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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레 미제라블 1 (한글) 더클래식 세계문학 81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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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장발장'이란 그림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현재 관점에서 본다면 저작권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세계 문학을 아동용 그림책으로 바꾼 시리즈가 아닐지 싶은데. 페이지마다 그림이 반을 차지하고 커다란 글씨가 나머지 반을 차지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줄거리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빵 한 개 훔쳤다고 지나친 벌을 받았고 출소 후 신부님의 관용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정도. '레미제라블'이란 버젓한 제목을 가진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중고등학교 시절쯤. 다행히 장 발장이란 주인공 이름은 머리에 각인된 상태였는데 '머리가 긴(장발) '이라는 뜬금없는 어린 시절 연상작용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다.

 

그렇게 가짜도 아니고 진짜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내 머릿속에 존재하던 소설을 이번에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싶어 도전했는데. 어라, 5권이다. 빵 훔치고 벌 받고 용서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됐는데 어쩌자고 5권씩이나? 그래 어쨌든 일단 시작하자. 전자책을 내려받고 글씨를 보기 좋게 세팅한 후 페이지 수를 봤더니 전체 페이지가 800페이지다. 볼수록 놀라운 녀석이로세. 그래, 가 보자. 결론만 얘기하자면, ', , 용서, 훌륭한 사람'1권에 다 들어가 있다. 대략 2/3 정도 내용이다. 이것만으로도 기가 다 빠질 판인데 작가가 프랑스 혁명 전후의 인물들, 사상, 정치, 유행 등 거의 모든 시대 배경을 잔뜩 집어넣었다. 만약 각주를 따로 넣었다면 800페이지 중의 100페이지쯤은 가뿐히 차지했을 거다. 그래, 가 보자. 1권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내가 잘못된 시대에 잘못된 장 발장(그림책)을 만났던 거였구나. 넌 대하소설이었어. 그것도 아주 불친절한. 그나마 다행인 건 할당된 페이지가 많은 탓에 작중인물이 갈등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에 대한 묘사가 아주 세세하다. 그래서 함께 빠져들어 허우적대다가 ''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헤어 나오게 되는, 그런 힘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 1권 읽었다. 주요 인물이라는 코제트는 아직 입도 뻥긋 못한 상태지만, 책에 있는 글씨 중 10~20% 정도는 전혀 이해 못 한 상태지만, 그래 가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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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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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를 키운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 있었고 2년 전까지도 베란다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거의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몇 개가 추가되고 몇 개는 사라지긴 했지만, 개중엔 내 기억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던 녀석들도 있었다. 화분으로서 수명만 40년이 훌쩍 넘었단 얘기다. 어린 시절 주택에 살았을 땐 물을 주거나 비가 내릴 때면 무거운 녀석들을 낑낑대며 마당으로 들고 나가곤 했다. 화분이 내게 직접 무엇을 해준 건 없다. 하지만... 어쩌면... 화분을 나르며 낑낑대던 어린 시절 나는 '공존'이라는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배우며 실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함께 살아갔다.

 

사람은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내지 못한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세상엔 별의별 존재가 다 있으니까.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혼자서 버거워한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삶을 지탱한다. 삶을 더 윤택하게 한다. 너무 긍정적인가? 그렇다면 삶이 함몰되지 않게 한다. 소설 속 일화와 월화, 목화와 목수, 미수와 복일, 목화와 루나처럼. 같은 듯 완전히 다른 둘이지만 동전의 앞뒤처럼 둘은 같이 있음으로써 더욱 온전한 하나가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을 버텨낸다.

 

하지만 버텨낸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의 삶이 오롯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삶은 80억 지구 사람들의 삶 중 그냥 하나일 뿐일까? 아니면 나란 존재가 살아가는 삶과 다른 누군가의 삶, 또 다른 누군가의 삶들이 하나하나 합쳐져 80억 지구 사람들의 삶을 이룬 것일까? 말장난 같지만 '아무나 하나'인 것과 '오직 하나뿐'인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또한 그건 존엄의 문제이자 인간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존재 그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소설에 나오는 특이한 능력. 눈앞에(꿈속에) 펼쳐지는 수많은 죽음 중에 지명된 단 한 명만을 살릴 수 있는 능력. 이 능력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갈등하고 고민한다. 사람마다 다른 태도를 보이지만 그 갈등과 고민은 다름 아닌 존재에 대한 거다. 어려운 시절 다양한 죽음을 몸소 겪은 임천자에겐 그 능력은 기적이었고,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린 시대를 살았던 장미수에겐 악마의 재능이었고, 이미 물질적 가치가 지배하는 세상에 발을 딛고 있는 목화에겐 자기 자신과 모든 대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몰가치의 능력이다. 그래서 임천자는 순응했고, 장미수는 신복일과 함께 버텨냈고, 목화는 목수와 함께 아무나 하나가 아닌 의미 있는 단 한 명(자기 자신이든 구하는 대상이든)이 되기 위해 길을 찾아 나섰다. 세대마다 배경과 가치관이 다를 테니 대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것 하나. 함께. 같이.

 

화분을 죽였다. 40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집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다 지켜보았을 텐데. 내 희로애락을 모두 함께 겪었는데. 3년 전 고양이를 입양했다. 길에 버려졌던 생후 2개월 된 새끼 고양이를. 바깥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화분을 돌보고 고양이를 돌보고. 그러다 보니 소홀해졌다. 식물은 불만을 얘기하지 않으니까. 4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그들은 내게 아무나 하나였을 뿐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그건 아니란 결론에 도달했다. 이별을 아주 과격한 방식으로 했을 뿐. 하지만 그건 내 입장이고 삶을 파괴당한 그들은 소설처럼 내게 고약한 선택을 강요할까? 그렇다면 3년쯤 나와 함께 산 고양이는, 지금 내 옆 책상 위에서 자는 중인 고양이는 나를 도와줄까? ... 그럴 거 같다. 츄르만 계속 준다면.

