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남자, 그들은 차갑고 냉철하며, 능률과 효율, 업적에 높은 가치를 두며,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사물이나 사실에 관심이 많다.

남자,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조용히 생각하며 혼자서 해결책을 강구하며, 강하고 이성적인 존재들이다.

여자, 그들은 뜨겁고 변화무쌍하며, 사랑과 대화,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여기며,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행복을 느낀다.

여자,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타인이 공감해주길 기대하며, 부드럽고 감정적인 존재들이다.

남과 여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가두게 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러한 가르마 타기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도 잘 나타나 있어

국경을 넘어 고착화된 오래된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남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불편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집필되었다고 한다.

남자들의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들려주는 이 책은 남자들의 내면 세계에 관해 이야기 한다.

남자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어쩐지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그들도 따지고 보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약하고 외로움에 민감한 나약한 존재인데,

남자 답기를 바라고 남자다움을 요구하고 남자로서의 의무만 강요해 어깨를 무겁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의 문화적 주문이 남자들의 감정을 안으로 삭히게 만들고,

경제적 요구가 더러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닫게 했음을 발견하니 연민이 느껴진다.

 

남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불편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한다는 이 책의 목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남자들이 좀 더 솔직해지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본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정직함과 자신의 감정이나 아픔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솔직함,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스티브 비덜프 의견에 동의한다.

스티브 비덜프는 이것이 남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독제라고,

그렇게 해야 비로소 남자들은 인간이라는 종족에 다시 합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빗장을  스스로 열 때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을 것이며,

남성다움에서 해방되어 자기 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남자들의 고민을 통해 그들의 속마음을 엿보며 많은 부분 공감을 했으나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꽤 있었다.

남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남자의 심리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책은 아니다.

남자의 심리를 이야기 하지만 결국 여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심리를 이야기하는 책 같다.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심리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남자다움은 진정한 인간다움의 동의어가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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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두 눈 감고 시작해서 서서히 눈을 뜨게 되는 게 결혼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 전 연애 시절에는 상대의 단점도 멋지게 보이고 그 단점을 얼마든지 수용할 것 같은 태세이나

막상 결혼하고 나면 상대의 단점은 눈엣가시처럼 못마땅하고 거슬린다.

게다가 결혼 전에 보지 못했던 당혹스러운 점까지 보게 된다면 눈에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실망하기 쉽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결혼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의 목적을 '행복'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양재 목사님은[복 있는 사람은]에서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거룩'이라고  강조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결혼의 목적이 아닐뿐더러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다면, 그 결혼은 100퍼센트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배우자를 보며 '저 사람은 어떤 사연이 있어서 저럴까'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배우자의 문화와 사연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집안에서 나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행복을 좇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기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러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지혼식]에 소개된 8편의 가정 이야기는 약속이나 한듯 한결같이 행복과 거리가 멀다.

책을 덮은 뒤에도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 한동안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결혼이란 게 무얼까, 왜 결혼을 하는 걸까, 나는 어떤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책은 여덟 부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결혼 생활과 현실의 괴리,

배우자가 곁에 있어도 느끼는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한다.

 

세상의 모든 가정들이 책 속의 부부와 같다면 온전할 가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고 외로운 여덟 부부 이야기는 우리네 사는 모습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같고 소설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기 곤란하다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내가 보기엔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어나고 있는 실현가능한 사례로 보여진다.

일례로 바퀴벌레를 넣고 끓인 죽을 남편에게 주는 아내의 사례는 어느 여자 연예인의 경험담과 닮아 있다.

그녀는 남편이 술 마시고 오는 날이면 씻지 않은 콩나물로 국을 끓이고 씻지 않은 쌀로 밥을 지어 남편에게 준다고

방송에서 공공연히 떠들었다.

남편의 음식 씹는 소리가 듣기 싫어 남편이 집에 들어올 시간이 되면 먹을 것을 모조리 숨기는 아내 이야기도 있다.

그녀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 속에 바퀴벌레를 넣은 음식 이야기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보통 사람들의 비일비재한 외도는 또 어떤가.

어느 공인은 애인 없는 기혼자는 1급 장애인이라는 말을 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 말을 바꾸면 애인 없는 기혼자가 드물다는 뜻이 된다.

결혼 문화가 이렇게 바뀐 것은 시대의 분위기 탓인지, 저들이 변명하는 외로움 탓인지 모르겠다.

 

뜨겁게 사랑하던 연인이 부부가 되어 서로를 대하는 게 달라졌다고 느끼면서

차츰 사랑이 식어지고, 감정이 대립되고,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는 첫 이야기인 <도계자>는 일반적인 부부의 모습이다.

