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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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거울이 될 때

안미선 에세이 | 민음사

새벽에 깻잎에 간장을 바르던 어머니가 기대어 있던 벽,

자다 깨어 우는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쳐다보던 벽,

내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다가 마주 보게 되는 벽,

새벽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는 벽,

그 벽 안에는 무슨 말이 켜켜이 있을까?

벽이 모두 거울이라면 여자들은 자기 얼굴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을까?

p.49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초반에는 살아왔던 집에 대한 추억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 작가가 태어난 집을 찾아가 추억을 회상하는 부분에선 나 또한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집을 떠올렸다.

재래식 변소를 만났을 땐 '아! 정말 그땐 그랬지!' 지금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거라며 혼자 재밌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 동네 꼬맹이들 그리고 언니, 오빠들과 편을 먹고 ‘꽃 찾으러 왔단다’부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다방구’, ‘피구’ 등 매일 함께 놀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집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금’ 집을 보러 가지 않으면 자신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 그곳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집을 찾아 나섰다는 저자는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마주보기 시작한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집’, 나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 ‘집’, 그곳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외면해왔던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책, 왜 제목이 「집이 거울이 될 때」였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릴 적 보았던 제비가 그때와 지금을 이어주는 객체가 되었듯, 그림자 또한 그때와 지금의 저자를 이어주는 객체가 된다.

정전이 되면 촛불을 켜놓고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서 나비나 개 모양을 만들며 만났던 그림자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됨으로써 끊어졌던 유년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이어주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세월에 지친 자신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은 거 같았던 그림자에서 자신 속에 감춰진 여전히 꼿꼿하게 자유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또한 냉장고 문에, 의자 팔걸이 아래쪽 금속 테두리에, 문 손잡이에, 샤워기에, 냄비 등 집 곳곳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던 얼굴들을 마주 보게 된다.

그림자와 집 곳곳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저자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더해진 사진을 보다 보면 나 또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에 힘들어했을 어렸을 때의 저자와 최근 북토크로 만났던 저자의 모습이 오버랩되어서인지 더 마음속으로 다가왔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대상에 대한 독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저자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었고,

그 손을 잡고 바로 이 계단을 내려오고 싶었다.

그 어두웠던 계단을 같이 후다닥 뛰어 내려오고 싶었다.

그 손을 놓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내가 버리고 온 나에게 그걸 해주고 싶었다.

나는 충분히 아름답고,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 말을 스스로 믿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미안하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p.206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던 난, 고2 때 서울로 올라와 살게 되었다. 여름이면 걸어서 바다를 볼 수 있었던 그 동네, 학생 시절에 매일같이 출석 도장 찍었던 책방이 있던 그곳을 대학 들어가기 전에 한번, 결혼하고 전국 일주할 때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피구할 때마다 공이 넘어갔던 담벼락부터 어두울 때 무서워 조마조마한 맘으로 뛰어다녔던 골목길 모든 것이 그대로였으나 그 책방이 사라져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의 시야가 달라져 그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이곳이 이렇게 작았었나?!

내가 살았던 그 특정한 시대 속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왔던 그곳을 찾았을 때의 느낌은 그저 이것이 다였던 거 같다. 그래서 저자가 ‘집’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던 이 이야기는 나에게 너의 어린 시절은 괜찮았냐고, 네가 살아오면서 지나쳐온 집들에 담겨있는 삶은 어떠냐고 물어오는듯했다.

나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언젠가는 과거의 집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집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 나와 함께 했던, 하고 있는, 할 집들 속에 내가 담고 싶은 삶은 무엇일지 생각하며 저자처럼 나도 내가 돌보지 못한 나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저자와 함께 잠깐이나마 떠올려봤던 집과 동네에 대한 추억에 슬며시 웃음도 지었던 이야기 그리고 집을 통해 나의 내면을 마주해볼 수 있었던 힐링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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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3 - 듄의 아이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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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사실이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알리아는 정말로 금지된 방법에 빠져 있었다. 그 증거는 풋내기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저주스러운 존재였다!
p.43

제시카의 딸 알리아, 드디어 재회를 한 둘. 그런데 왜 그들은 철천지원수가 되었지? 왜 적이 된 것일까?!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정말 저주스러운 존재라는 소문이 그들을 이렇게 멀게 만든 것일까? 딸과 엄마의 사이라고 볼 수 없는 그들의 관계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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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서문 2편 수록 에디터스 컬렉션 1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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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 | 문예출판사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p.179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장, 하지만 정확한 줄거리가 기억이 나지 않는 아이러니함. 뭔가 친근하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러스트 표지가 ‘아이와 함께 읽어봐!’라고 유혹하는 듯했고, 결국은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동물농장을 아이에게 건네자 이 책을 그림과 함께 읽어본 거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결말은 다르게 알고 있다. 응?! 그거 어디 책이야?ㅋ

폭정에 맞선 혁명이 폭정만큼이나 끔찍한 전체주의로 변질해가는 과정을 조지 오웰의 예리한 통찰과 풍자로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동물농장」이 책에는 초판본의 서문으로 썼으나 책에 수록되지 않았던 <표현의 자유>와 1947년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에서 그 시대 상황이 조금 더 잘 느껴졌다.

