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물상 - 개정판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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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역시 이철환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울고 웃고 감동하고 안타까워하고 미소지으며 책에 푹 빠져들었다. 꼭지마다 표정이 있고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정겨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친한 벗의 어릴적 이야기, 모두가 가난했고 힘겨웠지만 훈훈한 정을 나누던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는 내 유년기와 겹쳐지는 풍경이 많다. 가게를 하던 우리 집에 껌을 파는 아이들과 구걸하는 사람이 많이 드나든 일, 연탄가스에 온가족이 중독되어 죽다 살아났던 일, 도시락을 못 싸오는 몇 몇 친구, 갈탄 난로 위에 수북하게 쌓아놓은 도시락, 방학이면 시골 외가에 가서 새까맣게 그을리며 친구들과 뛰놀았던 일들이 내 유년 시절과 닮아 있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한 소꿉친구들과 시골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살까? 사무치게 그립다.

 

아이스께끼, 짐자전거, 구멍 난 운동화, 육성회비, 회초리, 공동 화장실, 고물상, 양계장, 가을 운동회! 쉬지 않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에 족한 단어들이다. 이렇듯 <행복한 고물상>은 독자를 추억여행으로 초대해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책 제목인 '행복한 고물상'은 이철환 작가의 아버지가 실제로 운영했던 조그만 고물상의 간판 이름이라고 하는데, 제목부터 정겹다. 책에는 산동네 고물상을 배경으로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와 강직하면서 따뜻한 성품을 지닌 부모님, 친구 같은 쌍동이 형, 누나, 할머니, 친구들과 얽힌 재미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빼곡하다. 작가의 따뜻한 글과 사람 냄새나는 글은 아마도 부모님께 따뜻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영향이지 싶다. 잘못한 일엔 어김없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지만,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겐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작가가 그대로 닮은 것 같다.

 

 

*감동

책을 받고 뒤편 책날개에 적힌 '축의금 만 삼천 원'이란 짧막한 글에 눈이 먼저 갔다. 남자들의 도타운 우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함석헌 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에 비견될 만한 친구를 둔 작가가 부럽다. 하지만 뒷날개의 감동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감동의 물결이다. <연탄길>에 소개된 바 있는 '우리들의 지붕, 아버지'는 다시 읽어도 감동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치는 날 밤, 성치 않은 몸으로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아 가족을 위해 온몸으로 비를 막은 아버지 이야기에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처음 읽은 것도 아닌데.

 

"그날밤 아버지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들의 가난을 아슬아슬하게 받쳐 들고 계셨다. 우리 가족의 든든한 지붕이 되기 위하여 비가 그치고 하얗게 새벽이 올 때까지..."(p60)

 

작가 형제는 골프장 주인에게 받은 돈으로 어머니의 새구두를 사고, 작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질기고 단단한 새바지를 사드리기 위해 아이스께끼 장사를 한다. 가난 속에 孝가 있다는 옛말이 딱 맞다. 가난은 작가에게 효를 비롯해 정직과 성실, 나눔 등 선하고 바른 성품과 물질관 등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가난이 아니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귀한 가르침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작가의 가족은 베풂과 나눔과 섬김의 정신으로 이웃을 사랑한다. 껌을 팔러 온 오누이가 방석 아래 살며시 놓고 간 껌 3통, 상이군인 아저씨가 몰래 놓고 간 옥수수 두 자루, 돌산 할머니가 양은 냄비에 들고 온 호박죽, 삼희네 집에 몰래 갖다 놓은 씨암탉, 되찾은 짐자전거 안에 든 사과봉지 등 인정 넘치는 이야기는 작가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이웃들의 깜짝 선물이다. 내 코가 석자라고 모른척 하지 않았기에 받을 수 있는 사랑의 보답이다. 눈물겹고 아름다운 감동의 향기가 책 밖으로 솔솔 풍겨 나와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웃음 

작가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유년 시절 이야기는 추억과 감동뿐 아니라 웃음도 선사한다. 은실네 집의 무시무시한 개 깜치한테 쫓겨 바지를 벗은 채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형의 이야기는 큰웃음을 준다. 속옷도 입지 않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소년을 상상하니 얼마나 웃긴지 까르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씹던 풍선껌을 형 눈썹에 붙인 일, 변소에서 볼일 보는 작가를 향해 먹던 수박통을 집어던져 보기 좋게 복수한 형, 술래잡기 할 때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숨는 바람에 김치찌개 세려를 받은 일 등은 웃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웃다 울다 미소짓다 하다보니 어느새 한권을 다 읽었다. 따스하고 정겹고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정감 어린 일러스트와 생소하지만 예쁜 형용사와 부사가 이야기를 한층 더 따스하게 해준다. 낯선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투리인지, 옛말인지 알 수 없어 따로 메모를 해두고 책을 다 읽은 뒤 찾아보았다. 덕분에 새로운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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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선물
임창연 지음 / 창연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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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놓다
 
