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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이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월
평점 :
마광수 작가 하면,
<즐거운 사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두 편의 소설과 한
권의 시집은 당혹스럽고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과감하게 성애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보수 문학계가 마광수 작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도 그 영향을 받아 야한 작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그의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구태여 외설논쟁에 휩싸인 글을 읽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서.
하지만
<생각>을 읽어 가면서 저자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씩 수정 되었다. 나는 세상이 정해놓은
고정관념으로, 그 잣대로 저자를 판단했던 것이다. 일련의 작품을 한국문학의 품위주의, 양반주의, 훈민주의에 대한 대한 반발로 해석하지
못했다. 문학작품을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도 바라보지 못했다. 협소하고 경직된 사고에서 비롯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시대를 너무 앞서 간 작가를 나를 포함한
다수의 국민이 따라가지 못했고 엄숙한 사회주의가 이를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한마디로 말해 '상상력의 모험'이며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다. 문학은 도덕적 설교가 아니고 당대의 가치관에 순응하는
계몽서도 아니다. 문학은 언제나 기성도덕에 대한 도전이어야 하고, 기존의 가치체제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요,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p60)
저자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을 용감하게 건드린 작품이 명작이라며, 사드와 루소와 이광수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루소는 <에밀>을 발표하고 난
후 사법당국의 체포령을 피해 이웃나라 스위스로 피신했고, 이광수는 <무정>을 발표하고 자유연애를 주장했다고 하여 보수파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말한다. 문학이 근엄하고 결벽한 교사나 사상가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표현의 자율성은 질식되고 만다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으며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교훈적이고, 감동과 재미가 있는 책을 우선으로 선택하는데 앞으론 책 고르는 기준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생각>은
그야말로 마광수 작가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대 생각, 문화 생각, 좋은 생각, 나쁜 생각, 이상한 생각, 야한 생각,
오늘 생각, 내일 생각 등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시대 생각 중 대한민국 생각과 정치 생각, 자유와 도덕 생각은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나는 왜 여지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야!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인구 문제
생각은 당혹스럽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수정해야 한다며 사드의 소설 <규방 철학>에서 나온
해결책을 소개하는데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의 성윤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변칙적 성애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해야 되나, 그 방법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성에 관한 이야기는 민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나 여타의 독특하고 솔직한 생각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저자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풍성한 지식과 비판적이면서 개방적인 사고, 탄탄하고 유려한 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만들어낸 매력이지 싶다. 그러나 예수를 신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 바라보는 글을 종종 쓴다는 점, 예수를 인간적인 휴머니스트로 바라본다는 점,
본디오 빌라도에 대한 생각은 유감이다. 예수를 도덕적
개량주의자, 종교개혁가, 경제적 평등주의자로 폄하하는 건 예수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 걸친
마광수 작가의 생각을 엿보며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이 수정되었고 문학에 대한 생각은 일부 수정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나 중심적인
생각만 하며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각의 폭을 주변으로 확대하고, 깊게 사고할 수 있도록,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