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아픔이 창작의 불꽃으로 타오르기까지
- 정여울 작가가 읽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기다림이 힘든 순간은
기한과 목표가 확실히 정해져 있는데
시간은 미치도록 모자랄 때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야 일이 진행될 텐데, 아이디어는커녕 사소한 문장 하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요새 그런 강력한 슬럼프를 겪으며 불현듯 이 책을 꺼내들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시인이 내게 진심어린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려보았다. 수많은 문장들이 뇌를 자극했다. 특히 고독에 대한 시인의 문장이 가슴을 할퀴었다.
“당신의 고독이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기뻐하십시오.”
“고독의 성장은 마치 소년의 성장과 같아서 고통이 따르고, 봄이 시작될 때처럼 서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로 침잠하여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릴케는 고독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소중한 보물처럼 조심조심 다룬다. 나는 그의 문장을 읽으며 이 힘겨운 고독 속에서 반드시 무언가 빛나는 창조의 불꽃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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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56989.html#csidx0ce25ef22669a428e8f2d2d20be3d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