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신은 나에게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내하는 릴케의 《사랑하는 하느님 이야기》,
안내하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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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묘사한 동화가 있습니다. 시인 릴케의 《사랑하는 하느님 이야기》입니다. 릴케는 하늘과 골무 등 다양한 모습의 하느님을 묘사합니다. 이는 우리가 마음을 들여다볼 때 우리 삶을 이끄는 어떤 존재(영혼, 정신)가 어떤 형태로든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 릴케의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작품을 저술한 작가가 있습니다. 톨스토이죠.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_톨스토이
톨스토이와 릴케는 신은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다는 범신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법이나 성경보다 중요한 건 자신 안의 신(양심이나 성찰하는 힘)을 통해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실제로 릴케는 톨스토이를 존경하였고, 그를 “영웅이 되어 맞서 싸울 상대를" 찾는 사람 같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웅적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양심의 중요성을 교훈적으로 알려주지만, 릴케의 《사랑하는 하느님 이야기》에서 신은 인간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신의 질문을 받지만, 릴케의 인간은 방황하다 불현듯 나타나는 신적인 것에 놀랍니다.
"언젠가 신에게 청허를 빈 것은 ‘하나의 혼을 묵과해 줄 신의 인내'뿐이었다." _《말테의 수기》
《말테의 수기》의 한 문장이 릴케가 본 신과 인간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에게는 사명감이, 릴케에게는 운명적인 것이 있습니다. 릴케는 보이지 않는 신을 느낄 수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살아보라고 말합니다. 신이 지켜보고 있으므로 인간으로서의 삶(운명)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죠.
만약 자신의 변화를 기다려줄 누군가의 인내가 필요하다면, 릴케의 신 이야기는 작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 안에서 멸하지 않는 것에 대한 릴케의 이미지를 느끼고자 하는 분은 아래 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Wunderliches Wort : die Zeit vertreiben!
_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다.
시간을 붙들어두는 것, 그것이 문제이거늘.
왜냐하면,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지속은 어디에 있고, 마지막 존재는 세상 어디에 있는지를—.
보아라,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고
그것이 밤으로 녹아든다.
일어서는 것이 정지가 되고, 정지가 눕는 것이 되고,
그리하여 기꺼이 드러누운 것이 사라져간다—.
반짝이는 별을 상공에 두고 산들은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도 시간은 반짝거리고 있다.
아, 나의 황량한 마음속에, 지붕도 없이
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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