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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ㅣ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평점 :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나토리 사와코 |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일본소설 / p.328
👧저기, 오빠. 펭귄철도를 타고 가는 여행으로 하자.
🧑그거 수족관에서 기획한 이벤트 열차나 뭐, 그런 거야?
👧아니, 뭐야. 오빠, 모르는 거야? 이 부근에 있는 전철은 사람들이 다들 펭귄철도라고 불러. 진짜 펭귄이 가끔 타거든. p.95
진짜 살아있는 펭귄이 타고 내리는 ‘펭귄철도’가 있다고?! 그것도 하얀 가슴을 떡 뒤로 젖히고 뒤뚱뒤뚱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걸어 다니고, 바람이 불거나 발이 엉켜 넘어질 것 같으면 날개를 사뿐히 들어 올려 균형을 잡는 펭귄이라니!! 그것도 분실물센터에 살면서 전철을 타고 다닌단다. ‘세상에, 거기 어디예요?!’ 당장 달려가 보고 싶게 만드는 펭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펭귄이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펭귄은 어디를 간 것일까? 평소 그를 돌보던 빨간 머리 역무원 쇼헤이는 전철이나 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로부터 펭귄의 행방을 듣게 되는데, 쇼헤이는 펭귄을, 다른 이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을까?
네 편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각각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펼쳐지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하나의 퍼즐로 이어지던 그 연결고리들이 좋았던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의 존재가 판타지스러운 소재로 신비함을 자아내듯 각 이야기마다 모히칸 머리를 하고 펭귄을 쫓던 남자의 정체도 신비스럽게 다가와 처음엔 혹시 펭귄?!이라는 엉뚱한 상상도 했더랬다. ㅋㅋㅋ 그래서 마지막에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며 네 편의 단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며 반전과 재미가 배가 된듯하다.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가 잃어버린 부모가 작성한 이혼 신청서를 찾으며 진정한 남매가 되고, 왕따 오빠가 홀로 졸업여행을 가려던 걸 목격하고 따라나선 동생이 잃어버린 파우치를 찾으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집 열쇠를 잃어버리고 병원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정신적 확대를 당해왔던 환자에게 의사가 살아갈 희망을 전하던 이야기.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때론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선 먼저 관계를 맺기 위해 다가가야 함을 전한다.
줄곧 혼자라 생각하며 가족이 있든 없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오던 료카가 용기 내어 손을 내밀었을 때 히지리가 데이지의 꽃말 ‘동감이에요’를 통해 답하던 장면과 왕따를 당하던 신노스케가 소중하게 자신을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음을 깨닫고 남들이 뭐라 말하든 상관없음을 알게 되던 과정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의 의사에 따라 보관해 주기도 한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으며 분실물이 돼버린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나가던 네 편의 따뜻한 이야기. 그 속에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재혼 가정, 왕따, 남편의 정신적 학대 등의 소재가 사랑스러운 펭귄이라는 존재를 만나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지며 감동을 주던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였다.
그리고 나에게 어떤 분실물을 잃어버렸는지 물어오는 듯했다. 그런데 물건보다는 감정 분실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여러분은 어떤 분실물을 잃어버리고 찾은 기억이 있는지도 궁금.^^
일본 소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인상 깊은 글귀
▶ 난 줄곧 혼자라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 가족이 있든 없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p.54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 자신이 늘 의지해왔던 선별 방법. 료카는 줄곧 자신을 전자라고 생각했다. 엄마나 우에조노 아저씨나 히지리는 후자라고 멋대로 선을 긋고 있었다. p.69~70
▶ 반은 왕국이다. 군주가 우습게 여기면 백성도 우습게 여긴다. 왕이 ‘쟤, 좀 이상해’라고 말하면 백성도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하며 멀찍이 둘러싼다.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폭언을 내뱉거나 물건을 숨기는 등의 명백한 집단 따돌림은 없었지만, 교실에 있으면 항상 혼자만 우주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p.85
▶ 우리 가족 모두가 날 여자아이라고 생각해 주는데,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뭐라 말하든, 뭔 상관이냐는 결론이 딱 내려지더라고. ……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그야 뭐 조금은 상처를 입겠지만, 내 전부가 흔들리거나 끽소리 한번 못하고 죽어지내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 p.153
▶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이제 무섭지 않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으면 넘어져도 바로 일어날 수 있다. 넘어진 그곳에서 다시 걸어갈 수 있다. p.154
▶ 집이라는 이름의 왕국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왕의 생활을 손에서 놓을 이유가 없어요.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