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죠. 나중에 친척이나 친한 친구에게는 줄 생각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 둘 있었어요.”
데로치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난자를 기증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난자를 받은 부부를 절대 만나지 않으며, 그 난자에서 어떤 아이가 나왔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며, 그녀는 그 점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결과를 멍청히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수수께끼 아이들을 놓고 공상을 하지도 않는다.
“나는 투자했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녀는 르네상스 시대의 성모 마리아처럼 차분하게 말한다.
나는 버스틸로에게 최상의 난자 기증자들, 즉 30대 초반이나 그보다 젊은 나이로, 번식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여성들이 그 시기에 가장 현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잘된 일이라고 말한다. 난자 기증자는 피 같은 돈을 몇 푼 번다. 나와 만나기 3주 전에 데로치는 난자 방출 주기를 개시하는 뇌 내의 강력한 화학 물질인 생식샘자극호르몬 분비 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을 인공 합성한 제품인 루프론을 스스로 투여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그녀는 밤마다 당뇨병에 사용하는, 가느다란 바늘이 달린 주사기로 자신의 허벅지에 주사를 놓았다.
그녀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거의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나는 정말, 정말로 어느 누구나, 물론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와 하고 감탄했다. 나는 늘 헤로인 중독에서 최악의 일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거나 AIDS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늘을 자기 몸에 찌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루프론 투여 뒤가 더 힘들다. 그녀는 이제 난소를 과잉 활성 상태로 만드는 배란 호르몬인 퍼고날과 메트로딘 혼합제를 투여해야 했다(퍼고날은 폐경기가 지난 여성들의 소변에서 우연히 분리해낸 물질이다. 그들의 몸은 월경 주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난소로부터 되먹임 작용이 없어서 아주 고농도의 배란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이 달콤한 혼합물을 조제하기 위해 그녀는 피하 주사기 속으로 색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공기 방울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집중해서 그 약을 빨아들여야 했다. 이때 그녀는 루프론을 투여할 때보다 훨씬 더 굵은 바늘을 사용해야 했다. 그것은 투여하는 양이 많고 더 고통스럽다는 의미이다. 데로치는 두 주일 가량 매일 밤 자신의 엉덩이 뒤쪽을 겨냥해야 했다. 그녀는 끔찍하지도 괴롭지도 않지만, 매달 하고 싶지는 않다고 시인했다. 이 괴롭지 않은 일이 끝날 무렵이 되면 배란의 마지막 단계를 촉진하기 위해, 데로치는 다시 무시무시하게 큰 피하 주사기를 통해 태반 생식샘 자극 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을 한 번 놓았다.
밤마다 주사를 놓는 이 기간에 그녀는 난소의 팽창 정도를 알려줄 소노그램을 찍기 위해 병원에 들락거려야 했다. 그녀는 다량의 액체로 몸이 불어났고 여기저기 뚝뚝 소리가 난다고 농담을 했다. 나와 이야기를 할 때쯤 그녀는 정상 체중을 넘어선 상태였다. 그녀의 두 난소는 지나치게 많이 집어넣은 오렌지 자루 같았고, 오렌지에 해당하는 난자들은 3주 동안의 호르몬 투여로 부자연스럽게 빨리 성숙했다. 정상적인 주기에서는 하나의 난자만이 난소 주머니에서 밖으로 밀려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무렵 데로치는 올림픽 배란 주기 경기자가 되어 있었고, 난모 세포가 2~3년에 걸쳐 제공할 난자들이 한 달 사이에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그 2~3년을 상실했다는, 즉 그녀의 임신 능력이 어떤 식으로든 줄어들었다거나 사라졌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우리는 남아돌 만큼 많은 난자를 갖고 있으며, 회기 말에 다 쓰지 못한 예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생각해보라. 펑! 따라서 전 세계의 의사 데메테르들은 단지 세포 자살을 통해 무(無)로 돌아갈 것들을 떼어내는 것뿐이다.
아무튼 번식 능력 숭배는 데로치의 가족에게 널리 퍼져 있다. 그녀의 자매들 모두 이미 여러 차례 아이를 낳았다.
“아기를 갖는 것은 그저 우리가 하는 일일 뿐이에요.”
데로치는 난소암에 걸릴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신 촉진제를 사용하면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해왔다. 이 문제에 아직 결정적인 자료는 나와 있지 않으며, 모든 사례들은 난소암이 데로치가 쓴 난포 자극제들보다는 클로미드라는 약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가족 중에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나도 더 염려를 했겠죠.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어리석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아요.”
그녀는 수술대에 누워 있다. 의사들은 먼저 그녀의 호흡기에 산소를 공급하고 나서 마취제를 섞는다. 그들은 그녀에게 잠이 오는지 묻는다.
“음!”
