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장난

못된 장난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책을 읽다 말고 가슴이 아파서 여러번 책을 덮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탄식도 여러번 흘러나왔다. 혹시 우리 아이들도 내가 모르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 않나 하는 불안에 파르르 몸을 떨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도 주인공처럼 전학생이고 나이도 비슷하다. 게다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철로길이 학교 건물을 모두 감싸고 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책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녀석들이 옆에 있다면 혼쭐을 내주고 싶을 정도 화가 났다.  장난이라고 보기엔 정도가 지나치다. 못된 장난으로 봐주기엔 녀석들의 행위가 잔인하다. 가해 입장에서는 장난이라고 말하지만 당하는 피해자 입장에선 치명적인데 어떻게 장난이라고 할 수 있는가.

 

[못된 장난]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왕따를 소재로 하는 성장 소설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열네 살 소녀 스베트라나는 학업 성적이 뛰어난 실업학교 학생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스베트라나는 전액 장학생으로 독일의 명문 학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고 그 바람에 가족이 모두 독일로 이주한다. 김나지움에서도 스베트라나는 뛰어난 성적과 밝은 성격으로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 스베트라나는 마땅찮은 존재이다. 친구들은 해외 이주자에다 명품 옷을 입지 않고, 통학을 하는 스베트라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김나지움은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 귀찮은 부모들이 보내는 기숙형 학교인데 스베트라나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통학을 한다. 집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아이들에게 화목한 가정의 스베트라나가 마음에 들 리 없다. 게다가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니 어쩌면 스베트라나는 왕따 당하기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는지도 모른다. 친구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스베트라나를 철저하게 거부하고 외로운 외톨이로 만든다.


 

놀리고 따돌리는 단순한 장난으로 시작되었던 따돌림은 인터넷 상으로 번지면서 과감해지며 점점 악의를 띠게 된다.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던 스베트라나는 사이버 테러를 당하면서 차츰 몸과 마음이 야위어간다. 그녀가 왜 부모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모를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중에 더 큰 걱정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을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말해주고 싶다.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은 주인공이나 친구를 죽음으로 내몬 학교 아이들이나 모두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에게 부모가 좀 더 관심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부유층 부모들이 아이들을 기숙사로 내치지 않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조금 엉뚱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못된 장난]은  부모 세대의 자기반성을 부르는 책으로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