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로 얻은 원룸에서 4주를 보냈다. 그 기간 중 밤에 잘 때 고양이는 내 머리 옆에서 잘 때가 많았다. 보통 다리 사이나 옆구리에 붙어서 자곤 했는데 장소가 바뀌자 불안했는지 자는 위치를 바꿨다. 집사의 체취를 가장 확실하게 맡으면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위치가 얼굴 근처다. 덕택에 녀석이 꼬리를 흔들 때 자주 얻어맞아야만 했다. ***
하나. 저쪽 창보다 이쪽 창이 더 좋다. 그러니 당장 나무판을 이쪽 창틀로 옮겨라.
하나. 비닐 팩에 임시로 담아온 사료는 냄새 나서 먹지 않는다. 그러니 원래 포장에 담긴 사료만 제공하라.
하나. 예고 없이 영역을 옮겼으니, 까까를 다른 때보다 하루에 두 번씩 더 제공하라.
하나. 밤에 잘 땐 아저씨 머리통 옆에 내 잠자리를 제공하라.
이게 내 요구 조건이다! 들어주지 않으면, 화장실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겠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사방에 모래를 흩뿌릴 거다!
“뭐래? 월이 너, 계속 야옹거리는 거 보니까 이제 좀 적응했나 보다?”
알아들어라, 이 생각 없는 아저씨야! 왜 니 말은 내가 알아듣는데 내 말은 니가 못 알아듣는 거냐? 불공평하다!
“아저씨 잔다. 너도 자라.”
이, 이 천하태평 아저씨, 무념무상 아저씨 같으니.
(침대 위로 점프. 아저씨 머리 바로 옆에 자리 잡음) 아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내가 속이 터져서... 웅얼웅얼, 꿍얼꿍얼.
“... 야, 꼬리 좀 가만 놔두면 안 되겠냐?”
뭐래? 고양이는 잔다. 아저씨도 자라. (휙휙)
“너, 일부러 그러는 거 같은데?”
고양이 꼬리는 자아가 따로 있거든. 걔가 생각이 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