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그린 <난설헌>이 당선되었다. 언젠가 티비를 틀다가 역사스폐셜에서 허균, 허난설헌의 삶과 작품을 조명한 것을 보았다. 기구했던 삶과 남자못지 않는 기개와 재주를 지닌 허난설헌의 짧은 여생을 안타까이 여겼는데 기어코 그녀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나온 것이다. 몇 달전 엄마께 <덕혜옹주>를 드렸더니 읽고 나서 짙은 여운 때문에 다른 책을 쉬이 못 읽겠다고 하시더니 <난설헌>을 접했을 때는 그 슬픔이 짙고 짙어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먼저 책을 드리니 다 읽으시고는 여운 때문에 많은 스포를 알려주셔서 살짝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녀의 삶을 그린 <난설헌>은 절벽위에 핀 한떨기 꽃같았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인물로는 신사임당과 난설헌이다. 신사임당과 난설헌의 이야기는 그녀들이 갖고 있는 특출난 재주, 자아, 남편의 열등감, 강릉이라는 지역이 엇비슷해 그녀들이 혹, 같은 시대에 살았을까 라는 궁금증을 야기 시켰으나 신사임당이 훨씬 먼저 사람이었고, 그녀가 죽은 이후에 난설헌이 태어났다. 

"숙모님, 아무것도 원망할 것이 못 돼요. 모든 원인은 자신에서 비롯된 것인데 누구를 탓하고 말고가 있겠어요. 처음 시집 와서는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저를 아프게 했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이 좁으나 좁은 조선 땅에 태어난 것도, 여자로 태어난 처량함도,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원망하고 서러워했던 걸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조선 땅에 태어남도, 여자로 태어남도, 김성립을 낭군으로 맞이한 것도 제게 주어진 운명이겠지요. 그 운명에 따르지 못하고 어긋나고 삐거덕댄 것은 지나친 애착과 미련이 더께 끼어서 그랬던 것이겠지요. 그걸 훌훌 털어내니 한결 세상이 밝아지고 홀가분해졌습니다." - p.350 

죽기 직전에 육신의 이름도, 자신의 재주도 모두 놓은 난설헌. 시대를 잘못 태어나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아이를 품에 키우지도 못하고 버석 말라버린 여자. 남편의 바람을 잠재우지 못한채 스스로가 텅빈 가슴을 끌어안고 살았을 그녀의 삶이 너무 서러웠다. 여자의 일생을 <난설헌>을 통해 느껴본다. 지금 내 나이가 결혼적령기라고 부르는 나이이기에 그녀의 삶이 더 시큰하게 다가왔다. 시공간을 초월해 한 남자의 아내로 사랑받는 것이 조선시대나, 현재나 여자들의 로망이자 바램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재주는 높이 비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예술가로서의 기질은 그녀에게 독이 되었다. 남편 뿐만 아니라 시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녀는 시댁에서는 근심거리이자 그녀의 맑고 투명했던 몸피와 그녀의 강렬했던 열정마저도 앗아가 버렸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두 아이 곁으로 간 여인의 인생은 아련함과 청아함이 동시에 흘러 마치 마알간 진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절로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고단했던 삶이 너무 서글퍼서 눈물이 흐르고,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어린 아이의 가슴앓이가 스물일곱 채 피지 못한 꽃송이가 물위에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린시절, 부모형제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가 나이가 차면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여인의 삶은 '한 남자의 테두리' 안에서 희노애락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삶이 반에 반도 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한 이후의 삶이 진짜 무대인 것이다. 반려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진짜인 것이라고 어른들을 누누이 이야기한다. 어른들의 말이 한치도 틀리지 않지만 한 남자로 인해 여인의 삶이 송두리째 변한다는 것이 나는 정말, 정말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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