그러나 결혼 전 동거하고 아이까지 있는 남편의 과거지사나

거짓으로 행복을 가장하는 부부,

상상으로 바람피는 아내와 드러내놓고 바람피는 남편,

이혼을 꿈꾸는 권태기의 부부 등 진도를 나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결혼 생활에서 나타나는 모든 형태의 갈등을 모아놓고 결혼해서 더 외로운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결혼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가 의도한 바가 무엇일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결혼으로 외로움을 떨치고 싶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시작해서 서서히 눈 감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는 게 아니라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면,

두 눈 감고 시작해도 좋을 것이고, 결혼을 배제한 인생을 설계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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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뜬 거울
최학 지음 / 문예사조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다 자연에 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길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숲속에 여린 새싹이 딱딱한 땅을 헤집고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봄이나

만산 홍엽으로 물들인 가을날 산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호젓하게 오솔길을 걷다보면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 아름답고 오묘한 자연을 시로 노래하고 싶어 끄적거려보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시상을 펜으로 옮기려고 하면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따로 있나 보다.

 

[바다에 뜬 거울]은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를 읽은 후 두번째 만나는 저자의 작품이다.

첫 만남에서 받은 인상이 강렬해서 저자에 대한 기억은 비교적 분명한 편이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월남 전쟁 이야기는 숨죽이면서 읽었고,

기계치에 대한 이야기는 깔깔거리며 읽었던 터라 시집 또한 기대에 부풀어 펼쳤다.

 

[바다에 뜬 거울]은 서정성 짙은 110편의 시를 담고 있는 시집이다.

이 책은 저자의 둘째 아들 결혼을 기념하는 뜻으로 발간되었다고 한다.

아들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원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녹아있는 이 시집은 내 취향에 딱 맞는 시들로 빼곡하다.

책에 실린 시들은 전체적으로 군살을 과감히 제거한 듯 단촐하며 산뜻하다.

화려한 치장도 거부하고, 요란한 장식도 마다하고, 필요하고 적절한 시어들이 시를 빛나게 한다.

감정의 절제가 그윽함을 선사하고, 여백의 미가 애틋함을 안겨주고, 군더더기 없는 글이 단아함을 더해준다.

군인의 시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서정적이고 부드러움을 지닌 시들이 많아 읽는 이의 마음을 아름답게 물들여준다.

 

제목이 된 '바다에 뜬 거울'은 어둠이 내린 밤바다의 수면을 거울에 비유하고  

수면위의 반짝이는 빛이 파도와 함께 바다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을 쓸쓸하게 노래한다.

밤바다의 수면을 까만 융단 빛 거울에 표현한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말 한마디'는 서울시 문화 위원회에 선정되어 지하철역에 걸린 시이기도 하다.

시인은 바다를 노래하고 호수를 노래하며 노을과 겨울 나무, 가을 밤과 동굴 등 자연을 노래한다.

산사의 종소리와 어머니, 고향, 조약돌, 빈집 등을 등장시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토방과 사립문 툇마루와 물레방앗간으로 옛스러운 멋을 한껏 풍긴다.

시인의 세계엔 고요함과 활기가 공존하고, 쓸쓸함과 즐거움이 교차하고, 그리움과 아름다움, 자연과 사물이 섞여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듯, 말을 아끼는 듯, 평범한 듯한 시인의 시는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빈 집이 늘어가는 시골 풍경의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잘 묘사한 '빈 집'을 소개하며 서평을 마친다.

 

빈 집

 

임자 없는 사립문

검게 물든 문설주

장독대의 봉선화, 민들레는

외로움이 싫어 풀숲에 숨고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토방의 신발은

온 몸이 부르트고

툇마루에 늙은 뒤주는

입 다문 채 말을 잃었다.

 

비바람 쌓여

투박해진 마당에

고양이가

빈 하늘만 낚고

 

날마다 어둠이 내려도

주인은 돌아오지 않고

방에는 빛바랜 체취만이

빈집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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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장영희 교수가 죽기 직전 병상에서 사흘 걸려 쓴 마지막 글이다.

그녀는 이 편지를 끝으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장영희 교수를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샘터>를 구독하면서 였다.

매달 연재되는 칼럼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따스하고 정겨운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와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 맨먼저 읽곤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의 글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평범한 일상에서 감동과 재미를 주는 글감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그녀는

평이한 문체로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과 힘있는 문장을 구사하는 글쟁이이며,

지리멸렬한 삶을 반듯하게 정돈시켜주는 타고난 교수가 아닌가 한다.

 

장영희 교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함박꽃 같은 웃음과 소녀 같은 단발머리다.

어디에서도 그녀의 다문 입이나 다른 헤어스타일을 본 적이 없다.

