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가 죽음뿐인 여성에게 악의 평범성을 적용할 수 있을까?

#히틀러의음식을먹는여자들


▶이탈리아 언론 '라 레퍼블리카'가 선정한
▶최고의 이탈리아 소설이 들려주는 '악과 함정'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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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생존의뒷맛


히틀러의 음식을 먹어야 했던 여성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마고 뵐크의 인터뷰로 시작된 이 책은 악이 만든 함정에 빠져버린 평범한 인간의 고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 로자로 다시 탄생한 실존 인물 마고 뵐크는 1941년 24세의 나이에 자신을 포함 총 15명의 여성과 함께 히틀러의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마고 뵐크는 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며, 2013년 독일 언론 슈피겔을 통해 70년 간 비밀로 간직했던 이야기를 공개했다. 식사 후에는 살았다는 기쁨에 '개처럼' 울어야 했다는 마고 뵐크는 매일 세 번 독이 들어있을지 모를 음식을 먹는 것에서 탈출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자유의 몸이 될 수는 없었다.

함께 음식을 감식했던 여자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으나, 소련군에게 잡혀 14일 간 성폭행을 당해 불임의 몸이 되었다.

마고 뵐크는 분명히 세계대전의 피해자였으나, 히틀러를 위해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죽을 수 있었기에 70년 동안 비밀을 지켰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다 죽을 수 있고, 히틀러의 식탁에서 도망쳐도 죽고, 종전 후에는 나치 추종자란 명목으로 죽을 수 있었던 그녀의 삶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언론 '라 레퍼블리카'는 이 이야기를 지난 10년(2010~2019) 동안 나온 최고의 이탈리아 소설 중 하나로 선정하며, 바로 그것이 인간이 경험하는 '악과 함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소설의 주인공 로자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 독일 여성일 뿐이었다. 하지만 강제로 히틀러를 위해 일해야 했고, 살아남고자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장교를 사랑했다. 그 덕에 살아남았지만, 그녀의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히틀러를 도운 일, 나치 장교를 사랑한 일, 혼자 살아남은 일이 그녀를 괴롭혔다.

누구나 살고 싶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말하는 것처럼 살고자 악에 한 발 걸치는 것은 괜찮을까. 괜찮지 않다면, 한국의 위안부 여성과 강제징용 노동자처럼 자의에 상관없이 일제에 이익을 준 것도 악에 한 발 걸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바로 이런 모순이 악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살기 위해 원하지 않았으나, 해야만 했던 일이 평생의 죄가 되는 방식을 알려준다. 그 기억은 후회와 좌절을 부르고 마치 원죄라도 되는 것처럼 끝까지 기억에 남아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 기억을 안고 우리는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비밀을 지키는 것으로? 아니면 후회하는 것으로? 소설의 로자는 그 문제를 어떻게 이겨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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