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내밀한 몸의 정체》 연재 2화는
여성의 난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신화에서는 아폴로 같은 멋진 소년들이 
태양처럼 빛나는 전차를 끌고 
모든 생명체를 자라게 한다고 묘사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건 신화의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소년보다는 여성의 난자가 태양과 닮았기 때문이고,
난자 외의 세포들은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난자가 생명을 만드는 일은 민주적이기도 하죠.
어느 신체 기관 하나 무시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은
오직 난자만 할 수 있거든요.

이 아름다운 난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래 내용을 읽어보세요.
 



2

 

난자의 비밀 풀기 

그것은 완벽한 태양 전지 하나로 시작된다

 




어른 몇 명을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방에 놔두어보라. 그러면 한낮의 태양 아래 버터가 담긴 통을 놔두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요람 옆에 다가가는 순간 다 자라서 굳은 그들의 뼈는 부드러워지고 척추는 구부러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눈은 기쁨이라는 백내장에 걸려 부옇게 흐려진다. 그들의 지성은 온데간데없고 그들의 목소리는 카운터테너와 소프라노와 아기 돼지의 소리 같은 새로운 음역으로 뻗어 나간다. 그리고 아기의 손에 시선이 닿는 순간, 그들은 고대의 찬가를 그 손톱에 바칠 자세를 갖춘다. 신생아의 손톱, 그 사랑스럽게 농축된 조숙함보다 어른들의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작은 큐티클 층 밑의 속살, 눈썹 모양의 하얀 각질, 섬세하게 굽은 손톱 면,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그 손톱 전체의 능률성을 보라. 정말로 제 역할을 하는 듯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아기의 손톱이 우리를 우쭐하게 만드는 능력, 말하자면 축소판이면서도 우리 자신의 손톱 모양을 그대로 재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랑한다. 호문쿨루스, 즉 축소되어 있는 어른은 허벅지나 눈이나 촉촉한 앵무조개 껍데기 같은 귀보다도 아기의 손톱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손톱을 보고 아기의 미래를 확신한다.
말하자면, 나는 난자를 더 좋아하는 쪽이다.
임신 중반기에 접어들 무렵, 내 아기가 딸임을 알았을 때, 나는 두 개의 거울이 마주보고 있는 방에, 말하자면 이쪽 거울에 자신의 영상이 담긴 반대편 거울이 비치고 다시 그 거울에 반대편 거울이 비치면서 무한히 영상이 반복되어 있는 거울 사이에 나 자신이 서 있다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임신 20주가 되자, 내 딸은 체중이 270그램에 못 미치는 바나나만 한 크기로 자랐고, 바나나 같은 자세로 내 안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마치 내 유전적 미래를 담은 포도덩굴들이 뒤얽혀 있는 것 같았다. 태아 기간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당신이 지금 읽는 ‘난자’라는 글자보다 작은 자신의 난소 안에 자신이 지니고 있을 모든 난자들을 갖고 있었다. 내 딸의 난자들은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이 말하는 터널 끝의 빛, 잠재력을 지닌 은색의 점들이다. 아들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씨’인 정자를 사춘기가 될 때까지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 딸의 생식세포, 우리의 씨는 이미 태아 때 기틀이 잡혀 있으며, 그 솎아낸 염색체, 부모의 역사를 담은 도자기들은 자신의 작은 인지질(燐脂質) 자루 속에 담겨 있다.
우리는 인형 속에 똑같은 모습의 작은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쉬카의 이미지를 너무나 자주 사용한다. 나는 도처에서, 특히 과학의 수수께끼들을 묘사할 때 그 이미지가 사용되는 것을 본다. 하나의 수수께끼를 풀고 나면 또 다른 수수께끼와 만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비유를 내던지기에 딱 맞는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 포개져 있는 모계성의 특성을 묘사하는 시점이다. 원한다면 알 모양의 인형과 그 왕조의 어찌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과 유동성을 생각해보라. 그 알 모양의 어머니를 열고 알 모양의 딸을 꺼내보라. 그 딸을 열면 다음 알이 어서 깨 달라고 빙긋 웃으며 맞이한다. 그 일이 얼마나 되풀이될지 당신은 미리 말할 수 없다. 당신은 무한히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의 딸이여, 나의 마트료쉬카여.
방금 전에 나는 내 딸이 태아 중반기에 자신의 모든 난자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준 양계장처럼 수용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난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난자와 훨씬 더 많은 난자를 지니고 있었고, 나중에 월경을 시작하기 전에 그 반짝이는 생식 세포들의 대부분을 잃을 것이다. 임신 20주째에 태아가 지닌 난자의 수는 최대에 달해 600~700만 개가 된다. 그 다음 20주 동안에 이 난자들 중 400만 개가 죽을 것이고, 사춘기가 될 때쯤이면 약 40만 개의 난자들이 더 이상 비좁다고 싸우지도 투덜거리지도 않은 채, 공간이 넓어졌다고 몹시 기뻐할 것이다.
속도는 더 느려지지만 그 상실은 여성이 젊은 시절을 거쳐 중년에 접어들 때까지 계속된다. 기껏해야 그녀의 난자들 중 450개만이 배란이라는 초대를 받을 것이고, 그녀가 임신을 해서 배란을 중단한 채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초대를 받는 난자의 수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폐경기가 되면 난소에는 난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나머지는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것들은 몸에 회수된다.
이것이 바로 생물의 기본 원리이다. 생명은 방탕하다. 생명은 헤프다. 생명은 수입 이상의 지출을 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이 만든 다음 그것을 깎아내면서 나머지는 내던져 죽인다. 뇌는 수많은 세포의 죽음을 통해 형성된다. 뉴런neuron들이 지나치게 들어찬 초기의 충만한 푸딩 상태에서 주름이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체계를 갖춘 구조로, 뇌엽과 중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발달을 끝낼 무렵인 유아 때까지 원래 있던 세포의 90퍼센트가 죽으며, 특권을 지닌 소수만이 살아남아 죽음이라는 운명 속에 살면서 힘겨운 일을 해 나간다. 팔다리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배아(胚芽) 발생의 어떤 시점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은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그물에서 풀려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물갈퀴와 지느러미를 지닌 채 양막 수족관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미래가 펼쳐지는 것도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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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성들이 처음에 지닌 몇백만 개의 난자들은 세포 자살apop-tosis이라는, 세포가 본래 지닌 프로그램을 통해 깨끗이 파괴된다. 난자들은 단순히 죽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살한다. 그들의 막이 세찬 바람에 펄럭거리는 속치마처럼 헝클어지면서 그들은 산산조각 나며, 그러고 나서 각 조각은 이웃 세포들 속으로 흡수된다. 멜로드라마까지는 아니라도 우아하게 스스로 떠남으로써, 그 희생적인 난자들은 자매들에게 부화실을 널찍이 쓰게 해준다. 나는 어팝터서스라는 그 단어, ‘팝’ 하고 말할 때의 그 소리를 좋아한다. 난자는 팽팽하게 빛을 반사하며 잠깐 반짝였다가 펑! 하고 터지는 비누 거품처럼 펑 하며 흩어진다. 그리고 내 딸이 내 안에서 성장하는 동안, 그녀의 신선한 작은 난자들은 매일 몇만 개씩 터져 나갔다. 그녀가 태어날 때쯤이면 난자는 그녀의 몸에서 가장 희귀한 세포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세포 자살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들은 암, 알츠하이머병, 후천성 면역 결핍증 등 연구비 지원 기관에 알려진 모든 질병들을, 몸의 일부가 스스로 죽어야 할 때를 통제하는 신체 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과 연관지으려 애써왔다. 임신한 여성의 눈에 주위에서 배가 불러온 여성들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과학자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검사하는 모든 환자나 병에 걸린 흰쥐에게서 세포 자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보이며, 그들은 세포 자살을 이해하기만 하면 치료와 완화 측면에서 놀라운 보상이 있으리라고 예상한다. 우리의 목적상 질병이나 기능 장애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그 대신 우리는 떼지어 죽어가는 무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죽음에 감사의 눈물을 바치자. 그렇다, 그것은 낭비이다. 그렇다, 그렇게 많이 만들어놓고 그 즉시 거의 전부를 파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 같다. 하지만 자연이 깍쟁이라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자연이 정말로 확실히 그 정도로 지나치지 않다면, 우리가 그 유명한 다양성, 자연이 자신의 옷자락에 단 반짝이는 장식들과 깃털 목도리들을 과연 볼 수 있게 될까? 이렇게 생각해보라. 선택되지 않는 것이 없다면, 선택도 있을 수 없다고 말이다. 달걀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수플레 요리도 있을 수 없다. 솎아내는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알들이 둥지에서 가장 멋진 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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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무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죽음에 감사의 눈물을 바치자.
선택되지 않는 것이 없다면,
선택도 있을 수 없다고 말이다.

