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민음사 모던 클래식 5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열두 편의 단편은 팔색조 같다. 갓 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쓰는 것처럼 어눌한 발음으로 의사전달을 하기위해 애를 쓰는 것이 느껴지는 「1번 감방」에서 부터 구전동화같은 한 집안의 저주와 관련된 「고집 센 역사가」까지 다층적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여정은 흥미로웠다. 그동안 우리는 안일하게도 '서구식 백인주의'에 물들었던 탓있지, 혹은 무지했던, 어쩌면 무관심 때문인지 아프리카(나이지리아)에 대한 편견이 나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프리카 하면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 지오그라피에 나오는 영상을 떠올렸다. 하나의 단편을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언젠가 늦은밤 특선영화로 보았던 '언더더쎄임문'과 같이 멕시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사회에 편입되려는 것처럼 그들은 급격히 몰려드는 미국 문화의 물줄기를 따라 그들만의 아메리카 드림을 꿈꾼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까를리토스의 엄마가 몰래 밀입국을 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유한 가정의 도우미로 가서 일을 하는 것처럼 나이지리아에서 석사학위를 그녀도 그 사회에서 밑바닥인 일을 시작한다. 그들의 일원으로서 정식으로 인정받기 위해 돈과 노동을 쏟아부으면서도 그도, 그녀도 그들의 사회의 진입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하다. 일을 통해 그들이 배운 것은 자만심을 버리는 것. 낯선 곳에서 이질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이방인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단편이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자신의 나라와 미국의 사이에서 저울질하면서도 양가의 감정의 끝은 미국사회의 갈망과 동경에 있다. 개발도상국으로서의 국가, 치안이 불안정하고, 기반시설이 정비되지 않는 미개한 국가라는 인식은 주변인의 시선과 언어의 장벽을 통해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까끌거리는 느낌과 마음이 서걱거리는 것처럼 서늘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받곤 했다. 파이낸션 타임즈의 평처럼 외국에서의 삶을 꿈꾸거나, 이민자로서의 삶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보어에 영어를 간간히 섞어 썼는데 영어 발음을 할 때 귀에 거슬리는 미국식 악센트로 말했다. - p.114

식당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언제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왔냐고 물었다. 외국식 악센트로 말하는 흑인은 모두 자메이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을 아프리카인으로 추측한 몇몇은 자신이 코끼지를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수렵 여행을 가 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 p.158

나중에 당신은 왜 자신의 기분이 나쁜지를 그에게 얘기했다. 당신들이 창스에 그렇게 자주 가는데도, 메뉴판이 나오기 전에 키스를 했는데도, 중국인 웨이터는 당신이 절대 그의 여자 친구일 리 없다고 생각했고, 그는 미소만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그는 결국 사과했지만 그 전에 한참 동안 당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당신은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 p.164

"게다가 그렇게 엉망진창인 나라에서 당신이 뭘 할 수 있었겠어요? " 그가 물었다.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직장도 없이 길거리를 떠올아다니지 않나요?" 그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 p.241

그녀가 대영제국일에 얼마나 활기차게 "신이여, 우리의 국왕을 보호하소서, 그에게 승리와 영관을 보내 주시고, 오랫동안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를 노래했던가를. 교과서에서 "벽지"나 "민들레" 같은 단어들이 나오면 머릿속으로 그릴 수가 없어서 얼마나 혼란스러워했던가를. 혼합물과 관련된 산수 문제가 나오면 커피는 무엇이고, 치커리는 무엇이고, 왜 그 둘을 섞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던가를. - p.281

이 책의 장점은 다층적으로 볼 수 있는 세계화를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다. 누군가는 밑바닥 일을 하면서 그들의 꿈을 키운다면 다른 이는 그 세계에서 이미 인정받는 사람과 결합을 통해 걷는 여정을 다루기도 한다. 인종을 넘어선 사람들의 환희와 욕망, 동경, 환멸이 묻어난다. 그보다 나라를 떠나서 '여자의 일생'을 따로 떼어본다면 각기 다른 나라의 풍경과 인식, 전통을 넘어선 감정들이 느껴지곤 했다. 만국공통어처럼 느껴지는 그녀들의 삶의 여정이.

각 단편마다 주는 고유한 맛이 틀려서 색다른 반면에 어눌하고 엉성한 느낌이 드는 부분에는 그녀가 쓴 원서가 원래 그런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프리카(나이지리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똑같은 방정식이 적용되며, 편입되어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준 작품이었다. 솔직함을 갖춘 매력적인 열 두편의 작품 중에서도 「유령」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와 정치적인 상황이 맞물리면서도 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한 단편 중에서 가장 적절하게 맛을 낸 단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