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

나는 당신의 정원사,
당신은 나의 장미.

정원사여, 당신에게 장미를 가꿀 재능이 없어도
들판의 민들레는 탐하지 마세요.

<비포 선셋>이후 나를 자꾸 슬프게 만드는 에단호크, 찌질하지만 미워할수 없는 역 너무 잘 어울린다.
외면할 수 없는 그의 연기와 살아있는 모든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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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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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고 서경이가 말했다.

힘들고 지친 사람은 혼자 일어서기 힘들다.
누군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든 말이든 건네야 한다.

‘나‘는 엄마의 죽음과 고양이 상철의 울음소리로 인해 괴로워하다 서경의 말을 듣고 성불사에 찾아간다. 이제 그 곳에선 다시 또다른 이들이 말과 음식을 건넨다.
오직 된장으로만 기가막힌 맛을 낸 음식들을 내놓으면서 묻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디로 가십니까?


삶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답이 아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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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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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나는 새해가 되어도 희망찬 계획을 세운다거나 이루고 싶은 소망들이 무엇인지 가늠해보는 일들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 현재의 일들이 틀어지지 않고 잘 진행되기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기를 더 바라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새해 첫 달 이누이 루카<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를 읽었다. 과거와 미래보다 현재 삶에 더 충실하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마음을 울리는 순간이란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작거나 크게 삶을 변화시키고 마음의 울림을 남긴 순간의 시간이 있다. 물론 그 시간을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살아온 인연의 퍼즐조각을 찾아 맞추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뺨을 스치는 따듯한 봄기운을 느낄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밤의 냄새가 났다. 어딘가 비밀스러운 냄새였다. …… 그 후로 나에게는 한밤중 몰래 집을 빠져나와 동물원에 간다는 비밀이 생겼다. <한밤의 동물원> 28, 39

 

  비밀을 간직한 사람은 다른 세계를 마음에 품은 것과 같다. 반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힘겹게 학창시절을 보내던 엔도 다다시’. 자신의 괴로운 마음도 모른 채 학원에 보내려는 부모님과 싸우게 된 날 밤, 집을 나온 그가 우연히 발견한 곳은 주홍불빛을 뿜어내고 있는 동물원이었다. 무작정 집을 나와 길을 헤매던 엔도 다다시에게 동물원의 불빛은 비밀을 만들어주었고, 삶을 변화시킨 첫 순간이 되었다.

 

이름이란 신기하다. 원래는 개인을 나타내는 기호에 지나지 않았지만, 때로는 부르는 것만으로 서로를 단단히 이어주는 힘을 지닌다. 서로 이름을 아는 것은 가장 초보적이고도 중요한 인간관계의 구축이다. …… 내가 잊어버렸을 뿐,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 걸까?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116, 117

 

  양로원에 자원봉사 나온 젊은 이시바시 가요는 그곳에서 완고하기로 소문난 이름이 똑같은 이시바시 노인과 친구가 된다. 노인은 숲속 호수가 있었다는 곳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생식물 소나가 자라고 있는 그 호수에 아내가 빠져 죽은 그날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랐던 노인은 결국 병으로 죽고 만다. 그리고 는 노인의 아내가 죽던 날,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이지만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노인과 친구가 된 것은 그가 내 이름표를 바라본 순간 시작되었다.

  벌써 20171월이 끝나가고 있다. 이미 평생 기억될 한 순간이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몇 번 더 다가올 수도 있고. 어쩌면 내일, 살아 있길 잘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이 기대되고 좋다.

 

어째서 내일이 나쁜 날일 거라고 단정하니?

아무도 모르는데.

어쩌면 내일, 역시 살아 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밤산책>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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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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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은 그날,그때를 생각하며 읽었다.
다 읽고 나면 마음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우리에게는 순간순간이 가장 소중한 그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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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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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은 좌절감과 우울함, 질투 그런 것이었다. 현직 판사로 일하면서 소설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유석씨를 보니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쓰겠다며 매일 노트북을 열고 닫는 내 자신이 상대적으로 작고 게으르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바쁘신 분이 어떻게 시간을 내서 글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것은 수확이다. 솔직히 판사에 대한 선입견은 크게 깰 것이 없다. 처음부터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보통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판사들이 하는 역할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대사나 표정도 비슷해서 검사나 변호사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평상시 삶 속에서 진짜 판사를 본 적도 없다. 나에게 판사란, 어려운 공부를 통과한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재판에서 판결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내 삶에 그다지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 그런 존재였다. 한마디로 판사란 물 같고 공기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판사들의 삶에서 동질감과 위로를 얻었다. 책을 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머릿속에 그려진 판사들의 모습은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하는 장면이 아니라 늦은 밤까지 높이 쌓여 있는 A4용지를 넘기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거북목이 되도록 기록을 읽고 또 읽는 것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혼자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쓰는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것이 왜 위로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 기록은 판사 소유의 물건은 아니다. 오히려 판사의 삶을 소유하고 있는 물건인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판사의 삶이란 기록을 보는 삶이다. 판사가 보는 기록은 타인들의 삶, 그중에서도 갈등, 분노, 의심의 장면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것도 객관적인 제3자가 아니라 갈등의 당사자 각자가 자기 시각에서 바라본 모습들을. 정말로 기록된 것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 판사의 삶은 이런 의미의 기록 더미 속에서 진실의 희미한 흔적을 찾아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품 역시 기록이다. 136~137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도 판사와 매우 비슷하다.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쓴다는 것에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겪는 갈등, 분노, 의심, 미움, 눈물 등 삶의 희로애락이 집약적으로 들어있고, 그것을 생각하며 문장과 문장사이에서 고민한다. 그 모습이 매우 흡사해서 놀랐다. 그 기록 안에는 타인들의 문제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들어있고, 그것들이 한데 섞여서 힘들게 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어떤 기록이든 글이란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을 닮고 있으니까. 박판사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작 판사가 되어 사건 기록을 보는데, 자꾸만 말을 걸어와요. 기록 속의 사람들 이요. ” 193

 

  판사들이 객관적인 사실과 판단을 바탕으로 최대한 정확하게 판결하기 위하여 골무가 닳도록 기록을 본다는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기록된 문장과 문장사이 행간 속에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고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해석과 놓쳐버린 문장 하나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어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게 될지 모르니 매일 밤 판사들은 판결에 관련된 수많은 기록을 읽고 또 읽으며 검증해 나갈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법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인간 본성의 선한 양심이 발휘되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당사자끼리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억울하고 원통한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법원을 찾는 사람들은 넘쳐날 것이다. 법 앞에 서서 가난하고 힘이 없는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고, 때로는 억울한 판결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누군가의 기록을 읽고 토의하며 판결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판사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법조인이든 일반 국민이든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라도 억울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재판에 참여했던 노인의 외침처럼 말이다.

 

안 됩니다! 더 합시다! 우리 처음부터 다시 토론합시다!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 아 니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힘 닿는 데까지 토론합시다. 그게 도리 아닙니까.” 360

  모든 판사들이 기록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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