               임창연
 
 
그대 앞에 꽃이 되어
마음을 놓는다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그대의 마음이 나를 본다
나는 이미 그대가 피운 영혼의 꽃
 
그대 영혼의 꽃밭에
마음을 놓는다 

오랫만에 읽은 시집이다. 시집은 주로 선물용으로 구입하는데 이번에는 나 자신을 위한 시집을 골랐다.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시집이다.책을 받고 보니 이 시집이야말로 선물하기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창연 시인도 누구에겐가 선물해야 한다면 이 시집을 드리라고, 이 세상에서 꼭 한 권의 시집을 골라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 시집을 선물하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선물용으로 좋은 이유는 까닭없이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시와 어울리는 배경사진이 첨부되어 있어서 부드럽게 읽히게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선물>에는 사랑에 관한 시가 주를 이룬다. 시를 좋아하지 않거나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져 있어 읽는 순간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랑, 그리움, 떠남, 보냄, 애심을 아름다운 시어와 서정적인 정서로 노래하는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추억에 잠기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연인의 얼굴이 떠오르지 싶다. 사랑이나 이별, 혹은 가슴앓이를 한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르거나 빛바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의 고백처럼 이 시집에는 시인의 온마음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가득하다. 시인은 장미, 능소화. 느티나무, 빗방울, 벚꽃, 봄과 가을, 강과 구름, 목련꽃 등 친근한 자연과 함께 사랑을 노래한다. 임창연 시인의 시에는 상징과 은유가 거의 없다. 그닥 멋을 부린 흔적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 심플함과 담백함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요인이 아닐까 한다. 내겐 '능소화2'와 '마음을 줍다'가 그렇게 다가왔다.

능소화2
 
그대 기대었던 그 자리에
꽃이 다시 피었습니다
 
그대 등에 묻었던 황토를
툭툭 털었던 자리
 
능소화꽃이 통째로
툭툭 떨어집니다
 
그대 보내던 그날
내 마음처럼 툭툭 떨어집니다

 

시인은 아버지를 실외기에 비유한다(p80). 가족을 시원하게 해주기 위해 폭염에 온몸을 내던진 채 서서히 녹슬어 가는 실외기와 아버지가 다를 바 없다. 요즘 젊은 아버지들도 고생하지만,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는 자녀를 위해 정말이지 실외기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고생했다. 모두가 가난했고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가장 고단했을 아버지들의 삶을 생각나게 해주는 시다. 시인은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었단다(p109). 지금도 짜장면을 먹으면 면발마다 아버지의 추억이 줄줄이 달려 올라온다고. 어릴적 짜장면은 지상 최고의 음식이었다. 우리 세대는 너나없이 짜장면에 얽힌 소중한 추억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나하고 연배가 비슷할 것 같다.
 
오랫만에 마음을 울리는 시집을 만났다. 잠시나마 한가로이 추억을 노니는 여유로움도 누렸다.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너무 난해해서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시보다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시를 계속 써주시길 임창연 시인에게 부탁하고 싶다. 특별한 선물을 하려는 분들께 이 시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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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이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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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작가 하면, <즐거운 사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두 편의 소설과 한 권의 시집은 당혹스럽고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과감하게 성애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보수 문학계가 마광수 작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도 그 영향을 받아 야한 작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그의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구태여 외설논쟁에 휩싸인 글을 읽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서.  

 

하지만 <생각>을 읽어 가면서 저자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씩 수정 되었다. 나는 세상이 정해놓은 고정관념으로, 그 잣대로 저자를 판단했던 것이다. 일련의 작품을 한국문학의 품위주의, 양반주의, 훈민주의에 대한 대한 반발로 해석하지 못했다. 문학작품을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도 바라보지 못했다. 협소하고 경직된 사고에서 비롯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시대를 너무 앞서 간 작가를 나를 포함한 다수의 국민이 따라가지 못했고 엄숙한 사회주의가 이를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한마디로 말해 '상상력의 모험'이며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다. 문학은 도덕적 설교가 아니고 당대의 가치관에 순응하는 계몽서도 아니다. 문학은 언제나 기성도덕에 대한 도전이어야 하고, 기존의 가치체제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요,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p60) 

 

