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양장)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소설·그리스로마신화 / p.576

누구는 지옥에 떨어지고 누구는 구원을 받을지에 대해 미리 단정 짓지 말게나.

그것이 어떻게 뒤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p.467

나쁜 사람은 지옥에 가고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간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남한테 죄짓고 살면 지금 당장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천벌을 혹은 죽어서라도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그런데 그 죄에 대한 생각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말없이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는 '생각하는 사람'을 보다 보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란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많은 패러디가 생기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의 지옥 편에서 영감을 얻은 로뎅의 '지옥의 문'에서 독립되어 나온 작품으로, 지옥 문 위에 앉아 아래의 여러 인간이 지옥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기 전의 고뇌를 바라보며 깊이 생각에 잠긴 남자의 상이라고 한다.

정말 그는 '지옥의 문' 위에 앉아 아래에 있는 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 우리가 언젠가부터 들어온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천국에 간다는 말을 떠올리며 저들의 죄가 무엇인지 궁금해했을까?





하지만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에선 착하고 훌륭하게 살았던 죄가 없는 자라 해도 지옥에 갈 수 있고, 그뿐만 아니라 죄가 있어도 연옥이나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새로운 내용은 나에게 왠지 모를 억울함과 함께 혼란을 주었고 '도대체 왜?'라는 의문으로 이어지며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들어 지옥의 문으로 더 깊게 들어가게 했다.




「단테의 신곡」의 원제목은 'LA COMMEDIA DI DANTE ALIGHIERI'이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미디(희극)', 왠지 모르게 '삶은 한편의 코미디'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인가?!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인도하에 단테와 함께 처음으로 간 지옥은 현실 같은 지옥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며 공포스러움을 전한다.

무거운 죄를 지은 자일수록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깔때기 모양의 지옥에서 자신이 저질렀던 죄로 인해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끔찍한 형벌을 받고 있던 수많은 영혼들, 천국으로 가기엔 자격이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를 짓지 않은 자들이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자신이 지은 죄의 경중에 따라 각기 다른 짐을 짊어지고 고통받으며 이승에서의 죄를 씻고 정화하던 연옥,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겹의 하늘로 이루어진 것으로 묘사되며 각각의 죄에 따라 벌을 받는 지옥과 연옥처럼 각각의 선에 따라 행복을 누리고 있던 천국까지.

각 순례의 길에서 만난 다양한 영혼을 통해 때론 악인들과 사회를 풍자하기도 하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세계관과 종교관, 철학 등을 엿볼 수도 있었으며, 죄의 여부보다는 천국과 지옥의 선택은 결국 살아생전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옥과 연옥, 천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단테학'이 따로 있을 정도로 완역본 「단테의 신곡」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책에 속해 읽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읽어서 일까?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간중간 있는 명화로 인해 얼마 읽지 않았음에도 진도가 훅 나가있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속도감에 더 신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 읽어봐야지 했으나 혹 긴 분량과 어려움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시작하지 못하신 분이나 중도 하차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으로 시작해 보길 권한다. 확실히 수월하게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완독 후에는 자연스럽게 완역본이 궁금해져 결국 장바구니에 살포시 '단테의 신곡'을 담게 될 것이다. 나처럼.... 😌(아주 이쁜 아이가 나왔길래 그 책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나토리 사와코 |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일본소설 / p.328

👧저기, 오빠. 펭귄철도를 타고 가는 여행으로 하자.

🧑그거 수족관에서 기획한 이벤트 열차나 뭐, 그런 거야?

👧아니, 뭐야. 오빠, 모르는 거야? 이 부근에 있는 전철은 사람들이 다들 펭귄철도라고 불러. 진짜 펭귄이 가끔 타거든. p.95

진짜 살아있는 펭귄이 타고 내리는 ‘펭귄철도’가 있다고?! 그것도 하얀 가슴을 떡 뒤로 젖히고 뒤뚱뒤뚱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걸어 다니고, 바람이 불거나 발이 엉켜 넘어질 것 같으면 날개를 사뿐히 들어 올려 균형을 잡는 펭귄이라니!! 그것도 분실물센터에 살면서 전철을 타고 다닌단다. ‘세상에, 거기 어디예요?!’ 당장 달려가 보고 싶게 만드는 펭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펭귄이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펭귄은 어디를 간 것일까? 평소 그를 돌보던 빨간 머리 역무원 쇼헤이는 전철이나 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로부터 펭귄의 행방을 듣게 되는데, 쇼헤이는 펭귄을, 다른 이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을까?





네 편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각각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펼쳐지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하나의 퍼즐로 이어지던 그 연결고리들이 좋았던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의 존재가 판타지스러운 소재로 신비함을 자아내듯 각 이야기마다 모히칸 머리를 하고 펭귄을 쫓던 남자의 정체도 신비스럽게 다가와 처음엔 혹시 펭귄?!이라는 엉뚱한 상상도 했더랬다. ㅋㅋㅋ 그래서 마지막에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며 네 편의 단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며 반전과 재미가 배가 된듯하다.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가 잃어버린 부모가 작성한 이혼 신청서를 찾으며 진정한 남매가 되고, 왕따 오빠가 홀로 졸업여행을 가려던 걸 목격하고 따라나선 동생이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으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집 열쇠를 잃어버리고 병원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정신적 확대를 당해왔던 환자에게 의사가 살아갈 희망을 전하던 이야기.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때론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선 먼저 관계를 맺기 위해 다가가야 함을 전한다.




