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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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 님에게

 

처음엔 저도 나미야 잡화점 님께 고민상담 편지를 쓰려했습니다. 그러다 곧 마음을 바꿨답니다. 쇼타 님이 먼저 떠올랐거든요. 말이나 행동이 딱 제 수준이었기 때문이랄까, 아님 처지가 동병상련으로 공감이 된 탓이었달까, 하여간 불쑥 편지를 내밀어도 왠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친근감이 들더라고요. 알아갈수록 쇼타 님은 참 지혜롭고 인간미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선한 에너지를 가득 지니고 있었거든요. 쇼타 님에게서 영감을 듬뿍 받아 충만해진 저는 어떻게든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용기를 내본 것이랍니다. 그러니 이 편지엔 굳이 답장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쇼타 님, 당신도 이번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참 값진 경험을 했죠. 쇼타 님의 답장에 뭐 이런 게 다 있담! 하며 발끈하다 결국 따르고 마는 상담자들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을 것이고 마지막엔 실수로 넣은 백지 편지 때문에 나미야 님의 답장, 아마 사상 최고의 편지가 아닐까 싶은, 서신까지 받았으니 당신은 정말 축복받은 행운아입니다. 고마운 마음 많이 느끼셨죠? 그러니 당신과 저는 감사의 마음까지 공유하는 셈이겠네요.

 

쇼타 님, 꼭 드리고픈 말이 있습니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말만은 해주고 싶네요. 그동안 참 힘드셨죠? 예기치 않게 잡화점에 들어가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상담 편지의 답장을 쓰게 되었으니 아마 골머리깨나 아팠을걸요. 삶 또한 얼마나 팍팍했습니까? 그러니 좀도둑질이라도 하려고 생각했겠죠. 정말 힘들었던 건 하루미씨의 편지를 보고 마음을 돌려 경찰에 자수 하겠다고 결단한 일일 겁니다. 그 고뇌에 찬 선택에 경의를 표합니다.

 

먼저 쇼타 님의 제안으로 들어가게 된 잡화점에서 많이 놀라셨죠? 무척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예기치 않게 우편함으로 들어온 편지를 받아들고 어이없어 하던 당신들, 왜 그리 촌티 팍팍 나게 어설퍼 보이든지. 궁지에 몰려 쫓기는 신세, 거기다 상담 편지 내용도 뚜렷한 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머리에 쥐가 내릴 지경이었죠. 그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대개 막가파처럼 행동하기 쉬운데 쇼타 님은 다르더군요. 쇼타 님의 말 몇 마디만 듣고도 어떤 사람인지 단박에 느낌이 왔다 할까요? 겉으로 위악적인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바탕은 선하다는 게 빤히 읽혀졌답니다. 쇼타 님과 친구들은 점점 나미야 잡화점의 신비로운 일에 적응해 갔지요. 변변찮은 이라도 몇몇이 머리를 맞대면 꽤 쓸 만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요즘 많이 얘기하고 있는 집단지성인 셈이지요. 원래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려면 분별력 있고 지성이나 경륜이 출중해야 가능할건데 당신들은 그걸 척척 해내더군요. 그러니 당신들은 막 돼 먹은 쓰레기가 아니랍니다. 특히 쇼타 님이 달 토끼 님의 편지를 읽고 과거의 사람이 보낸 것이라 짐작하는 대목에선 아차 싶더라고요. 당신의 놀라운 혜안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마음은 어찌 그리 여리던지. 편지를 뜯어본 게 걸려 결국 답장까지 쓰고 말았으니. 그런데 당신들은 앞뒤 재지 않고 서슴없이 돌직구를 날리더라고요. 그것도 명품 돌직구 말입니다. 아마 다들 뜨끔했을걸요. 달 토끼 님께 쓴 답장에서‘당신은 바보입니다.’라며 대 놓고 나무라던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상담가로 변신한 좀도둑 삼형제의 활약, 정말 눈부셨답니다.