그녀는 중얼거린다. 잠시 뒤 그녀는 달리의 시계처럼 축 늘어진다. 의사들은 그녀의 다리를 등자에 고정시키고 그녀의 생식기에 요오드를 끼얹는다. 요오드는 생리 때의 피처럼 그녀의 허벅지 안쪽 주름진 곳을 따라 흘러내려 수술대 위로 떨어진다. 버스틸로는 수술실로 달려오더니 손을 씻으며 배변과 질에 관한 농담을 한다. 어쨌든 그녀는 손을 씻는다. 그녀는 수술대 끝, 부인과 의사가 앉는 등자 옆자리에 앉아 몸의 장벽을 쉽게 뚫고 들어갈 준비를 한다. 조수들이 휴대용 초음파 장치를 수술대 위로 밀고 와서 버스틸로에게 딜도〔음경 모양으로 생긴 성구(性具)〕처럼 생긴 초음파 탐지기를 건넨다. 그녀는 탐지기에 탄력성 있는 고무 덮개를 씌운다.
“콘돔이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준비된 난자들을 그 주머니에서 빨아낼 장치에 바늘을 끼운다.
버스틸로는 데로치의 질에 그 요술 지팡이를 삽입해 자궁 경부 양편을 주머니처럼 감싸고 있는 질 관의 막다른 끝, 즉 두 개의 질 천장 중 한쪽까지 밀어 올린다. 바늘은 질 천장 벽을 관통해서, 복부의 내장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기름기 많은 막인 골반 복막을 가로질러, 마침내 난소를 꿰뚫고 들어간다. 버스틸로는 초음파 화면을 지켜보면서 전체 추출 수술을 수행한다. 높은 진동수의 음파 변화를 가시화한 난소의 영상은 흑백으로 보인다. 화면의 위 오른쪽에 바늘의 모습이 나타난다. 난소는 부어오른 검은 난자 주머니, 즉 난포(卵胞)들이 들어 있는 거대한 벌집처럼 보인다. 각 난포는 지름이 2밀리미터쯤 된다. 데로치가 밤마다 성실하게 주사를 맞아 난포들은 모두 성숙한 상태이다. 초음파 화면은 난포들로 가득하다. 버스틸로는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끝에 바늘이 달린 탐침을 조작해 검은 벌집을 하나하나 찔러 그 난포의 모든 액체를 빨아들인다. 그 액체는 탐침 관을 따라 흘러나와 비커에 담긴다. 그 액체에 난자가 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거기에 있다. 난포에서 액체를 추출해내자마자, 그 주머니는 저절로 쭈그러들어 화면에서 사라진다. 몇 분 뒤 주머니는 다시 약간 팽창하는데, 그 안에는 피가 담겨 있다.
푹! 푹! 푹! 버스틸로가 너무나 빠르게 모든 난포를 찔러 진공 상태로 만드는 바람에 그 벌집은 아코디언의 움직임에 맞춰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주머니는 비워졌다가 피가 차면서 다시 불어난다. 푹! 푹! 푹! 그것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대신 상처를 준다. 나는 서 있었지만 불안해서 다리를 꼬고 싶어진다. 한 조수가 이 수술을 받는 여성들 중에는 마취제 없이 하자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준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어느 순간 그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왼쪽 난소의 성숙한 난포들을 깨끗이 비워낸 뒤, 버스틸로는 탐침을 왼쪽 질 천장으로 옮겨서 오른쪽 난소에서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양쪽 모두 찔러서 빨아내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이다.
“좋아요, 끝났습니다.”
버스틸로는 탐침을 꺼내며 말한다. 떠나는 군대가 지르는 불처럼 데로치의 질에서 한 줄기 혈액이 흐른다. 간호사들이 그녀의 몸을 닦은 뒤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팔을 흔들어서 깨운다. 베스! 베스! 끝났어요. 다 끝났어요. 다 빼냈어요. 당신 유전자는 이제 공동 수영장에서 떠다니고 있어요. 곧 다른 여성이 그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아기라는 세례를 받을 거예요.
