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전 -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힘
다케나카 헤이조 지음, 김소운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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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전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을 통해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수많은 제안들이 그들의 죽음과 동시에 사장되어버린 게 아니고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이어오며 현실 적합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다케나카 헤이조의 [경제 고전]에서도 부크홀츠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그건 아마 고전으로 여겨지던 것이 여전히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은 아직 생명력이 다하지 않고 현실에 유의미하게 작동하기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부크홀츠는 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평생 이룩한 경제 이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헤이조의 경우에는 그들의 대표 저작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이라 하겠다. 이를테면 스미스의 경우 [국부론]과 [도덕 감정론]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그의 경제 이론을 소개하고 오늘날에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 검토, 분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 자본의 유기적 구성 등 마르크스의 이론도 간략하게 정리하며 오늘날의 경제 현실과 접목시키고 있기도 하다.

 

헤이조의 또 하나의 특장은 경제 이론들을 상호연관성있게 잇고 있다는 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테제에 대한 안티 테제를 제시하고 이를 아우른 진테제를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인 맥락을 누구나 쉽게 개관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테면 스미스의 예정조화와 자동조절론이라는 시장경제 낙관론에 대한 안티로서 맬서스, 리카도 및 마르크스 이론을 들어 비관적 경제관을 펼친 다음, 이에 대한 종합적 해법 차원에서 케인스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일반인들이 놓치기 쉬운 20세기 학자들, 슘페터 같은 혁신주의자, 급진적 자유주의자, 통화론자 및 공공선택 이론가 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고전파 경제학자들로부터 오늘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생존 경제학자들까지 어떤 이론적 경향과 현실적 시사점을 지니고 있는지 두루 톺아보고 있어 최신 경제학설사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하겠다.

 

다만 그가 글 초반에 밝혔듯이 그의 입장이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주로 일본의 경제 현상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내심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경제관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일관되게 견지한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을 참고하고 읽으면 여러 모로 의미 있는 견해와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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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들어 줘 문학의 즐거움 36
샤론 M. 드레이퍼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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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들은 흩날리는 눈발처럼 언제나 내 주위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눈송이는 저마다 다르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녹아 버렸다.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는 단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러 문장과 구, 서로 연관된 생각의 산들, 기발한 표현들, 농담, 사랑의 노래. (361쪽)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멜로디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동생 페니가 빗속에 엄마 차로 뛰어드는 그 아찔한 순간에도 말로 위험을 알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멜로디의 터질 것 같은 마음은 더 말해 뭣하겠는가?

 

그래도 다행인 건 멜로디 주변에 그를 알아주는, 알아보는 눈 밝은 이들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물론 바이올렛 아줌마, 캐서린 언니 등등 말이다. 특히 멜로디에게 단어에 눈뜨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준 바이올렛 아줌마와 학교생활을 도와주며 교감을 나눈 캐서린 언니의 역할이 너무 컸다.

 

잠재능력만 지니고 있던 멜로디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역시 메디 토커였다. 로즈의 노트북에 자극을 받은 멜로디가 캐서린 언니와 상의하여 의사소통장비로 구입한 엘비라 말이다. 이 장비를 통해 멜로디는 비로소 세상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말이 메디 토커를 설치해준 바이올렛 아줌마에게 고마움을 전한 인사였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도 “안녕 아빠, 안녕 엄마. 전 지금 정말 행복해요.”라고 하며 그동안 한 번도 할 수 없었던 말을 한다. “사랑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메디 토커를 통해 멜로디의 존재감을 드높일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온다. 위즈 키즈 퀴즈대회 출전하게 된 것이다. 학교 예심에서 만점 1등을 차지하더니만 서부 오하이오 지역 퀴즈대회 예선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결국 최우수로 전국 대회에 출전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바야흐로 뉴스의 포커스를 받으려는 찰나에 워싱턴행 비행기를 놓치고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게 되었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 멜로디까지 마음을 추스르고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기다리게 된다. 이 대목에서 들끓는 내면을 진정시키고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 멜로디의 내공이 정말 깊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럴 수 있도록 멜로디에게 용기를 심어 준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넓다고도 생각되었고. 멜로디가 이제 세상에 더는 다치지 않고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앞으로 닥칠 일들도 아마 만만치 않을 것이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색안경을 벗고 다만 가만히 지켜보며 더러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생색내지 않고 슬몃 돕는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멜로디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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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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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 옆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는 빙긋이 웃는다 /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 외로워지는 연습 / 술집을 빠져나와 /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최일남의 [국화 옆에서]는 조문기이다. 하루에 두 군데나 겹치기로 장례식장을 들르며 겪은, 얘기 나눈 기록이다. 한 군데선 상처한 전 직장동료와 일본 영화와 소설에 대한 식견을 과시하며 장례문화에 대한 지적 대결을 펼치더니 다른 곳에선 친구보다 자신을 더 살갑게 대해주던 친구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각별한 맘으로 울적해하다 결국 어린 시절 그 천진무구하던 기억을 떠올리곤 울음 대신 환해지는 과정을 파노라마로 그리고 있다. 어쩜 경륜 짧은 이들은 다다를 수 없는 혜안으로 생과 사의 비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약간의 이질감도 들었지만 조금 생각하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달까? 가벼운 환희로 타인과 죽음이라는 방식의 이별을 치르고 자신의 죽음도 담담히 기다리려는 마음의 결을 알 것 같고 나도 그럴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2. 쓰달픈 생의 조각들

