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문학 B조 마지막 도서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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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설미현(미스트랄) 지음 / 베가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솔직한 자기 고백을 담고 있다.
“고맙다 내 첫사랑. 평생 만나려들지 않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행복해. 그리고 내게 이렇게 좋은 기억을 주어서, 사랑에 대한 확신을 주어서 너무 고마워.
글을 맺으려니 웃음이 터진다. 우리가 서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그 아이보다 한 살이 많아서였는데, 그 당시 사회 통념으로 여자가 나이 많은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라 힘들어 했던 것이었는데, 지금 내 남편은 나보다 두 살 반이 어리다. 인생 참 짓궂다.”(76쪽)
설미현의 글은 꾸밈이 없다. 문장도 그러하거니와 글의 내용도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진솔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어린 시절 어쩜 유치하고 다시는 떠올리기 뭣한 풋사랑의 기억들까지 윤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니. 그리고 자칫 심각하게 빠지기 쉬운 얘기를 아릿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반전을 곁들였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도 역시 그의 솔직함에 공감해서일 것이다.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는 잔잔한 글이다.
‘만일 스물한 살의 가슴을 가지고 마흔다섯 살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다면 참으로 조화로운 삶이 될 것 같다. 불혹의 나이 마흔을 넘어 세상의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된 마흔다섯에는 가끔 청춘이 그립기는 하겠으나. 그래도 아직 살아보지 못한 쉰이나 예순에 대한 설렘 역시 공존할 듯하다. 특히 치열하게 삶을 뚫고 지나 온 중년들에게 마흔 다섯은 자랑스러운 훈장 같은 나이일 것이다.”(78쪽)
설미현은 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끔 생의 지혜를 온축한 글로 마음을 움직인다. 무자년 신년 수필로 시애틀 지역신문 미디어 한국에 발표한 <나이의 미학>에서는 정말 인생의 경륜이 느껴질 정도이다. 잔잔하게 파고드는 게 여간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다만 아쉽다면, 글의 질이 쭉 고르지 않다는 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약간의 수정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 몇 군데 눈에 띈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의 경륜이 쌓이면 자연스레 해결되어 품격 있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