발생학자인 캐롤-앤 쿠크는 실험실로 돌아와서 그날의 노획물을 분리하고 수를 센다. 스물아홉 개. 전에 베스 데로치가 두 번 했을 때와 똑같은 수확량이다. 이 여성의 포도밭은 열매가 많이 열린다! 쿠크는 난자, 베스의 포도를 생존할 수 있는 난자를 갖지 못한 여성의 남편 정자와 수정시킬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기증 받은 난자를 시험관 수정용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1970년대에 그 방식이 처음 도입된 이래로 그다지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다. 시험관 수정을 시도한 여성들 대부분은 인내와 출산 능력이 거의 한계까지 도달해 있다. 그들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다. 아직 전혀 모르는 어떤 이유들 때문에, ‘나이가 든’ 여성—내 동년배들뿐만이 아니라 80세가 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그 표현을 쓴다는 것이 나는 불쾌하다—의 난자는 유연성과 튼튼함을 어느 정도 잃는다. 그들의 난자는 쉽게 성숙하지 않으며, 제대로 수정되지도 않고, 수정이 되더라도 젊은 여성의 난자처럼 자궁에 단단히 붙지 않는다. 나이 든 여성들은 대개 처음에는 자신의 난자로 시험관 수정을 시도한다. 그들은 자신의 유전체, 자신의 분자적 조상을 선호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아기와 책은 거의 차이가 없다. 보통 둘 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관해 쓰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그들은 베스 데로치가 거쳐간 길, 몇 주에 걸쳐 호르몬을 주사하는 준비기를 거친다. 하지만 그들은 몇십 개의 난자가 아니라 아마 서너 개의 난자를 배출할 것이며, 그중에서 일부는 거의 숨을 쉬지 못할 수도 있다. 출산의 신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실험용 접시에서 가장 건강해 보이는 난자와 상대의 정자를 결합시켜 배아를 만든다. 이틀쯤 지난 뒤 그들은 질 속으로 삽입해 자궁 경부를 지나 자궁 속으로 넣은 가느다란 관을 통해 액체 속에 떠 있는 세포 덩어리를 주입함으로써, 그 배아를 여성의 몸 속으로 돌려보낸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눈 깜짝할 순간에 그 장면을 놓치게 된다. 여성에게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잃는 것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환자들에게서 그 방법은 실패한다. 나이 든 여성이 자신의 난자로 시험관 수정을 해서 잉태한 아기를 출산할 확률은 12~18퍼센트이다. 당신이 암에 걸렸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바로 그 정도라고 말하면, 당신은 몹시, 몹시 의기소침해질 것이다.
나이 든 여성은 시험관 수정을 한두 번, 심하면 세 번까지 시도할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 자신의 DNA 수확물로 임신을 하지 못한다면, 아마 그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쯤 의사는 기증 받은 난자를 사용하라고 권할지 모른다. 젊은 여성의 씨를 나이 든 여성의 남편이나 연인이나 또는 남성 기증자의 정자와 결합시킨 뒤, 생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번식 측면에서 말하면 기증 받은 난자를 사용하면 40세의 여성을 21세의 여성처럼 만들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작동한다. 오, 여성이여, 그것은 제대로 작동한다. 시험관 조작 한 번에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10퍼센트 대에서 갑자기 40퍼센트로 치솟을 정도로 말이다. 그 수치는 아기가 정말로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와인이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다면, 그 병과 상표까지도 넌더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난자이다. 미래를 설정하는 것은 자궁이 아니라 난자이다. 캐롤-앤 쿠크는 데로치의 난자 하나를 고해상도 현미경 밑에 놓는다. 그 현미경은 비디오 모니터로 영상을 보낸다.
“아름다운 난자네요.”
버스틸로가 말한다.
“그녀의 난자는 모두 아름답죠.”
쿠크가 덧붙인다. 그것들은 건강한 젊은 여성의 난자이다. 그것들은 빛이 날 수밖에 없다.
난자를 생각하기 위해 천체를 생각해보고, 날씨를 생각해보라. 난자의 몸은 태양이다. 그것은 태양처럼 둥글고 위풍당당하다. 그것은 몸에서 유일하게 공 모양을 이루고 있는 세포이다. 다른 세포들은 꽉 조인 상자나 잉크 방울이나 중앙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도넛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난자는 기하학자의 꿈이다. 그 형태는 의미가 있다. 공은 자연에서 가장 안정한 모양에 속한다. 당신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보, 즉 우리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그것들을 공 모양의 보물 상자 속에 묻어라. 진주와 마찬가지로, 난자는 몇십 년 동안 살며, 부수기 어렵고, 수정을 갈구할 때면 당당하게 난관을 따라가는 여행에 나선다.
캐롤-앤 쿠크는 그 난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화면에서 은백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구 가장자리에는 거품을 인 생크림이나 아이들이 하늘을 그린 그림에 흔히 나타나는 보풀거리는 흰 구름들처럼 보이는 것이 붙어 있다. 이것은 사실 구름을 닮았다고 해서 난자 구름층cumulus이라 한다. 난자 구름층은 난자를 천체와 비슷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징인 부챗살관corona radiata과 결합하는, 세포 밖에 있는 끈적끈적한 물질 덩어리이다. 태양의 코로나처럼 난자의 코로나도 중앙의 난구(卵球)에서부터 꽤 멀리까지 후광을 비추고 있다. 그것은 여왕이 쓰는 왕관이며, 뻗어 나온 불꽃들과 가지들은 난자가 정확히 구형이라는 것을 강조해준다. 부챗살관은 보모 세포nurse cell라고 하는 세포들이 성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것이며, 난자를 품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