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 경제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은 전과 같지 않음이 명확해졌다. GDP 세계 1위 국가이자 국제무역의 센터로서의 이미지가 쩍쩍 균열이 생겨 이제 틈새가 예사롭지 않은 지경이 된 것이다. 자연스레 국제통화로서의 달러의 가치도 급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미국 경제의 실상이 거품이고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대평가되어왔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어왔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 그럼 과연 달러의 국제통화로서의 위치를 대신할 제3의 국제통화가 무엇일까 하는 점일 것이다. 배리 아이켄그린은 그 답으로 당분간 달러와 유로 및 위안화의 공존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아이켄그린은 자신의 추론 근거를 20세기 초 파운드화가 달러로 대체된 상황을 떠올린다. 이미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던 영국의 경제 형편이 새롭게 경제 도약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의 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에게 국제무대의 이니셔티브를 넘겨주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자 자연 국제통화도 파운드에서 달러로 점진적으로 바뀌어갔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이미 세계 경제 강국이었던 미국이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전화를 입지 않고 오히려 군수산업의 특수를 통해 경제력을 더욱 키운 유일한 서방국가였기에 20세기 후반부의 세계 경제는 유일한 경제 강국 미국이 지배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달러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제통화로 자리매김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위상이 흔들리며 유럽과 중국,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이 나날이 커져서 오히려 미국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고 미국 경제는 지지부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세계 경제의 축이 다극화되고 있으므로 미국 달러화도 서서히 영향력이 감소해가고 있으므로 파운드화가 그러했듯이 달러도 다른 통화로 대체되지 않겠나 하고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켄그린은 미국 달러화가 단번에 몰락하지는 않으리라 예측하고 있다. 여전히 달러 선호가 대세이고 미국 경제가 쇠락하고는 있지만 그간의 유일 강국 지위가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대신 유로나 위안 같은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지역이나 국가의 화폐와 복수통화체제를 구축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가장 먼저 미국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가는 곧 재정 위기를 맞을 것이고 그 나라의 화폐는 자연 저평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여 환율이나 대외부채의 조정 같은 미시적 정책수단보다 근본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달러 제국의 몰락>은 이처럼 한때 과도하달 정도로 특권을 누리며 유일한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차지하던 미국 달러화가 어떻게 등장하고 성장하고 국제 경제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이제 어떻게 몰락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역사적으로 리뷰해본 다음 현 실상에 이른 원인 진단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역작이라 하겠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달러화 등장의 전사(前史)와 파운드화와의 각축 과정, 금태환 정지 사태 등 국제통화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지적 호기심도 자극한다. 국제금융에 대해 한 수 단단히 배운 느낌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한국 금융위기에 대한 해설도 눈길을 끈다. 간만에 매력적인 책 읽기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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