조지 오웰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이야기로 소련의 거짓을 폭로하려 했으나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열 살쯤 되는 사내아이가 짐마차를 몰면서 말이 방향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게 되고,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과 부자가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동물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이론을 분석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완성된 동물농장 이야기, 러시아혁명의 역사에서 여러 일화를 개략적으로 가져와 사용했고 커다랗게 울리는 불협화음 속에서 소설은 완성된다.

존스 농부가 운영하고 있는 ‘매너 농장’, 그가 잠든 밤, 동물농장의 동물들이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헛간에 모여든다.

인간이 사라진 뒤의 지상을 보여주는 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동물들의 삶의 본질(태어나서 숨이 끊어지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받고, 힘이 있는 자들은 마지막 티끌만 한 힘이 다할 때까지 억지로 노동을 하며 쓸모가 다하면 도살당하는 자유가 없는 비참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동물의 삶)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었고, 그 연설은 머리 좋은 동물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중 가장 영리하다고 인정받은 돼지가 다른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면서 그들 중심으로 메이저가 예언한 봉기를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봉기가 성공한 날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게 되고 존스 씨와 일꾼들을 농장에서 쫓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매너 농장’은 ‘동물 농장’이 되었다.

그래, 이 풍경이 그들의 것이었다!

거기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들의 것이었다!

p.60





그런데 정말 그들은 봉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인색한 주인이 나눠준 먹이가 아닌 그들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생산한 진정한 자기 음식을 먹게 된 그들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정말 동물농장은 일곱 계명 아래 그들이 원했던 평등한 지상낙원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 중 가장 지식이 월등했던 돼지가 일은 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을 감독하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더니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급기야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권력 다툼이 심화되다가 나폴레옹이 부모로부터 떼어낸 개들을 몰래 길들여 자신의 사병으로 만들어 풍차 건설을 주장한 이상주의자 스노볼을 내쫓는다. 또 다른 독재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항의하거나 불평하는 동물은 첩자로 몰아 숙청당하거나 식량 배급이 줄어들기도 한다. 일곱 계명이 단 하나의 계명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던 구호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로 둔갑되어 가는 과정에서 동물들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들의 무지와 맹목적인 믿음이 그들을 그 세상에 머물게 만든다.

그래서 존스 시대보다 더 호의호식하던 지배계급 그들이 위스키에 취하고 존스 부부 집에서 지내며 두발로 걸으며 채찍을 들고 다른 동물들을 부려먹기까지 너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대립하던 인간들과도 손을 잡던 그들, 온데간데없어진 동물주의 정신, 끝엔 누가 돼지이고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상황, 핍박당하고 속임을 당해도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른 채 위협과 명분에 이용당하던 그들이 그저 안타까웠다.

끝으로 그들을 보며 맹목과 광신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노력하며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인간의 얼굴에서 돼지의 얼굴로,

그리고 다시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시선을 움직였다.

누가 누군지 이미 분간할 수가 없었다.

p.187

동물농장, 인상 깊은 구절

인간과 동물에게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고, 한쪽의 번영이 곧 다른 한쪽의 번영이라는 말에 절대 귀 기울이지 마시오. 그건 모두 거짓이니까.

p.47

잉글랜드의 동물들이여, 아일랜드의 짐승들이여,

모든 땅 모든 나라의 짐승들이여,

나의 기쁜 소식을 들으라

황금의 미래에 대한 소식.

조만간 그날이 온다,

폭군 인간이 타도되고,

잉글랜드의 비옥한 땅에는

짐승들의 발자국만 남는 날.

코뚜레가 사라지고,

멍에가 사라지고,

재갈과 박차는 영원히 녹슬어가고,

잔인한 채찍 소리는 이제 없을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풍요,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

토끼풀, 콩, 사탕무가

그날 우리 것이 되리니.

p.49~50 / <잉글랜드의 동물들> 일부

안건을 내놓는 주체는 언제나 돼지들이었다. 다른 동물들은 투표하는 법을 이해했지만, 스스로 결의안을 생각해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p.70

"만약 우리 돼지들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십니까? 존스가 돌아올 겁니다! 그래요, 존스가 돌아올 겁니다! 동무들. 설마 여러분 중에 존스를 다시 보고 싶은 동물은 없겠죠?"

동물들이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존스가 돌아오는 것이 싫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바람에 떨어진 사과와 우유를 오로지 돼지들의 몫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들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동의했다.

p.76

만약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오래전 인간들을 쫓아내고 나섰을 때 그들의 목표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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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넘 예쁘게 나왔네요! 오래전에 읽었는데 또 사야겠어요ㅎㅎ
 
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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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피부를 가진 흑인여성이 백인처럼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문제되고있는 인종차별, 책에선 어떤 결말을 가져왔을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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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3 - 듄의 아이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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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스러운 존재에 대해 저주스러운 존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겠어?" 레토가 물었다.
가니마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주스러운 존재니 뭐니, 난 그런 헛소리 안 믿어!"
p.21

미리 태어난 자를 '저주스러운 존재'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들에게 그럴만한 이유와 끔찍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 않나?! 태어나자마자 '저주스러운 존재'라고 불리는 그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궁에 있을 때부터 모든 지식을 얻은 그들은 내적인 공격에 시달리는 듯 보인다. 그런데 쌍둥이 레토와 가니마는 그렇지 않고 알리아는 내적인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듯하다. 그래서 그들이 보는 것이 다른 것일까? 그리고 제시카는 왜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정말 교단을 위해 맘을 돌린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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