 

권지예의 [퍼즐]과 이명랑의 [제삿날]은 신산한 삶의 쓰달픈 구석을 그리고 있다. 권지예의 글은 남편에게 늘 구박만 받다 결국 퍼즐의 마지막 조각으로 자신이 투신한 마당 우물 뚜껑을 택한 죽음의 기록이다. 이명랑은 파란 많은 생의 역정을 공유했던 두 과부들의 교통사고를 두고 자식과 며느리, 사고 당사자들이 각각 그들 나름의 관점에서 살핀 엇갈리는 얘기이다. 둘 다 생의 어둔 그늘, 쓰디쓴 대목을 다루고 있지만, 더구나 그중 하나는 삶을 마감하는 얘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의 색조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비애와 외로움이 흐르는 바탕색에 퍼즐과 동반자라는 색을 입히고 간을 맞춰 생이 터무니없이 슬프고 허무한 것만은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이런 유의 구성은 다른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소금창고]와 [파종]에서는 이제 퇴물이 된 협궤열차와 은퇴한 아버지가 등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잊혀져가고 있는 것들이 마냥 아프기만 한 게 아니란 걸 잔잔한 옴니버스로 엮어 보이고 있다.

 

3. 소량의 비애와 외로움으로 간을 맞춘 생의 환희

 

김연수의 [깊은 밤, 기린의 말]은 생명의 기록이다. 삶의 신비스런 이야기다. 전반적 발달장애로 세상과 담을 쌓은 태호와 가족들의 때론 알콩달콩한 더러는 섬뜩한 썸씽이다. 썸씽이란 뜻은 태호를 향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태도가 중의적이란 뜻이다. 태호의 발달장애 상태를 기꺼이 받아들이자며 행동 지침까지 적어서 가족들에게 공지하고선 자신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아빠의 조급함과 이중성, 태호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치료에 매진하면서도 울컥하여 태호를 싣고 한강변 도로를 달리다 중앙선을 넘어 삶을 마감하려 마음먹기까지 했던 엄마의 극단적 행동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와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쌍둥이 누나들은 태호를 한결 같이 사랑한다. 결코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태호와 여러 가지 시험도 하고 더불어 일을 도모하기까지 한다. 그런 태호가 모종의 사건에 연루된다. 모든 일에 마음 문을 닿고 살던 태호가 유일하게 몰티즈 강아지에겐 맘을 열더니 그 강아지가 장님이란 걸 안 아빠가 애견 숍으로 돌려보내 버리자 누나들과 강아지를 찾으러 야밤에 나선 것이다. 기어이 기린을 찾고 마냥 좋아하는 태호는 진정 살아있는 아이였다. 그리고 여린 것들과 이어지고자 하는 생의 의지로 충만한 아이였다.

 