"


따라서 난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그렇게 무작위적인 초라한 존재,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삿대질(이런, 왜 나란 말이야? 어떻게 해서 그렇게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진 거야?)을 해대는 젊은 시절에 우울해하며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렇게 우연이나 변덕의 산물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존재할 가능성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키질을 겪었는지를 생각할 때, 우리 중 어느 누가 존재할 기회는 존재하지 않을 기회에 비하면 그다지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생명이 왜 그렇게 제대로 활동을 하는지,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전반적으로 왜 그렇게 멋진 조건 속에서 배양되어 나오는지, 왜 발달 과정에서 끔찍한 일들이 더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해하곤 했다.

우리 모두는 임신 초기에 자연 유산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 모두 그 유산의 대다수는 염색체가 너무 잘못되어 있어서 배아를 제거하는 다행한 제거 과정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그 시점까지 오기 훨씬 전에, 불완전한 난자와 나쁜 정자가 만났을 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하며 활발하게 판단이 내려지면서, 광범위한 세포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너는 아니야, 너는 아니야, 너는 절대 아니야. 세포 자살을 거쳐, 마침내 우리는 좋아하는 말에 다다른다. 그것은 듣기 힘든 말이지만, 그렇게 희귀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말이다.

우리는 모두 승낙을 얻은 자들이다. 우리는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는 검열을 통과했으며, 우리는 대규모의 태아 난모(卵母) 세포 사멸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우리는 존재할 의미가 있다. 그것을 기계정신적mechanospiritual 의미라고 부르자. 우리는 좋은 난자들이다. 우리 각자 모두.

