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식객 -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
SBS 스페셜 방랑식객 제작팀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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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연식이니, 선식이니 하면서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은 시대입니다. 책이 아닌 방송매체에서도 이런 주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그런데 책이나 방송매체에서 주로 다루는 건 자연식 재료나 조리법을 담은 레시피이기 일쑤입니다. 하여 어떤 재료가 제철 식품이고 무엇과 궁합이 맞으며 어디 가야 맛깔스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 등 외형적 정보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자주 접하다 보면 약간 공허하달까, 무슨 먹자고 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지나치네 하는 식상함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방랑 식객]은 어딘가 좀 달라 보입니다. 단순한 자연식 레시피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이란 목차를 보면 얼개가 잡히는 듯 합니다. 크게 보은, 치유, 미래, 만남과 소통의 매개체로 음식을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여 이건 요리책이 아니라 인생과 미학이 담겨 있는 개론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란 부제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특히 두 번째 편 ‘음식은 치유다’ 부분이 맘에 깊게 와 닿았습니다. 여기서 치유란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정신적으로 상처받고 우울하고 열등감에 잠겨있고 외부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슬몃 다가가 위로하고 고무시키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이끌고 결국 닫혔던 마음을 열고 음식을, 방랑 식객을, 아니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 매개체로 음식을 통한 공감과 소통을 이 책은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편식을 이해해야 편식을 고친다’ 편에서 채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지닌 아이에게 다가가 그의 눈높이에서 자연을 이해하고 음식을 있는 그대로 대하게 만드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들풀의 자유를 비비고 먹다’에서는 잡초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데 짜장면 하면 느끼한 냄새가 훅 끼치기 마련인데 방랑 식객의 짜장면은 냄새는커녕 먹기 아까울 정도로 너무 이뻐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답니다. 그런 짜장면이라면 몇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듯했고요. 그걸 먹다 보면 어떤 질병도 치유될 수 있을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앞 부분에 나오는 지리산 할머니의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웃음이 이 책의 모든 걸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을 담은,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라고 말입니다. 그건 뭐라도 인체에 아니 우리 맘속에 오롯이 흡수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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