하여 이 작품집은 낱낱이 동떨어진 얘기가 아닌 듯하다. 대가들의 완성도 높은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을 병렬로 묶은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하나로 꿸 수 있는 것들이니 장편소설 한 편으로 읽어도 무방하게 보인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 환하게 밝아지는 생의 기록이다. 신예 김연수로부터 노장 최일남에 이르는, 어린 아이의 삶에서 죽음에 이른 노년의 쓸쓸함에 이르기까지 한결 같이 생의 환희를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게 너무 밋밋할까 싶어서였든지 소량의 비애와 약간의 외로움으로 더러 간을 맞춰 얘기의 맛을 한층 리드미컬하게 고조시켰다 할까? 눈물 그렁하게 움츠리고 있다 어느새 환하게 밝아지는 모습을 파노라마로 이어붙인 아름다운 얘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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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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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 경제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은 전과 같지 않음이 명확해졌다. GDP 세계 1위 국가이자 국제무역의 센터로서의 이미지가 쩍쩍 균열이 생겨 이제 틈새가 예사롭지 않은 지경이 된 것이다. 자연스레 국제통화로서의 달러의 가치도 급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미국 경제의 실상이 거품이고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대평가되어왔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어왔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 그럼 과연 달러의 국제통화로서의 위치를 대신할 제3의 국제통화가 무엇일까 하는 점일 것이다. 배리 아이켄그린은 그 답으로 당분간 달러와 유로 및 위안화의 공존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아이켄그린은 자신의 추론 근거를 20세기 초 파운드화가 달러로 대체된 상황을 떠올린다. 이미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던 영국의 경제 형편이 새롭게 경제 도약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의 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에게 국제무대의 이니셔티브를 넘겨주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자 자연 국제통화도 파운드에서 달러로 점진적으로 바뀌어갔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이미 세계 경제 강국이었던 미국이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전화를 입지 않고 오히려 군수산업의 특수를 통해 경제력을 더욱 키운 유일한 서방국가였기에 20세기 후반부의 세계 경제는 유일한 경제 강국 미국이 지배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달러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제통화로 자리매김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위상이 흔들리며 유럽과 중국,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이 나날이 커져서 오히려 미국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고 미국 경제는 지지부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세계 경제의 축이 다극화되고 있으므로 미국 달러화도 서서히 영향력이 감소해가고 있으므로 파운드화가 그러했듯이 달러도 다른 통화로 대체되지 않겠나 하고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켄그린은 미국 달러화가 단번에 몰락하지는 않으리라 예측하고 있다. 여전히 달러 선호가 대세이고 미국 경제가 쇠락하고는 있지만 그간의 유일 강국 지위가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대신 유로나 위안 같은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지역이나 국가의 화폐와 복수통화체제를 구축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가장 먼저 미국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가는 곧 재정 위기를 맞을 것이고 그 나라의 화폐는 자연 저평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여 환율이나 대외부채의 조정 같은 미시적 정책수단보다 근본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달러 제국의 몰락>은 이처럼 한때 과도하달 정도로 특권을 누리며 유일한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차지하던 미국 달러화가 어떻게 등장하고 성장하고 국제 경제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이제 어떻게 몰락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역사적으로 리뷰해본 다음 현 실상에 이른 원인 진단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역작이라 하겠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달러화 등장의 전사(前史)와 파운드화와의 각축 과정, 금태환 정지 사태 등 국제통화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지적 호기심도 자극한다. 국제금융에 대해 한 수 단단히 배운 느낌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한국 금융위기에 대한 해설도 눈길을 끈다. 간만에 매력적인 책 읽기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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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식객 -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
SBS 스페셜 방랑식객 제작팀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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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연식이니, 선식이니 하면서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은 시대입니다. 책이 아닌 방송매체에서도 이런 주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그런데 책이나 방송매체에서 주로 다루는 건 자연식 재료나 조리법을 담은 레시피이기 일쑤입니다. 하여 어떤 재료가 제철 식품이고 무엇과 궁합이 맞으며 어디 가야 맛깔스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 등 외형적 정보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자주 접하다 보면 약간 공허하달까, 무슨 먹자고 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지나치네 하는 식상함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방랑 식객]은 어딘가 좀 달라 보입니다. 단순한 자연식 레시피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이란 목차를 보면 얼개가 잡히는 듯 합니다. 크게 보은, 치유, 미래, 만남과 소통의 매개체로 음식을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여 이건 요리책이 아니라 인생과 미학이 담겨 있는 개론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란 부제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특히 두 번째 편 ‘음식은 치유다’ 부분이 맘에 깊게 와 닿았습니다. 여기서 치유란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정신적으로 상처받고 우울하고 열등감에 잠겨있고 외부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슬몃 다가가 위로하고 고무시키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이끌고 결국 닫혔던 마음을 열고 음식을, 방랑 식객을, 아니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 매개체로 음식을 통한 공감과 소통을 이 책은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편식을 이해해야 편식을 고친다’ 편에서 채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지닌 아이에게 다가가 그의 눈높이에서 자연을 이해하고 음식을 있는 그대로 대하게 만드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들풀의 자유를 비비고 먹다’에서는 잡초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데 짜장면 하면 느끼한 냄새가 훅 끼치기 마련인데 방랑 식객의 짜장면은 냄새는커녕 먹기 아까울 정도로 너무 이뻐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답니다. 그런 짜장면이라면 몇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듯했고요. 그걸 먹다 보면 어떤 질병도 치유될 수 있을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앞 부분에 나오는 지리산 할머니의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웃음이 이 책의 모든 걸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을 담은,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라고 말입니다. 그건 뭐라도 인체에 아니 우리 맘속에 오롯이 흡수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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