 

당신들의 삶은 또 어떻고요. 쇼타 님만 해도 가전제품 판매원으로 일하다 인원감축 과정에서 밀려나 편의점 알바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지요. 심지어 일행인 고헤이와 아쓰야는 아예 백수고요. 셋 다 어릴 때 사회복지시설인 환광원에서 함께 자랐죠. 그러니 사랑에 굶주려 늘 세상에 원망만 했을 밖에요. 그 정도 힘겨운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 보통 좌절하여 일탈의 길로 접어들기 쉬울 건데 용케도 잘 버텨왔더군요. 그러다 이번에 크게 한 탕 하겠다고 벼르고 나선 것이죠. 쇼타 님, 그런데 절박한 궁지에 내몰려 울분을 토하면서도 화풀이 대상을 선별하더군요. 이를테면 의적(義賊) 같았다 할까요? 악덕업주, 환광원을 해코지하려는 사악한 자인 하루미의 별장을 털기로 계획을 세웠으니 말입니다. 그후 어찌어찌 하다 보니 나미야 잡화점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당신들은 그렇게 많이 벗어난 게 아니랍니다. 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힌 건 아니었으니까요.

 

당신들이 하루미 씨의 결박을 풀어주고 경찰에 자수하며 앞으로 도둑질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무척 힘든 결정이었을 겁니다. 그동안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었는데 이제 교도소에 가게 되었으니까요. 전과자의 굴레를 쓰고 세상의 낙인을 견뎌야 하는 끔찍한 일이 눈에 선할 텐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이키게 한 건 하루미 씨의 편지 때문이었죠. 내키는 대로 써준 답장이 그녀에게 큰 힘이 되었다니, 그리고 이를 고마워하는 감사의 편지를 전하려 하다니, 그녀가 바로 길 잃은 고양이 님일 줄이야. 그리고 나미야 님이 남긴 백지 편지에 대한 답장은 당신들의 선택을 결정지어 버렸다 하겠습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리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447쪽)

 

편지를 다 읽고 환하게 밝아지는 눈이라니. 이내 눈물 그렁거리며 묘한 기분에 휩싸였을걸요. 쇼타 님, 그 순간 뭔가 신비로운 힘이 느껴지지 않던가요? 지금부터 천기누설 좀 할게요. 당신들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하늘에 있는 나미야 유지 님과 미나즈키 아키코 님이 이런 상황을 세팅했지 않나 싶습니다. 그분들이 예정하고 인도하여 당신들을 구원하려 했던 것이죠.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을 연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 그 인연을 실현하기 위해 당신들이 쓰인 것이랍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선택받은 자들이지요.

 

결단을 내린 당신들의 맘속에 감사의 메아리가 울리더군요. 하잘것없는 존재이던 당신들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기껏해야 좀도둑질이나 하던 쭉정이 백수들이 대가도 없이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한다는 보람을 맛보게 되다니 말입니다. 감사의 마음 뭉클뭉클 일어날 밖에요.

 

“돈이 문제가 아니야. 돈 버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좋은 거야. 이익이니 손해니 그런 건 다 빼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뭔가를 고민해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330쪽)

 

이제 당신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을 불러 볼 차례입니다. 기꺼이 감사하고픈 이들이 너무 많을 것입니다. 달 토끼, 생선가게 뮤지션이나 길 잃은 강아지 등등. 그들에게 조언을 해 준 게 바로 당신들이었죠. 그 결과 달 토끼님은 여한 없이 운동과 사랑에 몰입할 수 있었고요, 생선가게 뮤지션은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노래가 남을 구원하고 오래오래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길 잃은 강아지는 호스티스 생활을 청산하고 건전하게 부를 축적하게 되었죠. 그들은 고상한 말보다 당신들의 솔직하고 당돌한 답장에 눈이 번쩍 뜨였답니다. 백수의 리얼한 언어로 거두절미, 단도직입 사태의 본질을 치고 들어간 것이었으니까요. 효과는 그야말로 직방이었죠.

 