당신의 난자에 문제가 없었다면, 당신의 잉태 능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면, 당신은 아마 당신의 난자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며, 그들의 중요성, 즉 난자 세포들이 지닌 특수한 능력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지 모른다. 당신은 알을 생각할지 모른다. 당신은 음식을 생각할지 모른다. 삶거나, 부치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거나. 아니면 당신은 뒷마당에서 개똥지빠귀의 알 두세 개가 담긴 둥지를 발견하는 운이 좋은 어린 시절을 보냈을 수도 있다. 너무나 부드럽고 약해 보여 건드릴 생각은커녕 숨조차 멈추었을지 모른다. 불행히도 나는 소녀 때 다른 종류의 동물 알에 익숙했다. 바퀴벌레의 알. 대개 내가 찾아낸 것은 안에 있던 것이 안전하게 빠져나가고 난 빈 껍데기뿐이었다. 그것은 쏘고 난 뒤의 탄피처럼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곤충의 우월성을 더 뚜렷이 보여주었다.

많은 문화권에서 난자의 상징적 의미는 달걀 모양이다. 세계의 알은 우리 속세를 향한 바닥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고, 위쪽으로 가면 하늘을 가리키듯 좁아진다. 중세의 그림이나 성당의 팀파눔〔그리스식 건축에서 합각머리와 돌림띠, 또는 박공 등의 삼각면〕에서 그리스도는 천국의 알 속에 앉아 있다. 세상을 낳았던 그는 세계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태어났다. 부활절에 우리는 재탄생, 부활을 축하하기 위해 달걀에 색칠을 한다. 그 달걀 속에 생명이 있다. 마치 달걀 모양으로 마주 오므린 두 손 사이에 생명이 누워 있는 것처럼. 힌두교의 신인 가네샤와 춤추는 시바는 불꽃들이 만들어내는 달걀 모양의 받침 위에 앉아 있거나 그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추상적인 파스텔 마트료쉬카처럼 다른 꽃잎 위로 벌어져 있는 꽃잎들을 그린, 여성 성기를 연상시키는 꽃 그림들을 통해 조지아 오키프는 여성의 생식기가 여성의 출산 능력을 재현하듯이 난자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고 있다.

닭이나 다른 새들의 난자는 포장의 승리이다. 새의 암컷은 수컷과 짝짓기를 하기 오래전에 생식관 안에 난자 덩어리를 만들어둔다. 그녀는 난자에 배아가 홀로 먹이를 쪼아 먹는 시기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양분들을 공급한다. 난황(卵黃)에 콜레스테롤이 그렇게 풍부한 이유, 따라서 사람들이 그것을 아슬아슬한 음식으로 보는 이유는 자라는 태아가 어떤 몸이든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막을 만들려면 콜레스테롤이 충분하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새는 난자에 단백질과 당과 호르몬과 성장 인자들을 준다. 찬장이 다 채워진 뒤에야 그 난자는 정자를 통해 수정될 것이고, 몇 겹의 탄산칼슘 함유층으로 된 알 껍데기로 봉인되어, 몸 밖으로 나온다. 새의 알은 보통 계란형이다. 거기에는 공기 역학적인 이유도 있다. 그 모양은 새의 몸에서 산도(産道)에 해당하는 통로인 배설강(排泄腔)을 따라 내려가는 험난한 여행을 훨씬 수월하게 해준다.

여성들은 암탉이라고 불려왔고, 영국에서는 새라고 불려왔지만, 우리 난자를 암시하는 것이라면 그 비유는 어리석은 것이다. 다른 포유동물의 난자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난자는 새의 알과 전혀 다르다. 물론 난자에는 알 껍데기가 없으며, 설령 난자 안의 액상 물질인 세포질이 당신의 손가락을 담글 수 있을 만큼 커서 건드릴 때 약간 난황처럼 느껴진다 해도, 진정한 난황도 없다. 그리고 인간의 난자는 배아를 먹일 양분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또 매달 배란기에 난자 하나가 성숙해져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곰보 얼굴의 차가운 달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의 난자 


머라이어 버스틸로 박사는 정말 인생이 즐겁다는 듯이 이따금 웃음을, 내밀한 웃음을 머금는 키 작고 통통한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녀는 풍만하긴 하지만 뚱뚱하지는 않으며, 짧지도 길지도 않은 검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다. 불임 전문의인 버스틸로는 인간 난자의 수확자이자 능숙한 조작자이며, 음침한 마술사이자, 현대의 데메테르〔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곡물 또는 대지(大地)의 여신〕이다. 그녀는 아기를 절실히 갖고 싶어하는 부부들을 도와주며, 그들에게는 여신이다. 하지만 그녀가 도울 수 없는 부부들도 있다. 그런 부부들은 IVF나 GIFT 같은 약자로 불리는 기도문을 한 번 외울 때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몇천 달러씩을 변기에 쏟아버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읽고 듣고 다시 읽고 있는 현재 불임 치료의 현실이다. 그것은 아주 비싸며, 그렇게 비용을 들이고도 실패하곤 한다. 그렇지만 버스틸로는 우울한 기색 없이 즐겁게 엷은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녀는 활력과 태평스러움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듯하다. 직원들은 그녀와 함께 일하기를 좋아한다. 환자들은 그녀의 솔직하고 생색내지 않는 태도를 높이 산다. 나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거의 조건 없이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내게 뭔가를 상기시켜준 때가 한 번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의사이다. 듣기 싫은 소리를 재치 있게 돌려 말하는 활달한 목장 소녀이다. 그녀는 질 검사를 하기 전에 손을 씻을 때면, 오래전에 자신이 한 교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능글맞게 들려주곤 했다.

“그는 내게 말했죠. ‘질 치료를 하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은 배변을 보기 전에 샤워를 하는 것과 같아.’”