줄곧 혼자라 생각하며 가족이 있든 없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오던 료카가 용기 내어 손을 내밀었을 때 히지리가 데이지의 꽃말 ‘동감이에요’를 통해 답하던 장면과 왕따를 당하던 신노스케가 소중하게 자신을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음을 깨닫고 남들이 뭐라 말하든 상관없음을 알게 되던 과정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의 의사에 따라 보관해 주기도 한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으며 분실물이 돼버린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나가던 네 편의 따뜻한 이야기. 그 속에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재혼 가정, 왕따, 남편의 정신적 학대 등의 소재가 사랑스러운 펭귄이라는 존재를 만나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지며 감동을 주던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였다.

그리고 나에게 어떤 분실물을 잃어버렸는지 물어오는 듯했다. 그런데 물건보다는 감정 분실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여러분은 어떤 분실물을 잃어버리고 찾은 기억이 있는지도 궁금.^^

일본 소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인상 깊은 글귀

▶ 난 줄곧 혼자라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 가족이 있든 없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p.54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 자신이 늘 의지해왔던 선별 방법. 료카는 줄곧 자신을 전자라고 생각했다. 엄마나 우에조노 아저씨나 히지리는 후자라고 멋대로 선을 긋고 있었다. p.69~70

▶ 반은 왕국이다. 군주가 우습게 여기면 백성도 우습게 여긴다. 왕이 ‘쟤, 좀 이상해’라고 말하면 백성도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하며 멀찍이 둘러싼다.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폭언을 내뱉거나 물건을 숨기는 등의 명백한 집단 따돌림은 없었지만, 교실에 있으면 항상 혼자만 우주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p.85

▶ 우리 가족 모두가 날 여자아이라고 생각해 주는데,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뭐라 말하든, 뭔 상관이냐는 결론이 딱 내려지더라고. ……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그야 뭐 조금은 상처를 입겠지만, 내 전부가 흔들리거나 끽소리 한번 못하고 죽어지내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 p.153

▶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이제 무섭지 않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으면 넘어져도 바로 일어날 수 있다. 넘어진 그곳에서 다시 걸어갈 수 있다. p.154

▶ 집이라는 이름의 왕국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왕의 생활을 손에서 놓을 이유가 없어요.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활용에 대해 제대로 알수있는 시간이 될거 같아 아이와 함께 읽어보려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제탐구 끝판왕 - 대입 합격의 모든것 끝판왕 시리즈
정동완 외 지음 / 꿈구두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와 너무 다른 중,고등학교. 분명 아이들에게 부모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거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에 대하여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에 대하여

율리 체 |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 / p.512

어느 날 그녀는 산책 중에 거리 측정기를 착용하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측정기가 '삑' 소리를 내자 그 남자는 팔을 흔들며 외쳤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녀는 이전에 일어난 그 어떤 일보다 그 소리에 더 경악했다. 한 사회가 집단적으로 이성을 잃는다는 게 가능할까?

p.37

과연 마스크를 벗고 온전히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 처음 코로나19가 발병되었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비말 차단 마스크, 학교의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새로운 개념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가 그나마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계속 자리 잡는다. 그리고 노마스크를 실행하며 일상 회복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과연 나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젠 오히려 마스크 없이 외출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 그래서 도라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 그녀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가장 바라는 건 모든 게 2년 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다. 안전한 일자리, 확신에 찬 삶, 로베르트와 둘이서 발코니에 앉아 있던 그 시절로. 하지만 그녀는 가능하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걸, 상황이 변해버렸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p.256






도라의 연인이자 기후전문가로 활동하는 로베르트는 도라가 쓰레기 분리수거 시 작은 실수만 해도 마치 범죄를 저지른 듯 흥분하며 질책한다. 비닐봉지 너머로 토네이도를, 전구 너머로 홍수를, 오프로드 차량 너머로 내전을 주시하며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도라에게 기후 변화를 부인하는 거냐고 몰아붙일 땐 나조차도 숨이 턱 막혀왔다.

그런데 비닐봉지보다 면 에코백을 생산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에코백 한 개당 최소 130번은 사용해야 비닐봉지보다 더 친환경이라는 사실도? 만약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그때마다 에코백이나 종이봉지를 샀다면? 주방 찬장에 있는 최소 서른 개의 에코백 한 무더기를 보며 현기증을 느끼던 도라가 왜 남처럼 보이지 않는 것인가?!

무엇보다 로베르트가 코로나19로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점점 더 도가 지나친 행동을 보이며 자신이 일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것은 괜찮지만 도라에겐 요헨의 산책조차 나가지 못하게 제재를 가했을 땐, 흑백논리의 끝판왕을 보는 기분이었다.





로베르트를 떠나 시골에 마련해둔 집에서 머물게 된 도라가 자신을 나치라 소개하는 고테와 그의 딸 프란치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인간에 대하여」이다. 조금만 읽으려고 펼쳤다가 도라가 점점 고테와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을 느끼면서도 우정과 인간애를 느껴가는 과정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그 자리에서 끝을 보게 되었다.

잔잔하면서도 단단했고, 마지막엔 목이 아파질 정도로 울컥함이 자리 잡는 여운이 함께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이웃들 사이에서 마주하게 된 동성애와 인종차별까지 함께하며 진행된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미 멀리 와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기분을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도라 또한 매몰비용의 오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음에도 주민센터에 그대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 모습이 꼭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며 결국 모든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세상으로 통하는 창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고, 또 누가 무엇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치를 반대하든 지지하든,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마법 같은 단어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고, 그럼에도 살아 있(p.420) 음을 기억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