그리고 여기 한 사람 더 있답니다. 바로 저입니다. 당신들의 에너지에, 지혜로운 충고에 감동해버렸답니다. 제 사정을 자세하게 들려줬다간 또 오지랖 넓게 간섭하려 들 것 같아 간략하게 얼버무립니다. 혹 답장을 보내와 속속들이 따져든다면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닐 듯해서요. 지금 약간 버퍼링이 걸렸다 할까요. 어릴 때 쇼타 님 못지않게 궁벽한 환경에서 억눌리며 자라나 겨우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제게 너무 과한 상대였습니다. 근근이 맞춰나간다고는 했지만 역시 근본이 드러나게 되더라고요. 잦은 갈등은 결국 서로의 마음 문을 닫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점점 남에게 위로와 평안, 사랑을 주는 존재가 못 되고 짐만 되고 태클이나 거는 사람이라는 자책에 빠지게 되었지요.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것에 대해 그 동안 솔직히 상대방 탓만 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타개하려 하기 보단 신세 한탄조의 넋두리만 늘어놓으며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잘 해보라고 조언할 때마다 와쿠 고스케가 악감정을 담아 썼던 첫 번째 편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할까요. 그러다 최근에 의외의 얘기를 듣고 허를 찔린 듯해졌습니다. 그동안 위악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려고만 하는 것 같았던 아내가 실은 선의를 품고 잘 해보려고 그러는데 제가 몰라주었단 것이지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그것을 공치사하듯 시시콜콜 밝히지 않았을 뿐인데 무디디 무딘 제가 늘 곡해했던 것이지요.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해졌답니다. 그러다 이번에 당신들이 하루미 씨께 보낸 답장을 보고 더욱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상황마다 여과식으로 조목조목 따져 들어가는 답장 내용을 제게도 적용해 보았습니다. 답이 보이더군요. 얼개가 잡히는 듯했습니다. 묵은 감정에 북받쳐 헤맬 게 아니란 사실도요. 어느새 저도 환해졌다 할까요.

 

그러니 고맙습니다. 쇼타 님. 당신의 답장에 그리고 과감하게 내린 결단에 위로받고 고무됩니다. 당신들이 기꺼이 교소도행을 택했듯이 저도 어떤 쪽으로 턴해야 할지 이제 알겠습니다. 당신이 나미야 님께 감사하듯이, 하늘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 느꼈듯이, 이제 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울렁거립니다. 쇼타 님이 선택한 길, 저도 그쪽으로 나아가겠습니다.

 

- 좌표 없는 길에서 방금 벗어난 어른아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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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 나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신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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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안 읽히는 책 얘기 하나.

브레네 브라운 지음,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를 읽다 또 막히고 말았다.

처음부터 후딱 읽어치울 책이 아니란 걸 알고 시작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심했다.

우선 공감 가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나다 그만 둬 버렸다. 왜냐면 모든 얘기가 하나 같이 소중한,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이었기에 따로 밑줄을 그을 필요가 없었던 것. 글 전체가 어느 대목 하나 지나쳐 버릴 수 없을만큼 명문, 공감가는 얘기로 빼곡했던 것이다.

사실, 목차를 훑어보다 목차에다 밑줄을 긋기 시작했으니.

이를테면 이런 대목,나의 파워를 수치심이라는 감정에게 내어주게 되면, 수치심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길러갈 수 있는가?, 나만의 수치심 촉발제 찾아내기, 분노 약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 자신의 존재가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수치심은 분노로 바뀐다, 주제 파악 좀 하시지 전형화와 꼬리표의 족쇄...

특히 8장에 나오는 주제 파악 좀 하시지 전형화와 꼬리표의 족쇄, 족쇄......

이렇게 목차 읽다 망연자실했고.

 

작가가 왜 수치심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는지 계기를 밝히는 대목에서 또 한번 나의 교육 및 양육 방식에 대해 돌아보다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한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다! 는 지도교수님이 말에 충격을 받고 음미하다 수치심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는 고백 부분에서 말이다.

 

또 정말 고통스러웠던 것은 수치심에 대해 고백하고 있는 사례들에서 였다.

수전, 카일라, 테레사 및 손드라. 기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수치심에 빠져 분노하고 좌절한 이들의 고백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나까지 그 고통의 아우라 속으로 빨려드는 듯 했기 때문이다.

 

브라운은 이런 고통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극복할 회복탄력성을 길러 나가는 법을 든 다음 누구도 혼자가 아니고 우리 모두는 우리 편이다 라는 것으로 글을 끝맺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오는 시 '그대, 이제 절대 더 이상 외롭지 마라'는 화룡정점인 셈.

