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거나 꽃구경을 하거나
매사에는 그것에 알맞은 기분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고

그 장면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상대와 함께 있으면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리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려면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같은 기질을 가진 친구를 찾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린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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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연재3.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삶에 필요한 것"

근인류의 문화와 그 행복이라는 점에서 보아 담배 피우는 것, 술 마시는 것, 차 마시는 것의 발명보다 더 중요한 발명은 인류 역사상 일찍이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들이 여가와 우정, 사교, 한담을 즐기는 데 있어서 사실 이처럼 중요하고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없다. 이 세 가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어느 것이나 우리들이 사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둘째는 다른 음식과 같이 배가 부르지 않기 때문에 식사 후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셋째로는 후각을 작용시켜서 콧구멍을 통하여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문화에 끼친 그 영향도 실로 대단하다. 식당차 옆에는 끽연실(흡연실)이 있고 바깥에 나가면 식당과 술집과 다방이 있다. 적어도 중국과 영국에서는 차를 마신다는 것이 하나의 사회 제도로 되어 있다.

담배, 술, 차를 정말 즐기는 풍습은 한가함과 우정과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가 아니고서는 발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담배, 술, 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란 친구와의 우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 클럽을 만드는 데 굉장히 마음을 쓰는 사람, 타고난 성품이 한적한 생활을 사랑하는 인간에 한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교성이라는 요소를 빼면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담배나 술이나 차를 즐기려면 달과 눈과 꽃을 즐길 때와 같이 적당한 상대가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활 예술가들이 자주 역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어떤 종류의 꽃은 어떤 종류에 속하는 사람과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종류의 경치는 어떤 종류의 여성들과 함께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진심으로 즐기려고 생각한다면 여름철에는 깊은 산 절간의 대나무 침대에 드러누워서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매사에는 그것에 알맞은 기분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고, 그게 중요한 것이니까 그 장면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상대와 함께 있으면 모든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리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을 논하는 예술가가 적어도 생활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려면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우선 절대 조건으로서 같은 기질을 가진 친구를 찾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친구의 우정을 얻어 그 우정을 오래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온갖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된다.

마치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장기의 명수가 천리길을 멀다 하지 않고 장기 상대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분위기라고 하는 것은 이토록 소중하다. 그러하기에 학자의 서재와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일반적인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선 즐거움을 함께 누리겠다는 한때의 친구가 있다. 즐거움의 종류가 다르면 그에 맞춰 종류가 다른 벗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부만 할 줄 알고 늘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과 승마를 즐기러 간다는 것은 음악을 모르는 사람과 음악회에 가는 것과 같은 일로서 당치도 않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

다도의 기술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로 성립된다.

첫째, 차는 가장 냄새를 타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항상 깨끗하게 취급하고, 술이나, 향(香), 그 밖의 냄새나는 것 또는 그러한 것들을 취급하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떼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차는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저장해둘 것, 장마철에는 그때그때 쓸 것을 특별히 조그만 항아리에다가 적당히 덜어서 넣어둘 것. 이런 때 쓰는 작은 항아리로서는 백랍제(白蠟製, 주석합금)가 제일 좋다. 한편 큰 항아리에 저장해둔 차는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뚜껑을 열지 말 것, 항아리에 넣어 보관한 차에 곰팡이가 슬었을 경우에는 차 잎사귀가 노래지거나 퇴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약한 불에다 쬐되 직접 불에 쬐면서 쉴 새 없이 부채질을 할 것.

셋째, 차를 잘 달이는 기술의 절반은 깨끗하고 순수한 좋은 물을 구하는 데 있다. 산에서 나는 샘물이 가장 좋고, 강물이 두 번째이고, 우물물이 세 번째라고 한다. 용두(龍頭)에서 나오는 물도 제방에 괸 물이라면 사실은 산골짜기를 흐르는 물이니까 그것 또한 좋다.

 

넷째로 진기한 찻잔을 감상하려면 조요한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할 것. 그것도 너무 많은 벗들을 한꺼번에 합석시켜서는 안 된다. 

다섯째, 보통 흔히 쓰이는 차의 알맞은 빛깔은 엷은 황금색이며, 모든 암홍색의 차는 우유나 레몬이나 박하나 그 밖의 무엇이 건 차가 지닌 쓴맛을 죽일 수 있는 것을 넣어서 마실 것.

여섯째, 가장 좋은 차에는 뒷맛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마신 뒤 30초 가량 지났을 무렵 화학적 요소가 타선(唾線, 침샘)에 작용하는 시간이 지났을 때 느끼는 맛이다.

일곱째로, 차는 신선한 것을 넣어서 곧 마실 것. 맛있는 차가 마시고 싶거든 한 번 따른 뒤 남은 차를 너무 오랫동안 차 주전자 안에 넣어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여덟째, 차는 방금 길어 온 물로 달일 것. 아홉째, 다른 것과 섞은 것은 일체 피해야 한다. 다문 어떤 종류의 외국산 향료, 이를테면 재스민이나 육계(肉桂, 계피) 같은 것을 약간 넣어 달이는 취미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기호가 다른 점을 인정해도 좋을 줄 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차에서 바랄 수 있는 향기는 갓난애의 살결에서 풍기는 듯한 향기다.

- 린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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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연재


2. "인생을 즐기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잊고 사는지 아는 사람"

: http://goo.gl/2aklf5


1. 저자 서문, "용기에는 자기의 직관적인 판단을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

: http://goo.gl/C46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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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위탕(林語堂, 1895~1976)


1895년 중국 푸젠 성 룽시에서 그리스도교 장로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엄격한 그리스도교로 교육받고 신학교를 졸업하기는 했으나, 그리스도교에 회의를 갖게 되어 신앙을 버리고 하버드대학,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유학,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35년 수많은 영문 저서의 첫 번째 작품 《내 나라 내 민족》을 출간해서 중국 문명의 품격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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