 태종 이방원이 왕권을 강화하고, 3남인 세종이 왕위를 이어 받으면서 '평탄한' 나날이 지속 된 줄 알았다. 그러나 병약한 문종이 어린 아들 단종에게 보위를 물려줄 때는 다시 피바람을 예고했다. 아버지 세종이 수양대군의 야심을 알아보고 그에게 대군으로서 자리를 이어가기 바랐던 바램과 달리 그는 어린 조카의 왕위를 찬탈했다.

그의 왕위 찬탈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지금말로 하자면 모든 지식인이 일어났다. 그때 우리가 잘 알던 사육신과 생육신이 탄생했고 김시습은 생육신 중 한사람이다. 태어난지 여덟 달만에 글을 깨우치고, 세 살때 시를 지었던 아이는 어릴적부터 신동이라 불렀고 세종대왕이 극찬했다. 세조가 조카의 왕위찬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문종이 일찍 아이를 낳아 단종이 장성했더라면 도덕적으로 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아래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김시습은 연애소설을 빙자한 그의 속내를 가미한 <금오신화>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다. 군신으로서 임금을 모시고 신하로서의 도리를 다하며 학문을 정진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에서는 조선시대의 상황에 맞지 않는 막장드라마가 쓰여진다.

만복사저포기_ 저포 놀이가 맺어준 사랑, 이생규장전_ 이생이 엿본 사랑, 취유부벽전기_부벽정에서의 짧은 만남, 남염부주지_염마왕과의 대화,  용궁부연록_ 물거품처럼 사라진 용궁 잔치에 대한 짧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대가 암흑기 일수록 우리는 현실을 빛대어 쓸 수 없는 사회현실 때문에 곧 잘 현실에 없는 가상현실이나 신화를 차용하곤 한다. 김시습 또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쓸 수 없는 시대, 즉 세조의 간악함과 당대 지식인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갈 때마다 느끼는 아픔을 담을 수 없기에 그는 닿을 수 없는 현실과 이승에서의 사랑을 그린 것을 아니었을까. 

그는 분명 그 시대를 타도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아픔과 모든 속세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어 사는 삶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인다. 목숨을 내놓고 치열하게 싸운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물결을 받아들인 사람들, 속세의 인연을 놓은 이들. 나라면 그 시대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갈팡질팡하며 시대를 가늠하지 못해 골몰했을 것이고, 흉흉한 민심과 근거없는 소문들 사이에서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만해도 사내대장부라면, 교묘하게 속내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목소리를 내어 '행동가'로의 면모를 드러내야하지 않는가에 대한 불평불만이 있었다. 살아있으면서도 벼슬을 받지 않고 물렸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던 그는 이후 벼슬을 하려 했으나 폐비 윤씨 사건이 일어나자 다시 유람길에 올랐다. 시대가 지나도 도덕적인 평탄함이 오지 못했고 유망했던 한 사람을 결국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간다.

무엇이 그를 쓰게 만들었으며, 그는 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남겼는가?에 대한 물음은 그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섯 편의 상황은 2%에 가깝게 뭔가 아쉬운 상황이 연출된다. 전쟁에 목숨을 잃거나, 지조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어 이승에 떠돌던 귀의 모습으로 나타나 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손에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고 이내 사라진다. 김시습의 현재 상황과도 맞닿아 있으며 아련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투영된다. 슬픈 현실에 환상을 품었지만 결국 현실의 모습에 좌초되는 모습은 그가 겪는, 혹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 겪는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담아 쓴 시들은 그들의 마음을 담아 짧고 명확히 썼지만 읽는 내내 흐름이 끊기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흘러 영겁의 시간은 사람도, 시간도 그 시대가 갖고 있는 글자의 뜻마저도 변한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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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들, 자살하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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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밤 아픈 허리를 부여안고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글을 읽고 서평을 썼다. 어제는 왠일인지 막힘없이 글을 썼고, 완성된 글에 확인버튼을 과감없이 눌렀다. 다썼다고 두손을 번쩍 올리며 기지개를 펴고 있을즈음 한큐에 썼던 나의 글은 블로그 점검 시간에 걸려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혹시나 싶어 아침일찍 일어나 확인해 보니 흔적조차도 남지 않았다. 다시 기억을 되짚어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죽음의 무게는 상당하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것 또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며, 내가 죽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처녀들, 자살하다>는 30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쉬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처녀들 즉, 리즈번 다섯 자매를 의미한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서실리아의 자살미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열 세살 아이가 스토아 철학자처럼 욕조에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쳤지만 그후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  

