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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솔직하고 다정하게 내 안의 고독과 만나는 방법
에바 블로다레크 지음, 이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처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던 서른 살, 런던에서 에든버러를 향해 밤새 8시간을 달려가던 버스 안에서 나는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버스 안에는 나와 동생, 멕시코에서 왔다는 스무 살 먹은 두 명의 여학생 이렇게 4명뿐이었다. 나는 지구가 아닌 우주공간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동생도 다른 사람들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에서 시작된 지도 모를 외로움에 빠져 무섭고 두려웠던 밤이었다. 마치 외로움이란 단어가 내 온 몸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이란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그때가 떠오른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꼈던 소외감이나 외로움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에 나 홀로 던져진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외로움이란 감정으로 자리했던 것이다. 그 순간 사람은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 감정의 두려움과 무서움은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나온 모든 존재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까지도 그것을 느끼고 경험할 것이다. 그러니 때때로 외롭고 힘들다고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고백하고 인정해야 한다.
만약 그때 버스 안이 사람들로 꽉 차 있고, 평소에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다면 그런 감정은 아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8시간이나 되는 긴 밤을 달려가는 동안 사람들과 나누었던 의 이야기가 쌓이고, 친구의 잠든 얼굴을 엿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느꼈던 감정은 내 존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을 외롭게 만드는 것들이 한 시절 힘들고 괴롭게 만들기는 하나 그것을 딛고 더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했다.
이 책의 특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책속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사례들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도 그 중 하나에는 해당될 수 있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이 어린 시절, 부모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고통이며, 그로인해 성인이 되어서까지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경우라든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죽음, 늙고 나약해진 육체적· 정신적 고통 때문이든 상관없다. 그중 하나라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그로 인해 점점 자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나에게 보내는 사인에 귀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의사를 찾아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제외하고 저자가 추천하는 처방전을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과 재미있게 놀 수 있을 때 진정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되면 폐소공포증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불러오는 것이다. … 어떤 성향이든 관계없이 혼자서도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51.p
나는 이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 중 ‘15분 동안만’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시작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든 시작하고 15분까지만 계속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그만 두어도 상관없다. 나는 그 방법으로 시작한 그림 그리기로 우울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잘 보냈던 경험이 있다. 그 누구보다 자신과 대화하고 혼자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사람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살다 보면 컴컴한 어둠 속에 혼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두렵고 무서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외로움은 나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럴 때 제일 먼저 내 자신에게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품고 있을 때 끝도 없이 커지기만 하던 상상이 말하는 순간 작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