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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선물
임창연 지음 / 창연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마음을 놓다
임창연
그대 앞에 꽃이 되어
마음을 놓는다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그대의 마음이 나를 본다
나는 이미 그대가 피운 영혼의 꽃
그대 영혼의 꽃밭에
마음을 놓는다
오랫만에 읽은 시집이다. 시집은 주로 선물용으로 구입하는데 이번에는 나 자신을 위한 시집을 골랐다.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시집이다.책을 받고 보니 이 시집이야말로 선물하기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창연 시인도 누구에겐가 선물해야 한다면 이 시집을 드리라고, 이 세상에서 꼭 한 권의 시집을 골라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 시집을 선물하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선물용으로 좋은 이유는 까닭없이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시와 어울리는 배경사진이 첨부되어 있어서 부드럽게 읽히게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선물>에는 사랑에 관한 시가 주를 이룬다. 시를 좋아하지 않거나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져 있어 읽는 순간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랑, 그리움, 떠남, 보냄, 애심을 아름다운 시어와 서정적인 정서로 노래하는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추억에 잠기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연인의 얼굴이 떠오르지 싶다. 사랑이나 이별, 혹은 가슴앓이를 한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르거나 빛바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의 고백처럼 이 시집에는 시인의 온마음이 담긴 사랑의 노래로 가득하다. 시인은 장미, 능소화. 느티나무, 빗방울, 벚꽃, 봄과 가을, 강과 구름, 목련꽃 등 친근한 자연과 함께 사랑을 노래한다. 임창연 시인의 시에는 상징과 은유가 거의 없다. 그닥 멋을 부린 흔적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 심플함과 담백함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요인이 아닐까 한다. 내겐 '능소화2'와 '마음을 줍다'가 그렇게 다가왔다.
능소화2
그대 기대었던 그 자리에
꽃이 다시 피었습니다
그대 등에 묻었던 황토를
툭툭 털었던 자리
능소화꽃이 통째로
툭툭 떨어집니다
그대 보내던 그날
내 마음처럼 툭툭 떨어집니다
시인은 아버지를 실외기에 비유한다(p80). 가족을 시원하게 해주기 위해 폭염에 온몸을 내던진 채 서서히 녹슬어 가는 실외기와 아버지가 다를 바 없다. 요즘 젊은 아버지들도 고생하지만,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는 자녀를 위해 정말이지 실외기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고생했다. 모두가 가난했고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가장 고단했을 아버지들의 삶을 생각나게 해주는 시다. 시인은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었단다(p109). 지금도 짜장면을 먹으면 면발마다 아버지의 추억이 줄줄이 달려 올라온다고. 어릴적 짜장면은 지상 최고의 음식이었다. 우리 세대는 너나없이 짜장면에 얽힌 소중한 추억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나하고 연배가 비슷할 것 같다.
오랫만에 마음을 울리는 시집을 만났다. 잠시나마 한가로이 추억을 노니는 여유로움도 누렸다.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너무 난해해서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시보다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시를 계속 써주시길 임창연 시인에게 부탁하고 싶다. 특별한 선물을 하려는 분들께 이 시집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