그녀는 질은 아주 더럽기 때문에 네 손을 댄다고 해도 거기에 이미 있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이 들어갈 리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이런 식의 구멍 격언은 4장에 나오는 늙은 남편들의 배변 덩어리 이야기이다. 질은 전혀 더럽지 않다. 정말로 부인과 의사의 신성하지 않은 귀에 대고 “선생님, 손 씻으세요” 하고 요구하는 게 너무 과한 것일까?).

나는 난자를 보기 위해 뉴욕의 마운트시나이 의대에 있는 버스틸로를 만났다. 많은 종의 난자를 보았지만, 사진으로 본 것 말고는 나 자신의 난자를 직접 본 적이 없다. 인간의 난자를 보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몸에서 가장 큰 세포이지만, 그래도 지름이 1밀리미터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주 작다. 아기의 머리카락으로 종이에 구멍을 하나 뚫을 수 있다면, 난자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난자는 본래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다른 포유동물의 난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난자는 어둠 속에서 만들어진다. 몇 겹으로 둘러싸인 내장 깊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점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영리하고 살지고 세밀하게 주름이 진 뇌를 가지게 된 것도 어느 정도는 그러한 특성 때문이니까. 체내에서 착상되어 자라는 태아는 보호받으며, 보호받는 태아는 거대한 뇌가 충분히 자랄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 마음껏 빈둥댄다. 따라서 우리는 알머리egghead〔대머리나 지식인을 뜻하는 속어라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셈이다. 보이지 않는 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난자에서 튀어나온 전두엽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정자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정자 세포는 난자 부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정도로 난자보다 매우 작으며, 광고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형태와도 똑같지 않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나고 공공연히 소비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정자는 기술 관음증의 대상이 되기 쉽다. 3백 년 전 안톤 반 레벤후크는 현미경의 원형을 발명한 뒤에 인간의 사정 액을 유리판 위에 바르고 그것을 자신이 만든 마법의 렌즈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남성들이여, 나는 여기서 접합자(接合子) 위주의 내 편견을 잠시 접어두고, 당신들의 정자가 확대해보면 정말로 장엄하다고 말하려 한다. 우리가 먼 과거에 편모가 달린 원시 생물이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인 정자는 어디로든 즉시 튀어 나가고 맴돌고 요동치는, 격렬하게 날뛰는 채찍 같은 꼬리가 달린 눈물 방울이다. 현미경을 통해 떠나는 매혹적인 모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액 한 방울은 학술적으로 더 익숙한 연못 더껑이 한 방울보다 훨씬 낫다.

여성의 몸은 세포 자살을 통해 난자들을 버릴지 모르지만, 순순히 난자를 내놓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난자를 볼까? 한 가지 방법은 난자 기증자를 찾는 것이다. 성인이기도 하고 광인이기도 하고 낭만주의자이기도 하고 용병이기도 한 여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버스틸로가 ‘건망증의 우유’라고 부르는 마취제의 통제 밑에 놓으면,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베스 데로치는 자신의 배를 두드리면서 낭랑하게 외친다.

“부었다니까요! 호르몬으로 꽉 차 있어요! 나는 남편에게 말하죠. 거기 그대로 있어!”

그녀는 스물여덟 살이지만 5년은 더 젊어 보인다. 그녀는 한 출판사에서 관리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편집 분야로 옮기고 싶어한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길고 검고 제멋대로 양쪽으로 갈라져 있으며, 그녀는 다소 입을 크게 벌리고 웃어서 이빨이 다 보일 정도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이빨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것만은 안 돼요. 내 이빨은 정말 약하거든요.”

데로치는 말한다.

“나는 완전히 파산했어요. 약간 창피한 일이긴 하지만 나는 빚에 쪼들리고 있어요.”

그것이 바로 그녀가 이곳 마운트시나이 병원에 있는 이유이다. 그녀는 난자를 기증하기 위해 골반을 부드럽게 하고, 평상시에는 아몬드 크기인 난소를 호두 크기로 팽창시키고, 자신의 코를 건망증 우유에 담그기 위해 튜브를 낀다.

누군가가 번식 능력의 숭배 대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베스 데로치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조각은 성물함 속에 담긴 성인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조각처럼 부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난자 기증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녀는 대학원 시절에 두 차례 난자를 기증했고, 매번 29개 정도의 풍작을 거두었다. 지금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2,500달러의 사례금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그녀가 난자 기증을 꺼리지 않는, 아니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 그녀와 남편 사이에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그녀는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엄마처럼 군다. 그녀는 그들에게 겨울에 따뜻하게 입고 과일과 채소를 먹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을 좋아하고 아기를 안아 재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의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의 씨앗이 된다는 생각에 기뻐한다. 그녀는 자신의 생식 세포에 독점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적 취향의 과학 소설 애독자인 그녀는 로버트 하인라인〔미국의 공상 과학 소설 작가. 공상 과학 소설 자체의 질을 높여, 새로운 가설에 근거한 사색적인 소설의 장르로 만드는 데에 공헌〕이 썼던 이야기를 내게 들려준다.