리즈번 자매들은 열세 살 서실리아에서 부터 열네 살 럭스, 열다섯 살 보니, 열여섯 살 메리, 열일곱 살 터리즈까지 다섯자매가 목숨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이야기다.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마주대할 때면 오싹하거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음울하고 침울함이 감돌겠구나 하는 예상과 달리 그녀의 책은 그녀들의 자살 소동이 벌어지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일상의 그것처럼 자연스레 흘러간다.

그 집은 지나친 여성스러움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기는커녕 말끔하고 무미건조했으며 묵은 팝콘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 p.33

우리 동네에서는 지금껏 장례식이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우리가 태어난 뒤로는 그랬다. - p.43

"도덕적 죄의 관점에서 자살이란 의도의 문제야. 그애들이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그 애들이 정말로 하려고 했던 게 뭔지 알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란다." - p.47

리즈번 자매들은 우리의 쌍둥이였고, 똑같은 가죽을 가진 동물처럼 우리와 같은 공간에 존재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 애들은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리즈번 자매들이 실은 소녀의 탈을 쓴 여인들이라는 것, 그들이 사랑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소음을 만들어 내는 것 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p.53

우리가 그들을 간헐적으로 엿보는 사이사이에도, 그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었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성장했으며 철저한 검열을 거친 가족 서가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다 섭렵했던 것이다. - p.146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서실리아가 왜 죽었을까? 에 대한 이유에 대해 고심했다. 그녀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을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읽었다면 그녀의 죽음 이후 럭스가 몸을 내던졌을 땐 Viegin(처녀)를 스스로 내던졌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들렸다.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글은 오묘하다. 하나의 퍼즐을 맞췄다 싶으면 이야기는 어느새 꽈리를 틀어버린다. 죽음을 맞닥들이면 우리는 제일먼저 떠난 이를 애도한다. 그러나 저자는 서실리아의 죽음을 통해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뉴스처럼 전한다. 서실리아가 목숨을 던지기 이전에는 죽음을 가까이 볼 수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장례절차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다고. 그러나 그 일이 닥친 이후로 장례절차를 치루는 사람들의 파업소식은 개인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그녀들의 성장통은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폭죽이 하늘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그녀들이 몸을 던져 그녀들의 부모님, 아니 마을 전체에 파문을 던져준다. 리즈번가 다섯 자매들이 살던 집은 묘하게도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보이지 않는(보이는) 눈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남자아이들의 익살맞는 눈빛, 호기심 그리고 금단의 구역에 발을 들이고픈 욕망이 숨쉰다. 아이들의 부모는 그 일이 있는 후부터 자매들에게 잠깐의 통제와 검열만 있을 뿐 언제나 같은 흐름의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그녀들이 어렸을 때와 달리 시기가 지나면 부모라 할지라도 아이들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통제와 검열의 숨막히는 거미줄이 다섯자매의 목에 칼처럼 스며들어왔고, 리즈번가의 다섯 자매들은 죽음을 통해 성장통을 이겨냈다. 이겨냈다는 말보다는 '해방' 했다는 말이 더 알맞을 것이다. 그녀들의 죽음은 마을의 쇠퇴의 길목에 접어든 암시였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깃들었지만 그녀들이 준 파문은 인간의 삶이 빛이 있다면 어두운 그림자 즉, 죽음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 시켰다는 것이다. 장례절차가 필요없을 정도로 죽음을 목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리즈번가의 여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를 것을 보며 결코, 그들에게 죽음이란 아무상관도 없는 '일'이 아닌 것이라는 의미도 지니도 있다.

