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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된다는 것》에 서 귀베르나우 교수는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들을 노련하게 해체한다. 서로 대립되는 흐름, 경향, 긴장 관계들이 우리를 규정하려 경쟁하는 세상에서, 더욱이 현대인이 처한 여러 문제와 난관들이 날로 더 복잡다단해지는 현실에서, 이 책은 시의적절한 분석서로 평가된다. 

– 트레버 아서 스미스(정치인, 영국 자유민주당) -

몬트세라트 귀베르나우 교수는 시민과 공동체 간의 결속과 심리적 연결성을 심도 있게 탐구함으로써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belonging)의 개념을 재설정한다. 저자는 충성심, 자유, 그리고 신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함으로써 민족 정체성과 민족주의에 대한 논의를 한 차원 끌어올린다. 이 책은 이론적으로 풍요로우면서도 평이한 문체로 독자의 접근을 돕는다. 

– 알랭 가뇽(몬트리올 퀘벡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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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대신 특혜를 위해 ‘달콤한 소속’을 선택하는 현대인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의 분열과 유대의 법칙을 밝힌 명저

2015년 1월 터키에서 실종된 김 군이 자발적으로 IS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바 있다. 같은 해 3월, 영국의 10대 청소년 세 명이 IS 가입을 위해 출국했다 체포되어 본국으로 소환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책 《소속된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테러·무장조직인 알카에다와 IS에 가담하려는 현상, 즉 전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을 옹호하거나 독재 정권과 권위주의에 소속되어 특혜를 얻기 바라는 개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문화·정치적 퇴행 현상의 원인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영국 런던대학 정치학 교수로 민족주의와 인종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있는 몬트세라트 귀베르나우 교수는 개개인의 자율성, 선택의 자유와 같은 단어로 나의 ‘유일함’을 강조하는 ‘개인주의’가 과연 현대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특징인가란 질문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 질문은 타의에 의해 떠돌아야 하는 디아스포라 시대, 자의에 의해 떠돌아 다녀야 하는 노마드 시대의 개인 정체성이 현대 사회에 어떤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귀베르나우 교수는 자본주의 시대의 세계화는 신분에 예속되어 살던 중세나 근대와 달리 나라는 사람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경계(역할)를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정체성을 구성해주는 요소가 불분명해 질수록 자유의지를 통한 선택과 소속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덧붙인다. 《소속된다는 것》은 자유의지로 소속을 선택하는 행위에서 생기는 인간의 감정에 특히 주목하는데, 이 감정이야말로 현대사회의 개인 정체성을 나타나는 유일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자신의 정체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개인들이 자유의지로 혹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속을 선택할 때 헌신이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감정적 애착’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현대사회가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불안한 개인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자신이 선택한 집단에 ‘헌신’하려는 행위는 독재 정권 또는 급진적인 정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나’라는 개인의 ‘유일함’을 잃어버린 시대. “20세기 들어 … 각 개인의 ‘유일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다름’을 추구하는 개인과 집합(집단)의 욕망을 반영하는 정체성에 대한 독특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나’를 표현하기 보단 ‘나’의 욕구를 함께해 줄 ‘달콤한’ 집단을 선택하고 그 집단에 ‘헌신’하거나 ‘희생’되는 것은 자본주의 시대의 소외와 고독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소속된다는 것》은 오랜 시간 인간이 추구해온 자유가 아니라 ‘소속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통해 시대를 거꾸로 분석해나간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입으로 자유를 외쳐온 인간의 행동과 사회가 과연 무엇을 향해 나아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자유와 소속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회문제와 그 해법

귀베르나우 교수는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 정체성’·‘권위주의의 복귀와 새로운 급진 우파의 부상’·‘소속의 상징과 의례’·‘충성과 민족과 민족주의’ 등의 소주제로 ‘소속된다는 것’이라는 담론을 분석하며, 영국·스페인·카탈루냐·독일·중동·미국 등의 사례 연구를 통해 소속이 정치적 동원을 촉발하는 방아쇠로 작용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집단적 폭력을 뒷받침하는 프로세스를 밝힌다. 또한 일정한 정서적 애착을 주어진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보장하는 가운데,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정서적 애착을 발굴하고 장려하는 것이 오늘날의 병리적 사회현상에 해답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소속된다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적의 다양한 사회현상과 갈등을 자유와 소속의 관점에서 되돌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정치학·사회학·사회과학 일반을 전공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기도 하다. 또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어딘가 소속되어야 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거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동해야하는 노마드 시대를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책의 구성

1장에서는 정체성 (identity)의 의미와 가치가 현대사회와 전통 사회에서 어떻게 다른지 짚어본다. 또한 전통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자아정체성(self-identity)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한편 경제적 빈곤과 불확실성, 문화적 불안, 정치적 소외 등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과 도도하게 진행되는 글로벌화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2장에서 저자는 ‘선택에 의한 소속  ’의  의미와 결과를 따진다. 개인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어떤 단체에 소속되는 경우, 이는 ‘집단 정체성(collective identity)’을 형성하는 기폭제 및 정치 세력화를 유도하는 엔진으로 작동한다.

 

3장은 ‘소속된다는 것(belonging)’의   이중적 속성, 즉 개인에게 권력을 주는 한편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기도 하는 이중성을 언급하면서, 과연 개인의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임마누엘 칸트, 에리히 프롬, 미셸 푸코의 저작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이론과 주장을 요약하면서 그 주장의 맹점도 짚는다.

4장은 모든 사람이 자율적 선택으로 소속 집단과 단체, 혹은 공동체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는 극우 편향의 흐름이라든가 독재 치하에서 타율적으로 소속되어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사례들을 전해준다.