저자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을 용감하게 건드린 작품이 명작이라며, 사드와 루소와 이광수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루소는 <에밀>을 발표하고 난 후 사법당국의 체포령을 피해 이웃나라 스위스로 피신했고, 이광수는 <무정>을 발표하고 자유연애를 주장했다고 하여 보수파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말한다. 문학이 근엄하고 결벽한 교사나 사상가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표현의 자율성은 질식되고 만다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으며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교훈적이고, 감동과 재미가 있는 책을 우선으로 선택하는데 앞으론 책 고르는 기준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생각>은 그야말로 마광수 작가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대 생각, 문화 생각, 좋은 생각, 나쁜 생각, 이상한 생각, 야한 생각, 오늘 생각, 내일 생각 등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시대 생각 중 대한민국 생각과 정치 생각, 자유와 도덕 생각은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나는 왜 여지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야!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인구 문제 생각은 당혹스럽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수정해야 한다며 사드의 소설 <규방 철학>에서 나온 해결책을 소개하는데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의 성윤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변칙적 성애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해야 되나, 그 방법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성에 관한 이야기는 민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나 여타의 독특하고 솔직한 생각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저자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풍성한 지식과 비판적이면서 개방적인 사고, 탄탄하고 유려한 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만들어낸 매력이지 싶다. 그러나 예수를 신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 바라보는 글을 종종 쓴다는 점, 예수를 인간적인 휴머니스트로 바라본다는 점, 본디오 빌라도에 대한 생각은 유감이. 예수를 도덕적 개량주의자, 종교개혁가, 경제적 평등주의자로 폄하하는 건 예수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 걸친 마광수 작가의 생각을 엿보며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이 수정되었고 문학에 대한 생각은 일부 수정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나 중심적인 생각만 하며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각의 폭을 주변으로 확대하고, 깊게 사고할 수 있도록,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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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7
한혜원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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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하고 시원해 보이는 파란색 표지가 깨끗한 도시국가,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싱가포르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싱가포르 셀프 트래블>은 싱가포르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최신 버전 가이드북이다.  싱가포르 초보 여행자들이나 몇 번 다녀왔어도 싱가포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여행자들이 챙겨가야할 필수 아이템. 한혜원 저자는 직접 발품을 팔면서 시간과 동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코스를 제시한다. 콘셉트별, 일정별로 꼼꼼하게 안내해준다.
 
 
사진이 조금 흔들렸다ㅡ,.ㅡ 쇼퍼홀릭을 위한 3박 4일 코스 일정, 관광 마니아를 위한 3박 4일 코스, 다이닝에 중점을 둔 싱가포르 미식 여행 3박 4일 코스, 짧은 여행자를 배려한 알짜배기 하루 코스 등을 시간대별로 안내해준다. 어디를 가야할지,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는 여행자들은 시간을 낭비하거나 허둥대지 않아도 된다. 일정표대로 움직이면 싱가포르 여행을 극대화할 수 있겠다. 일정표를 보면서 저자가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았는지 알 수 있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숙소 하나를 소개하더라도 독특한 콘셉트의 부티크 숙소 베스트, 초절정 럭셔리 리조트 베스트, 실속파들을 위한 숙소 베스트, 초보 이용자들을 위한 호텔 이용 팁 등을 내,외부는 물론 부대시설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어떻게 하면 여행자가 쉽게, 더 재밌고 실속있게 여행을 하고 돌아올까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경비만 여유롭다면 흠잡을 데 없는 화려한 객실에서 세심한 서비스를 받으며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역시 먹거리다. 미식가들의 최고 여행지가 싱가포르라는데, 가능한 빨리 싱가로프의 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식문화 수준이 높다. 스타 셰프로 일컬어지는 이들의 화려한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퀄리티 높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도 쉽게 맛볼 수 있다. 그렇기에 정작 싱가포르의 음식은  먹어보지 못하고 여행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독특한 싱가포르 푸드, 처음엔 낯설겠지만 점차 무한한 매력에 빠질 것이다."(p58)
 
 
 한 번 맛을 보면 절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 칠리크랩. 칠리크랩은 세계 7대 아이코닉 음식 중 하나여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달콤하고 매콤한 칠리크랩은 우리 입맛에도 아주 잘 맞아서 한국인 여행자들에겐 필수 먹거리로 꼽힌다. 크랩을 전문으로 하는 각 레스토랑의 닮은 듯 다른 맛을 알려준다. 보기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싱가포르 셀프 트래블>은 출입국 정보에서부터 현지 교통정보, 영어회화, 가봐야 할 추천 명소, 스파, 쇼핑몰 등을 소개하고 있어 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금 당장 떠나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흥분된다. 찬찬히 정보를 살필 시간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핵심 정보만 골라서 읽을 수 있는  Mission in Singapore를 준비해 사진 위주로 꾸며 싱가포르 여행을 만끽하도록 도와준다. 이를테면, 파인 파이닝을 즐기고 싶은 독자들은 정독하지 않고도 바로 파인 파이닝을 즐기기 좋은 장소를 알아볼 수 있다.  
 