“그는 ‘당신의 유전자는 당신에게 속해 있지 않다’고 말했어요. ‘그것들은 인류 전체에 속해 있다’고요. 나는 정말 그렇다고 믿어요. 내 난자, 내 유전자, 그것들은 내가 지니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것들은 내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에요. 헌혈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이 관용적이고 거의 공산주의적인 생각에 비춰보면, 우리 모두는 하나의 거대한 유전자 풀에서 수영하는 자이거나 인간의 불멸이라는 강에서 나온 어부이다. 내 낚싯줄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면, 아마 당신은 자신이 잡은 것을 내게 나눠줄 것이다. 그런 진심 어린 정직한 이유들 때문에 데로치는 자신이 사례금을 받지 않고서도 난자를 기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까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틀림없이 적어도 한 번은 했을 거예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여성이 난자를 기증하고 사례금을 받는 것이 불법이며, 난자를 기증하는 사람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버스틸로는 최근 열린 한 생윤리학 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곳에 모인 의사, 과학자, 법률가, 지식인들에게 단지 호기심으로 난자를 기증할 사람이 있냐는 질문이 던져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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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데로치는 난자를 기증하는 것을 헌혈과 같다고 생각한다.
난자가 공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난자 기증은 윤리적인 고민을 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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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죠. 나중에 친척이나 친한 친구에게는 줄 생각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 둘 있었어요.”

데로치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난자를 기증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난자를 받은 부부를 절대 만나지 않으며, 그 난자에서 어떤 아이가 나왔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며, 그녀는 그 점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결과를 멍청히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수수께끼 아이들을 놓고 공상을 하지도 않는다.

“나는 투자했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녀는 르네상스 시대의 성모 마리아처럼 차분하게 말한다.
나는 버스틸로에게 최상의 난자 기증자들, 즉 30대 초반이나 그보다 젊은 나이로, 번식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여성들이 그 시기에 가장 현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잘된 일이라고 말한다. 난자 기증자는 피 같은 돈을 몇 푼 번다. 나와 만나기 3주 전에 데로치는 난자 방출 주기를 개시하는 뇌 내의 강력한 화학 물질인 생식샘자극호르몬 분비 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을 인공 합성한 제품인 루프론을 스스로 투여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그녀는 밤마다 당뇨병에 사용하는, 가느다란 바늘이 달린 주사기로 자신의 허벅지에 주사를 놓았다.

그녀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거의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나는 정말, 정말로 어느 누구나, 물론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와 하고 감탄했다. 나는 늘 헤로인 중독에서 최악의 일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거나 AIDS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늘을 자기 몸에 찌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루프론 투여 뒤가 더 힘들다. 그녀는 이제 난소를 과잉 활성 상태로 만드는 배란 호르몬인 퍼고날과 메트로딘 혼합제를 투여해야 했다(퍼고날은 폐경기가 지난 여성들의 소변에서 우연히 분리해낸 물질이다. 그들의 몸은 월경 주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난소로부터 되먹임 작용이 없어서 아주 고농도의 배란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이 달콤한 혼합물을 조제하기 위해 그녀는 피하 주사기 속으로 색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공기 방울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집중해서 그 약을 빨아들여야 했다. 이때 그녀는 루프론을 투여할 때보다 훨씬 더 굵은 바늘을 사용해야 했다. 그것은 투여하는 양이 많고 더 고통스럽다는 의미이다. 데로치는 두 주일 가량 매일 밤 자신의 엉덩이 뒤쪽을 겨냥해야 했다. 그녀는 끔찍하지도 괴롭지도 않지만, 매달 하고 싶지는 않다고 시인했다. 이 괴롭지 않은 일이 끝날 무렵이 되면 배란의 마지막 단계를 촉진하기 위해, 데로치는 다시 무시무시하게 큰 피하 주사기를 통해 태반 생식샘 자극 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을 한 번 놓았다.

밤마다 주사를 놓는 이 기간에 그녀는 난소의 팽창 정도를 알려줄 소노그램을 찍기 위해 병원에 들락거려야 했다. 그녀는 다량의 액체로 몸이 불어났고 여기저기 뚝뚝 소리가 난다고 농담을 했다. 나와 이야기를 할 때쯤 그녀는 정상 체중을 넘어선 상태였다. 그녀의 두 난소는 지나치게 많이 집어넣은 오렌지 자루 같았고, 오렌지에 해당하는 난자들은 3주 동안의 호르몬 투여로 부자연스럽게 빨리 성숙했다. 정상적인 주기에서는 하나의 난자만이 난소 주머니에서 밖으로 밀려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무렵 데로치는 올림픽 배란 주기 경기자가 되어 있었고, 난모 세포가 2~3년에 걸쳐 제공할 난자들이 한 달 사이에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그 2~3년을 상실했다는, 즉 그녀의 임신 능력이 어떤 식으로든 줄어들었다거나 사라졌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우리는 남아돌 만큼 많은 난자를 갖고 있으며, 회기 말에 다 쓰지 못한 예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생각해보라. 펑! 따라서 전 세계의 의사 데메테르들은 단지 세포 자살을 통해 무(無)로 돌아갈 것들을 떼어내는 것뿐이다.

아무튼 번식 능력 숭배는 데로치의 가족에게 널리 퍼져 있다. 그녀의 자매들 모두 이미 여러 차례 아이를 낳았다.

“아기를 갖는 것은 그저 우리가 하는 일일 뿐이에요.”

데로치는 난소암에 걸릴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신 촉진제를 사용하면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해왔다. 이 문제에 아직 결정적인 자료는 나와 있지 않으며, 모든 사례들은 난소암이 데로치가 쓴 난포 자극제들보다는 클로미드라는 약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가족 중에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나도 더 염려를 했겠죠.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어리석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아요.”

그녀는 수술대에 누워 있다. 의사들은 먼저 그녀의 호흡기에 산소를 공급하고 나서 마취제를 섞는다. 그들은 그녀에게 잠이 오는지 묻는다.

“음!”

