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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 격동의 20세기를 살았던 15인의 예술가
진회숙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는 일제 시대부터 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음악가, 화가, 작가, 사진가, 건축가, 영화감독, 무용가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여 많은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책이다. 김순남, 안익태, 소프라노 김자경 등의 음악가와 화가 이중섭과 이은호, 영화감독 나운규와 이만희, 사진작가 임용식, 무용가 최승희, 고미술품 수집가 전형필, 그리고 윤석중, 임선규, 김성환 등의 작가를 소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가들이라는 것 외에 혼란한 시대를 시대를 살았다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일제의 압박과 광복을 지나 분단과 전쟁에 이르는 격동기를 살았던 예술가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중에는 친일파란 꼬리표가 붙은 예술가와 월북한 예술가가 있다.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는 친일파와 월북예술인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고 '예술'에만 초점을 맞춰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이념과 사상은 예술가들에 대한 평가를 흐리게 만들 수 있으므로 오직 ‘예술사적’ 발자취에 초점을 맞춘 기록이라고 보면 된다. 음악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 진희숙은 예술가들의 일대기를 다룬 책과 기사와 자료들을 취합해서 있었던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리했다고 밝힌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자료와 기사를 취합 정리하면서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그 평가에 이견을 보이는 독자가 있다 할지라도 저자의 평가나 소감이 들어갔더라면 시대와 인물을 보는 안목이 넓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혹은 공감대가 형상될 수도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쉽다.
책이 다룬 열다섯 명의 예술가들은 가난과 전쟁,이데올로기 등 급변하는 시대 상황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식민 지배와 가난, 전쟁과 분단의 아픈 역사는 예술가들을 작품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했다. "급변하는 사회, 정치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소극적으로 적응하거나, 무관심하거나, 혹은 대항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일정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했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격동의 시대에 대응했고, 바로 그것이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오늘 우리가 이들의 일대기를 그저 한 사람의 인생역정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열다섯 예술가들의 일생을 차례로 만나며 아동문학가 윤석중 님이 가장 감명 깊었다. 그분이 그렇게 많은 동요를 지었는지, 특히 '어린이날 노래'와 '기찻길 옆 오막살이'와 '퐁당퐁당' 등 수많은 동요가 그분의 작품이었는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에겐 약간 실망했다. 저자는 예술가들을 따라다니는 족쇄를 제거하고 대한민국 예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실에 주목하라고 요구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안익태 선생의 일생을 만나며 내내 머릿속에 친일파란 단어가 맴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대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열다섯 예술가들의 파란한 삶과 빛나는 작품들은 우리와 후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