Enjoy Singapore 에선  싱가포르의 각 지역에 대한 상세정보를 싣고 있다. 마리나 베이, 올드 시티, 오차드 로드, 리버사이드, 부기스, 아랍 스트리트, 리틀 인디아, 차이나타운, 홀랜드 빌리지 등 싱가포르 기타 지역의 상세지도와 함께 관광, 레스토랑, 나이트라이프, 스파, 쇼핑, 숙소 정보를 담고 있다. 지역 정보와 지도를 보며 가고 싶을 곳을 선택해 일정을 짜면 경제적이고 알찬 나만의 여행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더라도 훗날 싱가포르 여행을 꿈꾸는 초보 여행자에게 실속있는 가이드북이다. 싱가포르를 제대로 보고, 느끼고, 알고, 맛보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똑똑한 셀프 트래블이다. 나도 막연하게 싱가포르 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이 책 한권 이라면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테마별로 여행 스케줄을 짜주고 단계별로 꼼꼼히 알려주고 있으니 그대로 움직이면 되겠다. 스파, 쇼핑, 리조트, 축제, 뮤지엄, 관광 등 원하는 모든 정보가 실린 이 책 한권이면 알차고 실속있고 후회없는 싱가포르 여행을 떠나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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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인문학 - 흔들리는 영혼을 위한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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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사람답게 나답게

 

 

인문학의 위기라고 걱정을 하던 몇 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영역에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가는 물론 대기업과 병원, 가깝게는 구청에서도 인문학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대학에선 학생을 포함해 기업인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강의하고, 병원에서는 인문학을 결핵환자 치료와 재활에 활용하고, 대기업 입사 면접에선 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하는 질문을 던진다. 한때 실용학문에 밀려 위기에 처했던 인문학이 인문학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人文學)의 사전적 정의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며,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에 대한 글을 배우는 학문'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사람의 무늬(文), 즉 사람의 본성이나 사람됨,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그렇다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의 인문학>에는 인문학이 유행 처럼 번지는 이유와 사람(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쉽고 설득력 있게 담고 있다. 단국대학교에서 '인문학과 사회진출'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구어체로 옮겨 마치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인문학 명강의를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듣는 책, 그래서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

 

저자는 5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유명한 문장을 인문학과 연결해 설명한다. 높이 난다는 것은 내가 어디쯤에서 어떻게 날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며, 반대로 낮게 나는 것은 먹이를 잘 잡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서 낮게 난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며 생존을 위해 낮게 나는 이들의 생각을 환기시켜 주는 문장이 있어 옮겨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높이 날아보는 경험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방향을 점검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활동들이 없으면 낮게 날아가는 삶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력을 감당하기 힘들어요. 낮게 날면 늘 현실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아야 하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왜 생겼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높이 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p27)

 

 높이 나는 새가 되려면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를 먼저 체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조나단은 아이들 손에 들린 새우깡을 먹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한강 유람선으로 몰리는 갈매기 떼와 분명 구별되는 갈매기다. 먹을 것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거나 먹고 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나는 것에 집중한 갈매기다. 그래서 조나단은 푸른 창공을 가르며 높이 난다.

 

이렇듯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체크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청춘들에게 이것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공부만 죽어라 했으니 어떤 삶이 가치있는지,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고민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취업이라는 거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쌓기에 열중인 학생들에게 어쩌면 사치스런 고민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안전하고 전망있고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 가기 위해 혼자서 죽어라 노력하는 과정이 우리를 파련화시킨다고 우려하며 386세대의 당시 대학풍경을 들려준다. 수업은 뒷전이고 군사정부에 저항하고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던 386세대는 자기 자신에 갇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를 향해 문을 열고 사람을 만나며 공동체를 만들었다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386세대와 대조적인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당부한다.

 

"왜 내가 취업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가진 문제는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진짜 자기 삶을 살려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p203)  

 

<청춘의 인문학>은 인문학 바람이 부는 이유를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설명하며, 인문학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인문학은 인간다운 삶, 자기다운 삶을 생각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3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 사회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것이 책을 읽게 된 계기라고 밝힌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두 재미나게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으나 저자 혼자 책벌레가 되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독서연구소를 운영하고 여전히 공부하는 자기계발 전문가의 삶은 그가 원하던 삶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많은 젊은이들을 세워주고 그들의 인생 길을 안내하는 이시대 인문학 멘토로 자리매김한 안상헌 저자가 참 멋지게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인문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 강 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자의 탁월한 통찰과 인문학적인 시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살피기 원하는 이들에게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주는 이 책은 인문학서적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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