그녀는 중얼거린다. 잠시 뒤 그녀는 달리의 시계처럼 축 늘어진다. 의사들은 그녀의 다리를 등자에 고정시키고 그녀의 생식기에 요오드를 끼얹는다. 요오드는 생리 때의 피처럼 그녀의 허벅지 안쪽 주름진 곳을 따라 흘러내려 수술대 위로 떨어진다. 버스틸로는 수술실로 달려오더니 손을 씻으며 배변과 질에 관한 농담을 한다. 어쨌든 그녀는 손을 씻는다. 그녀는 수술대 끝, 부인과 의사가 앉는 등자 옆자리에 앉아 몸의 장벽을 쉽게 뚫고 들어갈 준비를 한다. 조수들이 휴대용 초음파 장치를 수술대 위로 밀고 와서 버스틸로에게 딜도〔음경 모양으로 생긴 성구(性具)〕처럼 생긴 초음파 탐지기를 건넨다. 그녀는 탐지기에 탄력성 있는 고무 덮개를 씌운다.

“콘돔이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준비된 난자들을 그 주머니에서 빨아낼 장치에 바늘을 끼운다.

버스틸로는 데로치의 질에 그 요술 지팡이를 삽입해 자궁 경부 양편을 주머니처럼 감싸고 있는 질 관의 막다른 끝, 즉 두 개의 질 천장 중 한쪽까지 밀어 올린다. 바늘은 질 천장 벽을 관통해서, 복부의 내장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기름기 많은 막인 골반 복막을 가로질러, 마침내 난소를 꿰뚫고 들어간다. 버스틸로는 초음파 화면을 지켜보면서 전체 추출 수술을 수행한다. 높은 진동수의 음파 변화를 가시화한 난소의 영상은 흑백으로 보인다. 화면의 위 오른쪽에 바늘의 모습이 나타난다. 난소는 부어오른 검은 난자 주머니, 즉 난포(卵胞)들이 들어 있는 거대한 벌집처럼 보인다. 각 난포는 지름이 2밀리미터쯤 된다. 데로치가 밤마다 성실하게 주사를 맞아 난포들은 모두 성숙한 상태이다. 초음파 화면은 난포들로 가득하다. 버스틸로는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끝에 바늘이 달린 탐침을 조작해 검은 벌집을 하나하나 찔러 그 난포의 모든 액체를 빨아들인다. 그 액체는 탐침 관을 따라 흘러나와 비커에 담긴다. 그 액체에 난자가 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거기에 있다. 난포에서 액체를 추출해내자마자, 그 주머니는 저절로 쭈그러들어 화면에서 사라진다. 몇 분 뒤 주머니는 다시 약간 팽창하는데, 그 안에는 피가 담겨 있다.

푹! 푹! 푹! 버스틸로가 너무나 빠르게 모든 난포를 찔러 진공 상태로 만드는 바람에 그 벌집은 아코디언의 움직임에 맞춰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주머니는 비워졌다가 피가 차면서 다시 불어난다. 푹! 푹! 푹! 그것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대신 상처를 준다. 나는 서 있었지만 불안해서 다리를 꼬고 싶어진다. 한 조수가 이 수술을 받는 여성들 중에는 마취제 없이 하자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준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어느 순간 그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왼쪽 난소의 성숙한 난포들을 깨끗이 비워낸 뒤, 버스틸로는 탐침을 왼쪽 질 천장으로 옮겨서 오른쪽 난소에서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양쪽 모두 찔러서 빨아내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이다.

“좋아요, 끝났습니다.”

버스틸로는 탐침을 꺼내며 말한다. 떠나는 군대가 지르는 불처럼 데로치의 질에서 한 줄기 혈액이 흐른다. 간호사들이 그녀의 몸을 닦은 뒤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팔을 흔들어서 깨운다. 베스! 베스! 끝났어요. 다 끝났어요. 다 빼냈어요. 당신 유전자는 이제 공동 수영장에서 떠다니고 있어요. 곧 다른 여성이 그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아기라는 세례를 받을 거예요.

발생학자인 캐롤-앤 쿠크는 실험실로 돌아와서 그날의 노획물을 분리하고 수를 센다. 스물아홉 개. 전에 베스 데로치가 두 번 했을 때와 똑같은 수확량이다. 이 여성의 포도밭은 열매가 많이 열린다! 쿠크는 난자, 베스의 포도를 생존할 수 있는 난자를 갖지 못한 여성의 남편 정자와 수정시킬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기증 받은 난자를 시험관 수정용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1970년대에 그 방식이 처음 도입된 이래로 그다지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다. 시험관 수정을 시도한 여성들 대부분은 인내와 출산 능력이 거의 한계까지 도달해 있다. 그들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다. 아직 전혀 모르는 어떤 이유들 때문에, ‘나이가 든’ 여성—내 동년배들뿐만이 아니라 80세가 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그 표현을 쓴다는 것이 나는 불쾌하다—의 난자는 유연성과 튼튼함을 어느 정도 잃는다. 그들의 난자는 쉽게 성숙하지 않으며, 제대로 수정되지도 않고, 수정이 되더라도 젊은 여성의 난자처럼 자궁에 단단히 붙지 않는다. 나이 든 여성들은 대개 처음에는 자신의 난자로 시험관 수정을 시도한다. 그들은 자신의 유전체, 자신의 분자적 조상을 선호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아기와 책은 거의 차이가 없다. 보통 둘 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관해 쓰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그들은 베스 데로치가 거쳐간 길, 몇 주에 걸쳐 호르몬을 주사하는 준비기를 거친다. 하지만 그들은 몇십 개의 난자가 아니라 아마 서너 개의 난자를 배출할 것이며, 그중에서 일부는 거의 숨을 쉬지 못할 수도 있다. 출산의 신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실험용 접시에서 가장 건강해 보이는 난자와 상대의 정자를 결합시켜 배아를 만든다. 이틀쯤 지난 뒤 그들은 질 속으로 삽입해 자궁 경부를 지나 자궁 속으로 넣은 가느다란 관을 통해 액체 속에 떠 있는 세포 덩어리를 주입함으로써, 그 배아를 여성의 몸 속으로 돌려보낸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눈 깜짝할 순간에 그 장면을 놓치게 된다. 여성에게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잃는 것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환자들에게서 그 방법은 실패한다. 나이 든 여성이 자신의 난자로 시험관 수정을 해서 잉태한 아기를 출산할 확률은 12~18퍼센트이다. 당신이 암에 걸렸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바로 그 정도라고 말하면, 당신은 몹시, 몹시 의기소침해질 것이다.