<처녀들, 자살하다>는 이중주의 의미가 아닌 여러색채의 의미가 가미되어 있다. 퍼즐처럼 조각을 맞추다가 다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죽음이라는 것이 애도가 아닌 인간을 인간처럼 볼 수 있는 거울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인간의 삶이 있다면 죽음도 있다는 것을 처녀들, 자살하다를 통해 작가는 투영시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유디트 헤르만의 <알리스>가 생각났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다양한 색채를 내는 모습이 함께 비교하며 읽는 것도 좋을듯 하다. 다른듯 하면서도 인간에게 맞닿은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해 애도외에 던져줄 수 있는 화두에 대해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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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진실 -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디자인 이야기
로버트 그루딘 지음, 제현주 옮김, 박해천 해설 / 북돋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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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그루딘의 <디자인과 진실>은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디자인'을 의심하게 만든다. 조금만 움직여도 마주치는 것들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고, 그것이 물질로 대량생산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게 쓰인다. 하물며 책을 고를 때도 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표지를 보고 구매하기도 한다. 디자인을 보고 좋다, 나쁘다를 표현하곤 하지만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디자인이 갖는 무게감, 사회에 주는 영향력,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대해 로버트 그루딘은 각각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소통으로서의 디자인- 디자인과 진실, 그리고 권력에 대해 설명한다면, 2부에서는 자기창조로서의 디자인 - 디자인과 지식, 그리고 에너지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보여지는 디자인의 원칙과 예술적인 심미안을 통해 보여지는 디자인이 얼마나 다른 것인가 하는 물음을 통해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당시의 권력자들의 '권력'과 예술, 철학등 다방면의 분야를 어울러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오다 '디자인서울'에 대한 광고를 보았다. 디자인을 부각하며 무표정했던 서울을 '디자인으로 극복하겠다'는 메세지가 담긴 광고였다. 서울시는 많은 광고를 하며 디자인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서울을 광고했으나 '좋은'디자인이 가미된 수도가 아닌 그저 하나의 공공정책이었다. 권력자에 의한 '잘못된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우리가 알다시피 누군가의 손으로 다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인공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것, 도심 한가운데 보여지는 상징적인 '광장'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로버트 그루딘의 책은 어렵지만, 디자인과 진실을 통해 부제로 쓰인 것처럼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다자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다소 생소하지만 그가 사례를 들어준 것이 때론 낯설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디자인에 대한 '물음'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 대한 명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전문가의 심미안은 아니지만 그저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잉 아닌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물음표를 선물해 주었다.

