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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인문학 - 흔들리는 영혼을 위한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인문학, 사람답게 나답게
인문학의 위기라고 걱정을 하던 몇 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영역에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가는 물론 대기업과 병원, 가깝게는 구청에서도 인문학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대학에선 학생을 포함해 기업인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강의하고, 병원에서는 인문학을 결핵환자 치료와 재활에 활용하고, 대기업 입사 면접에선 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하는 질문을 던진다. 한때 실용학문에 밀려 위기에 처했던 인문학이 인문학의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人文學)의 사전적 정의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며,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에 대한 글을 배우는 학문'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사람의 무늬(文), 즉 사람의 본성이나 사람됨,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그렇다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의 인문학>에는 인문학이 유행 처럼 번지는 이유와 사람(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쉽고 설득력 있게 담고 있다. 단국대학교에서 '인문학과 사회진출'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구어체로 옮겨 마치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인문학 명강의를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듣는 책, 그래서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
저자는 5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유명한 문장을 인문학과 연결해 설명한다. 높이 난다는 것은 내가 어디쯤에서 어떻게 날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며, 반대로 낮게 나는 것은 먹이를 잘 잡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서 낮게 난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며 생존을 위해 낮게 나는 이들의 생각을 환기시켜 주는 문장이 있어 옮겨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높이 날아보는 경험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방향을 점검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활동들이 없으면 낮게 날아가는 삶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력을 감당하기 힘들어요. 낮게 날면 늘 현실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아야 하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왜 생겼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높이 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p27)
높이 나는 새가 되려면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를 먼저 체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조나단은 아이들 손에 들린 새우깡을 먹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한강 유람선으로 몰리는 갈매기 떼와 분명 구별되는 갈매기다. 먹을 것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거나 먹고 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나는 것에 집중한 갈매기다. 그래서 조나단은 푸른 창공을 가르며 높이 난다.
이렇듯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체크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청춘들에게 이것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공부만 죽어라 했으니 어떤 삶이 가치있는지,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고민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취업이라는 거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쌓기에 열중인 학생들에게 어쩌면 사치스런 고민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안전하고 전망있고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 가기 위해 혼자서 죽어라 노력하는 과정이 우리를 파련화시킨다고 우려하며 386세대의 당시 대학풍경을 들려준다. 수업은 뒷전이고 군사정부에 저항하고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던 386세대는 자기 자신에 갇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를 향해 문을 열고 사람을 만나며 공동체를 만들었다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386세대와 대조적인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당부한다.
"왜 내가 취업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가진 문제는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진짜 자기 삶을 살려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p203)
<청춘의 인문학>은 인문학 바람이 부는 이유를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설명하며, 인문학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인문학은 인간다운 삶, 자기다운 삶을 생각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3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 사회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것이 책을 읽게 된 계기라고 밝힌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두 재미나게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으나 저자 혼자 책벌레가 되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독서연구소를 운영하고 여전히 공부하는 자기계발 전문가의 삶은 그가 원하던 삶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많은 젊은이들을 세워주고 그들의 인생 길을 안내하는 이시대 인문학 멘토로 자리매김한 안상헌 저자가 참 멋지게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인문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 강 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자의 탁월한 통찰과 인문학적인 시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살피기 원하는 이들에게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주는 이 책은 인문학서적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