나이 든 여성은 시험관 수정을 한두 번, 심하면 세 번까지 시도할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 자신의 DNA 수확물로 임신을 하지 못한다면, 아마 그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쯤 의사는 기증 받은 난자를 사용하라고 권할지 모른다. 젊은 여성의 씨를 나이 든 여성의 남편이나 연인이나 또는 남성 기증자의 정자와 결합시킨 뒤, 생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번식 측면에서 말하면 기증 받은 난자를 사용하면 40세의 여성을 21세의 여성처럼 만들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작동한다. 오, 여성이여, 그것은 제대로 작동한다. 시험관 조작 한 번에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10퍼센트 대에서 갑자기 40퍼센트로 치솟을 정도로 말이다. 그 수치는 아기가 정말로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와인이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다면, 그 병과 상표까지도 넌더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난자이다. 미래를 설정하는 것은 자궁이 아니라 난자이다. 캐롤-앤 쿠크는 데로치의 난자 하나를 고해상도 현미경 밑에 놓는다. 그 현미경은 비디오 모니터로 영상을 보낸다.

“아름다운 난자네요.”

버스틸로가 말한다.


“그녀의 난자는 모두 아름답죠.”

쿠크가 덧붙인다. 그것들은 건강한 젊은 여성의 난자이다. 그것들은 빛이 날 수밖에 없다.

난자를 생각하기 위해 천체를 생각해보고, 날씨를 생각해보라. 난자의 몸은 태양이다. 그것은 태양처럼 둥글고 위풍당당하다. 그것은 몸에서 유일하게 공 모양을 이루고 있는 세포이다. 다른 세포들은 꽉 조인 상자나 잉크 방울이나 중앙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도넛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난자는 기하학자의 꿈이다. 그 형태는 의미가 있다. 공은 자연에서 가장 안정한 모양에 속한다. 당신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보, 즉 우리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그것들을 공 모양의 보물 상자 속에 묻어라. 진주와 마찬가지로, 난자는 몇십 년 동안 살며, 부수기 어렵고, 수정을 갈구할 때면 당당하게 난관을 따라가는 여행에 나선다.

캐롤-앤 쿠크는 그 난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화면에서 은백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구 가장자리에는 거품을 인 생크림이나 아이들이 하늘을 그린 그림에 흔히 나타나는 보풀거리는 흰 구름들처럼 보이는 것이 붙어 있다. 이것은 사실 구름을 닮았다고 해서 난자 구름층cumulus이라 한다. 난자 구름층은 난자를 천체와 비슷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징인 부챗살관corona radiata과 결합하는, 세포 밖에 있는 끈적끈적한 물질 덩어리이다. 태양의 코로나처럼 난자의 코로나도 중앙의 난구(卵球)에서부터 꽤 멀리까지 후광을 비추고 있다. 그것은 여왕이 쓰는 왕관이며, 뻗어 나온 불꽃들과 가지들은 난자가 정확히 구형이라는 것을 강조해준다. 부챗살관은 보모 세포nurse cell라고 하는 세포들이 성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것이며, 난자를 품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수정 과정
 

