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을 들어 줘 문학의 즐거움 36
샤론 M. 드레이퍼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단어들은 흩날리는 눈발처럼 언제나 내 주위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눈송이는 저마다 다르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녹아 버렸다.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는 단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러 문장과 구, 서로 연관된 생각의 산들, 기발한 표현들, 농담, 사랑의 노래. (361쪽)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멜로디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동생 페니가 빗속에 엄마 차로 뛰어드는 그 아찔한 순간에도 말로 위험을 알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멜로디의 터질 것 같은 마음은 더 말해 뭣하겠는가?

 

그래도 다행인 건 멜로디 주변에 그를 알아주는, 알아보는 눈 밝은 이들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물론 바이올렛 아줌마, 캐서린 언니 등등 말이다. 특히 멜로디에게 단어에 눈뜨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준 바이올렛 아줌마와 학교생활을 도와주며 교감을 나눈 캐서린 언니의 역할이 너무 컸다.

 

잠재능력만 지니고 있던 멜로디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역시 메디 토커였다. 로즈의 노트북에 자극을 받은 멜로디가 캐서린 언니와 상의하여 의사소통장비로 구입한 엘비라 말이다. 이 장비를 통해 멜로디는 비로소 세상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말이 메디 토커를 설치해준 바이올렛 아줌마에게 고마움을 전한 인사였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도 “안녕 아빠, 안녕 엄마. 전 지금 정말 행복해요.”라고 하며 그동안 한 번도 할 수 없었던 말을 한다. “사랑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메디 토커를 통해 멜로디의 존재감을 드높일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온다. 위즈 키즈 퀴즈대회 출전하게 된 것이다. 학교 예심에서 만점 1등을 차지하더니만 서부 오하이오 지역 퀴즈대회 예선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결국 최우수로 전국 대회에 출전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바야흐로 뉴스의 포커스를 받으려는 찰나에 워싱턴행 비행기를 놓치고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게 되었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 멜로디까지 마음을 추스르고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기다리게 된다. 이 대목에서 들끓는 내면을 진정시키고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 멜로디의 내공이 정말 깊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럴 수 있도록 멜로디에게 용기를 심어 준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넓다고도 생각되었고. 멜로디가 이제 세상에 더는 다치지 않고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앞으로 닥칠 일들도 아마 만만치 않을 것이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색안경을 벗고 다만 가만히 지켜보며 더러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생색내지 않고 슬몃 돕는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멜로디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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