 

세상엔 세상 사람만큼의 신이 있고, 세상 사람만큼의 삶이 있다. 자기의 신을 가질 수 있는 그들이 온전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관계를 통해 함께, 서로 보듬는 것. 하지만 관계는 긍정적인 만큼 부정적이기도 하다. 40년을 함께 한 내가 화분 속 식물 입장에선 유일한 관계였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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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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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배에서 나옴과 동시에 끝을 경험한 아이. 당차고 모질게 틀을 깨고 나왔지만, 항상 우는 아이. 어쩌면 자신을 찾기 위해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아니 그 기간을 천년처럼 지리하게 살아간 아이. 그런 아이가 세상을 돌아다닌다. 모두가 애써 외면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일면을 들쑤시면서.

 

술술 읽히면서 머릿속에 들어오는 문장. 그래서 웃고 안타깝고 놀라고. 그렇게 책을 한 번 읽는다. 그리고 두 번째 읽기. 다시는 처음처럼 웃을 수가 없다. 아이가 틀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순간이 곧 끝이나 다름없었음을 알아버린 탓이다. 진짜가 되고 싶었던, 계속 진짜로 남고 싶었던 아이의 이야기. 가짜 같지만, 누군가에겐 말도 안 되는 가짜로 보이겠지만 잔인하게도 진짜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해되면서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래서 세 번은 절대 읽기 싫은 이야기. <당신 옆을 스쳐 간 그 소녀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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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의 증명 은행나무 노벨라 (오디오북) 7
최진영 지음, 김다올 외 낭독 / 은행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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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인생에서 누군가 지워지기를 바란 적이 있다. 제발 좀.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를 지울 방법은 내가 사라지는 것. 내가 이 끔찍한 관계 속에서 발을 빼고 어딘가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아예 실현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에겐 실현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와도 담을 쌓아야 했으니까. 그건 나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거였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이 더, 더 미웠다. 그 사람이 한심했고, 그 행동에 치를 떨었고, 그 생각이 기가 막혔다.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한 내가...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내 젊은 시절의 한때가 흘러가고 있었다.

 

인간관계라 하면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사회에서 부여하는 사람의 의미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이미 포함되어 있어서다. 가족이란 혈연 범위, 돈에서 비롯되는 각종 지위, 계층. 수많은 것들이 모여 사람을 이루고 그런 존재들이 관계를 형성한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선택할 수 없는 관계가 자신을 굴레처럼, 낙인처럼 지배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굴레를 깨뜨리라고? 낙인을 지우라고? 모든 걸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래서 이 사회가 너에게 부여한 의미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라고? 흥이다.

 

책을 읽고 쓴 글 치곤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그건 작가가 지나치게 지독한 소설을 써서 그렇다(그렇게 우겨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얘기인데 도무지 처음부터 끝까지 편치가 않다. 단순하고 전형적인 설정이지만 그래서 이성보단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관계 속에서 버둥대는 구와 담을 보면서 한때의 내가 떠올라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때의 나라고? 지금의 나는 그 누군가를 완전히 지운 걸까?

 

사진첩을 정리했다. 옷장 정리를 하다 구석에 처박힌 대여섯 권의 옛날 사진첩을 발견했거든. 그 사람이 있고 내가 있고 또 다른 누군가도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 지나간 건가? 그때의 많던 감정의 격동들이?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내 경우는 그 사람을 지우려 했기 때문에. 하지만 담은? 소설 속 담은 어떨까? 사랑하는 구를, 구의 존재를 자기 안에서라도 어떻게든 증명하려고 하는 담은 시간에 많은 걸 흘려보낼 수 있을까? 궁금한 것처럼 물음표를 달아보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이미 나만의 대답을 찾은 모양이다. 그러니 이렇게 감정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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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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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한국사 참고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교과서’라고 할까, 하다가 책의 내용이 기본적, 기초적인 내용을 압축해서 다뤘다기보단 조선이란 왕조 국가의 체계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현상들을 선택적으로 다루기에 ‘참고서’란 단어를 사용했다. 14세기 말부터 15세기 조선의 왕들, 즉 태조부터 성종까지 치세를 살펴보면서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생각이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고, 멀리는 조선왕조가 유지되던 내내, 가깝게는 바로 다음 왕의 치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서술한다. 특이하게도 같은 시대 서구 유럽은 어떤 길을 밟고 있었는지 개략적인 설명을 담고 있어서 머릿속에서 따로 놀던 동서양 역사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기회도 제공한다(아, 저 사람들이 이때 사람들이었던 거야!).


대략 100년 단위로 시기를 구분했으니, 조선사만 다섯 권 분량.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괜찮은 역사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많이 등장하는 한자어나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 탓에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처럼 자신의 관심 여부를 떠나서 반강제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교과서도 아니고, 성적을 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참고서도 아니라면, 다시 말해 조그마한 관심이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역사서라면 그 정도의 장애물은 충분히 극복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거다. 아마도.

이 책을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선택해서 읽는 거라면 전용 ebook 리더기보단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읽는 걸 권한다. 흑백이면서 해상도가 떨어지는 ebook 리더기로는 책에 실린 사진과 그에 딸린 주석을 제대로 볼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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