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안타까운 건 … 엄마의 창의적인 교육으로 아이를 계속 키울 수 없다는 점이에요. 일찍부터 시작하는 입시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기에 아이들의 창의력 또한 학원을 통해 의존하는 분들이 많아요.”
최근 읽은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놀이와 아이 창의력에 관한 책의 설문에 참여하여 주신 한 어머니의 글입니다.
어머님은 ‘만약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관한 책을 추천하게 된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실 것 같나요?’란 질문에 답하며,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가슴이 아플 몇 가지 이유를 적어주셨습니다. 부모로서 아쉬움을 남기기 싫다면 아이의 놀이와 창의력에 관련된 책을 읽어 보며 부모의 자세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에요. 어머님의 말씀을 요점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한국에선 입시 때문에 부모가 아이와 소통하며 놀아줄 시간이 학교 입학 전까지다.
2. 그런데 그 시간마저도 많은 부모가 입시를 이유로 아이를 학원에 맡겨 버린다.
3. 부모는 청소년이 된 자녀가 입시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본 후에야 아이와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 학교 입학 전까지라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후회한다.
4. 어릴 때 더 자유롭게 놀게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5. 많은 부모가 아이의 놀이와 창의력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즐겁게 노는 아이를 너그럽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자세가 부모가 가져야 할 진정한 창의력이 아닌가.
저는 아직 자녀가 없어 어머님의 글을 읽기 전까진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교육 환경이 아이 상상력 발달을 10세 전후에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입시와 학교 교육이라는 사회적인 요인이 아이의 놀이와 상상력 발달을 10세 전후에 ‘종료’시킨다는 내용은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도서 《내 아이를 키우는 상상력의 힘》에 수록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어린이의 놀이는 이성적 사고의 발달과 함께 일곱 살에서 열세 살 사이에 대부분 사라진다고 합니다.
“(연구 집단은)세 살부터 여섯 살 사이(아동 초기)에 놀이를 시작했고, 절반 조금 넘는 숫자가 일곱 살부터 열두 살 사이(아동 중기)에 놀이를 시작했다고 했다. 열세 살 넘어서(아동 후기) 놀이를 시작한 숫자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일곱 살부터 열두세 살까지의 아동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자아감의 발달과 보조를 맞춰 성장한다. 아울러, 이성적 사고와 자의식의 출현은 아동 전기에서 아동 중기로 옮겨간다는 표시다. 그 이행이 매우 극적 일 수 있는 까닭에 피아제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놀이도 대부분 사라진다고 추정해왔다.”
책에선 아동중기 이후에도 종종 놀이를 이어가는 아동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적다고 합니다. 교육의 문제든, 자연스러운 발달과정 때문이든 아이가 자신의 상상력을 키우며 정말 즐겁게 놀 수 있는 시간은 열 살 전후입니다. 이 말은 아이가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할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열 살 전후의 ‘놀이’로 만들어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겠지요. 그 소중한 시간을 많은 부모님이 직접 살펴주지 못하고 학원 등에 위탁한다는 사실은 많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내 아이를 키우는 상상력의 힘》에선 2007년 조사를 토대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 실시된 한 조사에서 공립학교 교장의 99%와 미국 기업 중역의 97%가 직장에서 점점 더 중요해져 가는 ‘능력’으로 창조성을 꼽았고 그 발달에 학교교육 이 결정적이라고 대답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4월 27일(2016년) 내한 당시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미래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배운 데로 살아가는 능력보다 스스로 생각하여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은 아닐까요.
아이의 놀이는 중요합니다. 《내 아이를 키우는 상상력의 힘》의 저자이자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 저자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박사는 놀지 못한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를 펼치지 못하거나 다른 아이와 함께 놀지 못한 아이는 호기심, ‘만일 ~라면 어떨까’라는 사고의 유연성,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을 실습할 기회를 갖지 못하며, 충동 조절, 협상 기술, 문제 해결 능력 등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10년이란 시간 동안 부모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루트번스타인 박사는 5가지의 간단한 조언을 합니다.
1. 마음껏 놀 장소를 제공할 것.
(다른 활동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심리적 공간이어야 합니다.)
2. 혼자 놀 수 있는 시간을 줄 것.
(방해받지 않고 놀 수 있는 ‘신성한 시간’을 따로 떼어 두세요.)
3. 상상 도구를 지원해줄 것
(아이들에게 놀고 흉내 내고 만들고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주세요.)
4.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것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주고 어른들의 관여도를 낮출수록 좋습니다.)
5. 가상 놀이(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놀이)를 장려할 것
(가상 놀이의 가치를 부모가 인정하고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세요.)
어떻게 보면 위의 조언들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아이가 스스로 잘 놀 수 있도록 지켜보라는 것이니까요. 아이의 놀이 활동은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주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은 입시를 위한 도구이거나 예술가 등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한 도구는 아닙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아이의 미래 직업을 결정하는 도구라기보단 아이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창의력을 키워주는 놀이를 하였더라도 창의력과 가장 연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예술가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논리적으로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견해야 하는 인문학과 사회학에 더 많이 종사하거나 종사하고자 합니다.
(* 맥아더 펠로 : 맥아더 재단 펠로우상 수상자. 맥아더 재단은 매년 잠재력이 큰 인물 20명을 선정하여 상금을 주며, 천재상이라고 불린다. || 위 내용은 '아이를 위해 엄마가 알아야 할 놀이에 관한 지식들' 중 일부이며 더 많은 내용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imoonye/220712779444)
놀이는 아래 도표처럼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합니다. 아이의 놀이 경험은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보게 하며 놀이를 하듯 지식과 문제 해결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열쇠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인용문처럼 아이를 삶의 고수로 만들어 주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삶의 고수는 일과 놀이, 일과 휴식, 몸과 마음, 교육과 오락, 사랑과 종교 사이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통해 탁월함이라는 비전을 추구할 뿐이 자신이 일하는지 노는지에 대한 판단은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본인의 판단으로는, 그는 항상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다.”
- 제임스 미치너
발달 과정 때문이든, 한국의 교육 문제 때문이든 한국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줄 시간은 열 살 전후입니다. 10년이 아이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의심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속담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시고, 아이의 놀이와 창의력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이를 볼 때마다 10년이란 시간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성장한 아이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이 일어날 때,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문제 해결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어른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는 어른이 되기 쉽겠죠.
하지만, 열 살 전후까지 즐겁게 놀면서 상상력을 키운 아이는 어떤 문제라도 놀이하는 마음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가집니다. 열 살까지 즐겁게 놀며 상상력을 키운 아이가 스스로 가능성을 여는 어른이 된다는 점을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스스로 가능성을 여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삶의 고수가 아닐까요.
_문예출판사 문예남 올림.
아이 창의력에 관한 더 많은 연구와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내 아이를 키우는 상상력의 힘》을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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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계발이 교육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에 교육열이 가장 치열한 강남의 유아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한 아이의 엄마로서 살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비전과 … 감탄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보기 드문 수작
- 청담 아이가르텐 유치원 방수윤 원장
어린 시절 경험한 동심의 세계와 상상력이 어떻게 창의적 사고를 유발하고 창의적 산물의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제안한다.
-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이선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