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남아공의 축구 경기를 보다 후반 도중 TV를 껐다. 도무지 풀어나갈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해도 이렇게 답답할 수가 있나. 멕시코 때도 그랬고, 이긴 경기였지만 체코와 경기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다 걸리는 한 방. 그게 없으면 공은 U자 형태로 주변을 크게 맴돌 뿐 상대방 골문 쪽으로 투입이 안 된다. 홍명보 감독의 전형적인 축구 스타일이었다. 어찌 보면, 이미 예견이 되었던 사태.
현대 축구는 감독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골은 선수가 넣지만, 골문 근처까지 접근하는 건 부분 전술을 이용해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입할 수 있는 부분이란 의미일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전력과 전술을 분석한 후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그 대책이 어그러졌을 때 재빠르게 변화를 가져가는 것 역시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감독이 선임됐을 때부터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전 감독인 클린스만 때도 똑같았다. 심지어 무책임함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그 또한 묵살됐다. 그러자 클린스만은 보란 듯이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대표팀을 떠났다.
이 모든 사달을 만들어놓은 축구협회는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기성세대들이 구축한 ‘꼰대 문화’와 소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들만의 리그’를 정점으로 모든 비판을 무시한 채 무책임과 특혜로 일관했다. 개개인의 욕심과 주장이 휘몰아치고, 공정하며 공평한 기회는 애초에 부여되기 힘들었다. 윗세대가 구축한,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는 다가오는 세대를 고스란히 짓누르기 마련이다. 더욱 고약한 건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정통으로 들이받히는 세대는 이 꼴을 만들어놓은 기성세대나 방관한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라는 점. 하긴 이런 게 어디 우리나라뿐일까? 사람 사는 곳이면 모든 곳이 다 똑같겠지.
경우의 수를 따져서 32강을 생각하는 모양인데, 대표팀을 향한 내 응원은 여기서 멈춰야겠다. 올라간들 경기력이 달라질까? 한 방이 터져서 16강도 갈 수 있겠지만 결과가 중요한 시점은 지난 듯하다. 선수들도 욕을 먹을 거고, 남아공의 경기를 본다면 당연히 그럴 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욕지기는 일어날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뭐, 일어날 필요가 없었던 일은 그것 말고도 수두룩하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고, 황인범과 김민재는 한 번쯤 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우리 축구를 이끌어왔던 이들이 이번 실패의 굴레를 쓰게 됐다. 하지만 이들의 탓이 아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던 윗세대의 탓이다. 전적으로.
꼬리말) 그래도 32강에 올라가면? 선수들을 응원할 거 같다. 온갖 비난과 불평들, 그들이 온전히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