외국의 저자의 시선으로 쓰여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꼬집는 디자인에 대한 글은 볼 수 없었지만 세계의 역사를 통해 보여졌던 명사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 얻어야 할 교훈과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벤치마킹 할 부분도 있지만 절대 따라해서는 안 될 아쉬움이 전해지는 것들을 통찰하여 유용하게 '디자인'을 탐구하고 본질적인 규칙을 벋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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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 민음사 모던 클래식 5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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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열두 편의 단편은 팔색조 같다. 갓 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쓰는 것처럼 어눌한 발음으로 의사전달을 하기위해 애를 쓰는 것이 느껴지는 「1번 감방」에서 부터 구전동화같은 한 집안의 저주와 관련된 「고집 센 역사가」까지 다층적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여정은 흥미로웠다. 그동안 우리는 안일하게도 '서구식 백인주의'에 물들었던 탓있지, 혹은 무지했던, 어쩌면 무관심 때문인지 아프리카(나이지리아)에 대한 편견이 나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프리카 하면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 지오그라피에 나오는 영상을 떠올렸다. 하나의 단편을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언젠가 늦은밤 특선영화로 보았던 '언더더쎄임문'과 같이 멕시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사회에 편입되려는 것처럼 그들은 급격히 몰려드는 미국 문화의 물줄기를 따라 그들만의 아메리카 드림을 꿈꾼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까를리토스의 엄마가 몰래 밀입국을 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유한 가정의 도우미로 가서 일을 하는 것처럼 나이지리아에서 석사학위를 그녀도 그 사회에서 밑바닥인 일을 시작한다. 그들의 일원으로서 정식으로 인정받기 위해 돈과 노동을 쏟아부으면서도 그도, 그녀도 그들의 사회의 진입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하다. 일을 통해 그들이 배운 것은 자만심을 버리는 것. 낯선 곳에서 이질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이방인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자신의 나라와 미국의 사이에서 저울질하면서도 양가의 감정의 끝은 미국사회의 갈망과 동경에 있다. 개발도상국으로서의 국가, 치안이 불안정하고, 기반시설이 정비되지 않는 미개한 국가라는 인식은 주변인의 시선과 언어의 장벽을 통해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까끌거리는 느낌과 마음이 서걱거리는 것처럼 서늘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받곤 했다. 파이낸션 타임즈의 평처럼 외국에서의 삶을 꿈꾸거나, 이민자로서의 삶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보어에 영어를 간간히 섞어 썼는데 영어 발음을 할 때 귀에 거슬리는 미국식 악센트로 말했다. - p.114

식당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언제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왔냐고 물었다. 외국식 악센트로 말하는 흑인은 모두 자메이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을 아프리카인으로 추측한 몇몇은 자신이 코끼지를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수렵 여행을 가 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 p.158

나중에 당신은 왜 자신의 기분이 나쁜지를 그에게 얘기했다. 당신들이 창스에 그렇게 자주 가는데도, 메뉴판이 나오기 전에 키스를 했는데도, 중국인 웨이터는 당신이 절대 그의 여자 친구일 리 없다고 생각했고, 그는 미소만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그는 결국 사과했지만 그 전에 한참 동안 당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당신은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 p.164

"게다가 그렇게 엉망진창인 나라에서 당신이 뭘 할 수 있었겠어요? " 그가 물었다.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직장도 없이 길거리를 떠올아다니지 않나요?" 그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 p.241

그녀가 대영제국일에 얼마나 활기차게 "신이여, 우리의 국왕을 보호하소서, 그에게 승리와 영관을 보내 주시고, 오랫동안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를 노래했던가를. 교과서에서 "벽지"나 "민들레" 같은 단어들이 나오면 머릿속으로 그릴 수가 없어서 얼마나 혼란스러워했던가를. 혼합물과 관련된 산수 문제가 나오면 커피는 무엇이고, 치커리는 무엇이고, 왜 그 둘을 섞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던가를. - p.281

이 책의 장점은 다층적으로 볼 수 있는 세계화를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다. 누군가는 밑바닥 일을 하면서 그들의 꿈을 키운다면 다른 이는 그 세계에서 이미 인정받는 사람과 결합을 통해 걷는 여정을 다루기도 한다. 인종을 넘어선 사람들의 환희와 욕망, 동경, 환멸이 묻어난다. 그보다 나라를 떠나서 '여자의 일생'을 따로 떼어본다면 각기 다른 나라의 풍경과 인식, 전통을 넘어선 감정들이 느껴지곤 했다. 만국공통어처럼 느껴지는 그녀들의 삶의 여정이.

각 단편마다 주는 고유한 맛이 틀려서 색다른 반면에 어눌하고 엉성한 느낌이 드는 부분에는 그녀가 쓴 원서가 원래 그런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프리카(나이지리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똑같은 방정식이 적용되며, 편입되어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준 작품이었다. 솔직함을 갖춘 매력적인 열 두편의 작품 중에서도 「유령」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와 정치적인 상황이 맞물리면서도 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한 단편 중에서 가장 적절하게 맛을 낸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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