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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찾는 인간
롤로 메이 지음, 신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오늘날 우리 세대는 신화를 뿌리 뽑는 데 열중한다.
신화를 빼앗긴 현대인은 과거 속에 굶주린 채 있으며, 그 신화가 오래된
유물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미친 듯이 뿌리를 캐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 이론이 당신께 신화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모든 과학이 결국 이와 같은 신화가 아닐까요?
오늘날 당신의 물리학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프로이트가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편지
"삶을 치유하는 이야기(신화)의 힘을 말하다"
여러분은 자신의 아이에게 인생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여 주고 싶으세요?
최근에 출간된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란 책에선 오늘날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부모가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현상을 꼽습니다. 이건 오늘날의 부모가 자식에게 들려주고, 물려주고 싶은 반짝이는 삶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는 하소연이기도 하지만, 야근과 대출, 살아남기 위한 경쟁으로 뒤범벅된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대물림할 것이란 상상에서 오는 부모의 죄책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자신의 고된 삶을 지켜줄 이야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지금의 자신을 위해 미래를 위해 이야기를 필요로 할까요? 《신화를 찾는 인간》의 저자 롤로 메이는 말합니다. 오랜 시간 전해진 이야기(신화)에는 삶의 패턴이 담겨 있으며, 사람은 그 이야기(패턴)를 통해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충실하게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이에요. 우리에게 이야기(신화)가 없다는 것은 지금과 미래의 삶을 살펴보기 위한 과거(역사)가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죠.
철학가 니체는 그의 저서 《비극의 탄생》을 통해 그리스 인들은 비극을 통해 삶을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니체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그리스 비극을 가장 뛰어난 이야기(신화)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비록 성공하진 못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이겨내고자 운명을 바꾸는 영웅의 이야기는 인간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주기 때문일까요.
<오이디푸스왕>은 그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테베의 왕이 된 이후에도 그 능력으로 15년 동안이나 태평성대를 이루기도 하죠.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란 자신의 숙명에선 벗어나지 못합니다. 숙명에서 벗어나고자 코린토스 왕 폴리보스의 양아들이란 자리를 버리고 나왔음에도 말이죠. 결국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오이디푸스는 죄책감에 자신의 두 눈을 뽑고 왕의 자리에서 내려와 도시 밖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왕이 되는 기쁨과 아버지를 살해하는 고통을 반복하여 경험하고 자신의 선이 악이 되는 고통을 경험합니다. 그 고통의 순간에서도 자신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지요. 그리스 비극의 영웅은 고통의 순간에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후세에 전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현실의 고통을 마주하는 인간이 고민 끝에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위대한 문학, 위대한 이야기(신화)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신화를 찾는 인간》의 신화(神話, myth)를 편한 말로 한다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구전되어온 이야기, 사람의 삶을 압축시켜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선 그리스의 비극처럼 인간을 좀 더 인간적이게 하는 이야기만을 강조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니까요.
누군가는 자신이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하는 이유로 이야기를 사용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범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타인을 현혹시키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요. 이 책 《신화를 찾는 인간》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사용법이 나오며, 사용법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왜 우리가 가치 있는 이야기(신화)를 찾아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자신과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발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_문예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