또 거드름을 피우면서 난자의 바깥 층을 향해 헤엄쳐 오는 작은 편모충들, 즉 정자를 위한 활주로나 승강장 역할도 한다. 난자 세포의 바깥에 있는 두꺼운 층은 투명대zona pellucida라 한다. 이 투명한 띠는 포유동물 난자의 알 껍데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투명대는 당과 단백질로 된 덩어리로 자기장처럼 빈틈없이 두껍게 난자를 둘러싸고 있다. 그것은 정자가 지형을 탐사할 수 있도록 초대하지만, 그 정자가 적합하지 않을 때에는 물리친다. 그것은 누가 친구이며 누가 낯선 자인지 판단을 내린다. 투명대는 자연적인 종 분화가 시작되는 장소, 생물 다양성의 모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지닌 당들의 구조를 약간 변화시킴으로써, 인연을 맺은 부부를 성격 차이로 갈라서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침팬지의 유전자와 우리 유전자는 99퍼센트 이상 똑같고, 침팬지 정자 세포의 DNA를 인간의 난자 속에 직접 주입하면, 비록 윤리적으로 혐오스럽겠지만 계속 살아 있는 잡종 배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유성 생식에 수반되는 자연적인 제한 조건들 하에서, 침팬지의 정자는 인간 난자의 투명대 방어 벽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또 이 띠는 정자가 하나 이상 난자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수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띠의 당들은 개방적이고 친절하며, 다가오는 정자의 머리에 비슷한 당이 들어 있는지 탐색한다. 정자의 머리가 닿으면, 띠는 정자와 융합되어, 거의 말 그대로 딱딱하게 굳는다. 띠를 구성하는 당들은 안쪽으로 방향을 튼다. 난자는 물리도록 배를 채운 상태이다. 즉 난자는 더 이상의 DNA를 원하지 않는다. 띠의 문턱에 서 있던 정자들은 곧 죽는다. 하지만 그 띠의 임무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에스키모인들이 입는 두껍고 튼튼한 모피 옷이며, 막 형성된 새로운 배아가 천천히 난관을 따라 내려가 자궁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보호해준다. 수정된 지 일주일쯤 지나 배아가 자궁 벽에 붙을 능력을 갖추고 난 뒤에야 투명대는 터져 흩어져서 배아의 혈관이 어머니의 혈관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부챗살관, 난자 구름층, 투명대는 난자가 아니라 난자의 바깥에 있는 부속품들이다. 난자 자체는 진정한 태양이자 생명의 빛이며, 이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난자는 몸에서 보기 드문 세포이며, 능력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난자 외의 세포들은 완전히 갖춘 유전자로 시작해서, 완전한 존재, 즉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앞에서 포유동물의 난자는 배아의 발달을 지탱해줄 양분들이 없기 때문에 새의 난자와 다르다고 말했다. 포유동물의 배아는 스스로 모체의 순환계에 결속되어 태반을 통해 양분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유전적인 측면에서 보면 포유동물 난자의 세포질은 하나의 완벽한 자족적인 우주이다.

커스터드 같은 그 세포질의 어딘가에 유전체가 스스로 자신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종(種)이 지금까지 말해왔던 모든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인자들이 있다. 이 모성 인자들이 무엇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그들은 선정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왔다. 1997년 스코틀랜드의 과학자들이 어른 양을 복제해 돌리라는 이름의 새끼 양을 탄생시켰을 때, 세계는 인간 클론과 인간 수펄과 신이 한 말을 놓고 와글와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손을 쥐어짜고 있어도 인간 복제 전망을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는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그 딜레마가 있다고 했을 때 말이다. 아무튼 돌리의 귀여운 얼굴은 난자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난자가 클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과학자들은 어른 양의 젖샘에서 세포를 떼어낸 뒤에 그 세포의 유전자 창고인 핵을 빼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바로 그 어른 유전자였다. 그들은 다른 기관에서 핵을 얻을 수도 있었다. 동물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에는 똑같은 유전자가 한 벌씩 들어 있다. 젖샘 세포와 췌장 세포와 피부 세포가 다른 점은 그 속에 든 몇만 개의 유전자들 중에 활동을 하는 것과 잠자고 있는 것이 세포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난자는 민주적이다. 그것은 모든 유전자가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 그래서 그 과학자들은 양의 난자 세포를 떼어내서 핵을 제거했다. 즉 난자의 유전자를 없앰으로써 난자의 몸인 세포질만, 난황이 아닌 난황만을 남겨두었다. 그들은 난자의 핵이 있던 자리에 젖샘 세포의 핵을 집어넣은 뒤, 그 기이한 키메라, 인공 제작한 미노타우로스를 다른 양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그 난자의 몸은 어른의 유전체 전체를 부활시켰다. 그것은 석판에 새겨져 있던 기록들을 깨끗이 지우고, 헌신적인 젖샘 세포에 묻은 젖 얼룩들을 씻어내고, 그 낡은 유전자를 다시 새로 태어나게 했다. 난자의 몸 속에 있던 모성 인자들은 그 유전체가 잉태라는 광적인 장관을 다시 펼치도록, 모든 기관과 모든 조직과 완전한 양을 재창조하도록 해주었다.

몸의 세포들 중 난자만이 몸 전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간 세포나 췌장 세포를 자궁에 넣는다고 해도, 아기가 자라나지는 않는다. 그 세포들도 새로운 존재를 만들 유전자를 지니고 있지만, 그럴 능력은 없다. 따라서 난자가 그렇게 큰 세포라는 점이 약간 놀라울 것이다. 그것은 발생(發生)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마도 난자의 분자적 복잡성은 우리가 왜 어른이 된 뒤에 새로운 난자를 만들어낼 수 없는지, 우리가 왜 평생 지닐 모든 난자들을 미리 갖고 태어나는지, 남성들이 왜 평생에 걸쳐 새로운 정자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난자와 정자의 차이를 크게 강조하곤 한다. 남성 생식 세포의 대량 생산과 지속적인 생산을 여성 난자의 한정된 수와 퇴화하는 특성과 대조해왔다. 그들은 정자가 쉴새 없이 생산된다고 말한다.

“남성의 심장이 한 번 고동칠 때마다 천 마리의 정자가 만들어진다!”

랠프 브린스터는 1996년 5월에 《워싱턴 포스트》에 그렇게 떠벌렸다. 그는 여성은 자신이 지닐 모든 난자를 갖고 태어나며, 그난자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늙어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복제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기립 박수를 받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세균은 20분마다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많은 암 세포들은 처음 생긴 종양으로 그 환자가 죽은 뒤에도 실험용 접시에서 계속 분열을 계속할 수 있다. 아마 난자는 어른이 되어서는 다시 보충되지 않는 뉴런과 비슷할 것이다. 난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난자는 파티 계획을 짜야 한다. 정자는 단지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중절모를 쓰고 연미복 자락을 휘날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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