그녀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줄곧 단발머리의 웃음띤 얼굴이었다.

장영희 교수의 트레이드마크인 화사한 미소와 단발머리는 이제 볼 수 없지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들려주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도전정신, 희망의 노래는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를 것이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샘터>에 연재된 원고를 다듬은 것이다.

 생의 마지막 9년의 시간을 기록한 이 책은 그녀가 대부분 암과의 싸웠던 힘겨운 시간들이다.

2001년 유방암에 걸려 두 번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 2004년 척추암 전이와 지난해 간암 전이 등

세 차례에 걸친 암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힘든 시기에 쓰여진 글이다.

그러나 그녀는 고난의 시간을 우울하게 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과장되게 밝게 묘사하지도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게, 그러나 강한 희망과 강한 긍정, 그리고 강렬한 도전정신을

때론 유머에 담아, 때론 감동을 섞어, 때론 여유를 부리며, 때론 고백하듯 묘사하고 있다.

그녀의 글 속에는 그녀가 닮고 싶어했던 아버지가 있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업어서 등교시킨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를 닮은 그녀의 형제들이 있고,

가슴 아픈 제자와 안타까운 제자들이 있고,

사랑스런 조카와 유년의 착한 친구들과 꿈을 이루지 못한 친구가 있고,

느리고 시간관념이 희박하고, 무슨 일이든 코 앞에 닥쳐야 시작하는 그녀가 있고,

김빠진 일상을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희망 말하기를 즐기는 그녀가 있다.

 

한 편 한 편을 읽다보면 공감되지 않는 글이 없어 함께 웃고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게 된다.

교수가 아닌 친한 언니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소탈하고 편안하다.

모나지 않은 심성에 끌리고, 따뜻한 시선에 감동하고, 솔직함에 매료된다.

자신을 고상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녀가 더없이 친근하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희망 바이러스를 퍼뜨린 그녀는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믿었고 그 믿음으로 3년만에 기적을 일궈냈다.

그리고 그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

새봄을 기다린다던 그녀는 새봄을 기적처럼 맞았다.

삶 자체가 기적이었던 문학소녀가 기다린 새봄만 되면 그녀가 떠오르고 그러면 이 책을 다시 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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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구재 시사회
최승환 지음 / 낮에뜨는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사십구재와 시사회를 합쳐놓은 사십구재시사회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책을 받고서 앞면과 뒷면, 양날개와 후기를 읽으며 제목을 가지고 이것 저것 유추해 보았으나 신통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책을 읽는 중에도 그에 대한 궁금증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으나

중반을 한참 넘기고 나서야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한 번 잡으면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 쉽게 놓지 못한다.

번번이 예상과 빗나간 이야기 전개는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내가 유일하게 맞힌 건, 다은과 서준의 사랑이 영화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다.

 

운명처럼 만나 숙명같은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흔치 않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는 남녀는 모두 자기들의 사랑이 가장 특별하고 아름답다고 말하겠지만,

제 3자가 보아도 다은과 서준의 사랑은 다른 그 어떤 사랑보다 특별하고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다.

그들의 대화와 쪽지, 일사천리로 승승장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하지만 사랑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며,

시련없이 잘나가는 인생도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질투가 난다.

한 사람에겐 운명으로, 한 사람에겐 선택으로 찾아 온 사랑을 순수하고 예쁘게 키워나가지만,

그들에게도 마침내 슬픔이 찾아온다.

그들의 아픔이 너무 커서, 아픔이 아픔인 줄 모르다가 뒤늦게 안 그 아픔이 너무 슬퍼서 나도 함께 울었다.

작가는 이런 슬픔을 미리 준비해 두었기에 그들을 잘나가게 포장했는지 모르겠다.

한 편의 슬픈 영화같은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은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남겨 두련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그것도 멜로 소설이지만,

다른 소설과 다르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독자들을 예측불허 속으로 몰고가 읽는 재미와 긴장감을 톡톡히 준다.

또 강아지에 얽힌 이야기에서는 공포감도 살짝 주면서 소설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 만큼이나 독특하게 구성된 소설,

특이하게 '비연'이라는 주제가가 있는 소설,

게다가 소설에 얽힌 두 건의 비극적인사고 역시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기이하다.

특별한 소설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꼭 읽으라고 전해주고 싶다.

분명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탈자와 띄어쓰기가 눈에 거슬릴 정도로 많아 집중하기 어려웠다.

다음 인쇄 때에는 반드시 교정을 보아야 할 부분이다.

 

책을 다 읽고나자 새로운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강아지를 키운지 6년이 되면 그것을 본다는데, 우리집 강아지도 올해로 정확히 6년째인데 정말 그것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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