5장은 어딘가에 소속되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제의나 의식을 다룬다. 또 특정한 집단이나 정치 운동이 소속된 구성원들의 결속과 충성심, 동질감을 북돋우기 위해 어떻게 다양한 ‘상징(symbol)’을  활용하는지를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이른바 ‘중동의 봄’과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의 프랑코 정권을 통해 설명한다.

 

6장은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이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형태의 압력에 못 이긴 타율적 결과인지 따져 묻는다. 독재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의 경우를 비교하는 한편, 같은 나라나 사회체제인 경우에도 애국심이나 충성심이 평시와 전시에 어떻게 다른 가치와 잣대로 평가되고 허용되는지 짚어본다.

7장에서 지은이는 특정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특히 그것이 정치 세력화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애착이 얼마나 긴요한 구실을 하는지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소속감이 주는 강력한 정서적 요소는 그 활용 여부에 따라 해방의 기제로 선용될 수도 있고, 퇴행적 사회 운동으로 역행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 차례

1장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 정체성
충돌하는 정체성│경계의 역할│전통 사회 대 현대사회│정체성의 구조와 의미│세계화가 낳은 결과들│요약

2장 선택에 따른 소속
소속과 감정│소속의 조건들│집단 정체성과 상징의 힘│민족에 대한 소속│집단 정체성과 정치적 동원│요약
 
3장 자유와 속박
임마누엘 칸트│미셸 푸코│에리히 프롬│소속의 자유│소외, 무의미함에 대한 두려움, 집단 성원 지위│새로운 의존 상태로 도피하기 : 중독│요약

4장 새로운 급진 우파와 권위주의 정치의 부활
권위주의의 부상│새로운 급진 우파 대 전통적 파시즘│누가 새로운 급진 우파에 투표하는가│초민족적 운동이  된 ‘백인의 저항’│종족정치의 부상│인종주의에 관해│민족 : 상충하는 견해들│생물학적 배제에서 문화적 배제로│요약

5장 소속의례
상징의 힘│상징의 의미│의례와 권력│의례와 감정│‘포함’ 의례와 ‘배제’ 의례│현대사회의 소속의례│통과의례│‘배제적’ 집단이나 결사와 ‘포함적’ 집단이나 결사│요약

6장 충성, 시민권, 민족
충성에 관해│충성의 세 유형│충성, 민족, 민족주의│평시와 전시의 민족적 충성│미국의 충성 심사│희생양 만들기와 반대파│자유 대 순응│‘권위주의적’ 충성 대 ‘민주주의적’ 충성│거대한 과제 : 이민자를 미국인으로 바꾸다│요약

7장 감정과 정치적 동원
감정과 사회행동│감정과 시장 자본주의의 이성적 정언명령│감정 ‘길들이기’와 ‘치유 공간’의 구성│감정과 정치적 동원│요약

 

 


 

■ 본문 엿보기


- 외부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무슬림 도시의 전형적인 무슬림 여성이 베일을 쓰는 것은 자기 할머니가 베일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을에 살던 할머니는 들에서 무척 바쁘게 일했고, 베일을 쓰지 않은 채 사원을 출입했다. 베일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의 몫이었다. 손녀는 할머니에 대한 충성보다는 할머니보다 나은 사람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기리는 것이다. (24쪽)

- 자유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것이 설사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결과라 할지라도 고통스러우며, 때로 개인들은 성원의 임무에 쏟은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이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느끼는 방식으로 인정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기꺼이 순응하고 복종하고 희생하려는 의지와,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 성원 지위의 특전을 누리는 대가로 삶의 몇몇 측면을 포기하라는 압력 사이의 긴장을 바탕으로 동요가 생겨난다. (57쪽) 

- 새로운 급진 우파는 종족에 근거해 성원 지위를 할당하는 것을 옹호하며, 이렇게 함으로써 선택에 따른 소속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런 태도는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며, 20세기 후반에 수많은 사회운동이 촉진한 해방적 정치와 분명하게 대립한다.  (133쪽)  

- 갱단에 들어가려면 입문 의례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는 종종 ‘뛰어들기(jumpin’ in)’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지망자의 인내심을 시험하고자 일정한 수의 단원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구타를 한다. 충분히 강인하다고 여겨진 지망자는 가입이 받아들여져 갱 단원이 된다. 강도, 상점 털기, 강간, 차 타고 달리며 총 쏘기, 총 훔치기, 경쟁 세력 두드려 패기, 자기 손가락 자르기 등이 입문 의례가 되는 경우도 있다. (198쪽)

-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전하는 의례와 의식의 구성은 몇몇 감정을 표현하고 다룰 수 있는 일정한 공적 영역을 확립할 필요성을 따른다. 내가 말하는 ‘치유 공간’이 란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계산된 행동 제약에서 벗어나도록 허용되고 때로는 장려받기까지 하며, 제한된 시간 동안이나마 마음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장소다. 한계를 넘어서는 이들은 병들어 치유가 필요하거나 비정상적이고 허약한 사람, 또는 미치거나 불안정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런 평가는 규칙을 정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기준을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265쪽)

 

 



지은이 몬트세라트 귀베르나우 Montserrat Guibernau


런던 퀸메리대학 교수이자 런던정경대학 선임 연구원이다. 바르셀로나대학에서 철학으로 학사 학위를, 킹즈대학에서 사회정치학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을 비롯해 뉴욕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등 많은 대학에서 강의했고, 2007년에는 베이징 포럼의 강연자로 초청받기도 했다. 국가와 민족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소속된다는 것》, 《The Identity of Nations》, 《Nations without States》, 《Nationalisms Catalan》, 《Nationalism》 등이 있다.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무질서의 효용》(2014), 《좌파로 살다》(2014), 《호모 인베스투스》(2013),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2012), 《학살, 그 이후》(2012),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2011),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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