 

이 책은 차분히 몇 번이고 음미하며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수치심의 근원에 대해서도 이 책을 보며 정리해보아야 겠다. 필자가 말했듯이 따라하기만 하면 금방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책은 아니지만, 그리고 실제 그런 일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위안과 치유의 느낌을 한껏 서서히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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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다고? : 신문 방송학 주니어 대학 3
김창룡 지음, 아메바피쉬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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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한 편의 입문서이다. 그런데 진로진학 차원에서 제공되는 정보지 정도라 지레짐작하면 큰 오산이다. 이와는 질적인 차별성을 보이는 생각거리들로 빼곡한 인문서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라 하면 냉랭하게 보기 십상인데 필자는 무미건조한 이론 소개를 지양하고 친근한 소재를 바탕으로 스토리 텔링 위주의 전개 방식을 택하고 있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먼저 필자가 소개하고 있는 신문 방송과 관련된 가십거리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부터 여간 쏠쏠하지 않다. 대론 씁쓸하기도 한데 그동안 언론이 잘못 보도한 대표적인 오보 사례들을 적시하고 있는 대목에서 말이다. 삽화도 무척 인상적이다. 내용 파악에 도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서 적절하게 내용을 재구성하여 도발적인 그림과 촌철살인의 글귀로 압축 표현하고 있어 삽화만 가지고도 완결된 창작물이라 볼 수 있을 정도라 하겠다. 압권이었던 것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9시, 땡전 뉴스를 묘사한 것과 오리아나 팔라치의 활약상을 요약 정리한 삽화였는데 한 편의 삽화 안에 많은 스토리 텔링을 담고 있었다.

 

이 책 앞 부분에서는 주로 학문적 접근을, 뒷 부분에서는 교육과정이나 실제 인터뷰 및 뉴스 제작 방법 등 실무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학문적 접근 부분도 지루하지 않고 생기발랄하게 이끈다. 언론이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거나 권력 감시. 문화 예술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에서부터 편집권의 독립을 토대로 한 언론 자유에 대한 견해까지 인문적 소양을 한껏 기를 수 있는 대목이 즐비하다. 실무 차원의 얘기는 신방과 커리큘럼과 졸업 후 취업 경로 소개가 삽화와 더불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카메라 기자는 거의 신방과 출신이라거나 1인 미디어로 인터넷 언론을 창업하는 얘기는 무척 인상이 깊었다.

 

이 책의 압권 중의 압권은 2부에 나오는 오리아나 팔라치에 대한 소개 부분이다. 진실을 추구한 언론인의 표상인 그녀는 인터뷰어의 대명사인데 담대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섬세하고 인간적인 배려가 넘치며 인터뷰이와의 공감대 형성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그녀의 모습과 인터뷰 결과물이 바로 기자 정신이자 신문방송이 추구해야 할 전문성임을 필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하여 이 책은 신방과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나 언론에 대한 얼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성인들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입문서, 인문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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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 문화 인류학 주니어 대학 2
김찬호 지음, 이강훈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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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이라 하면 성인들도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여 사회에 어떤 실용적 도움을 주는 학문인지 그 전반적 얼개를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청소년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필자는 문화인류학이 고답스런 관념의 학문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장 중심의 실용학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쉽고 재미 있게 문화인류학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인간이 문화를 창조하여 자연과의 관계를 일거에 바꿔버린 얘기를 하면서 느닷없이 생일축하노래를 끌어들이고 있다. 만국 공통으로 불려지고 있는 이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켰다 끄는데 이를 불을 발견하여 동물들을 제압한 문화의 힘으로 연결하고 있는 식이다.

 

작가의 인문적 역량이 녹록지 않음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친숙한 책 얘기를 자주 끌어들이는 것도 한 예라 하겠다. [창가의 토토]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등에서 인류학적 견해를 도출하는 대목은 정말 흥미진진하였다.

 

2부 문화인류학 대표 학자 소개 부분에서는 레비 스트로스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와 탁월한 견해들을 들고 있다. 특히 레비 스트로스가 미개사회란 말 대신 소규모 무문자사회라고 명명한 것을 토대로 문화상대주의적 견해를 철저하게 지니고 있음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구조주의라는 다소 난해한 사조에 대해서도 쉽게 정리하여 잘 이해하도록 이끈다. 모든 사회를 움직이는 사고방식에 저마다 일관된 틀이 있는데 이를 구성하는 부분들 사이의 연관 관계로 구축된 얼개를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사조가 구조주의라고 정리하고 있어 귀에 쏙 들어왔다. 스트로스의 명저 [슬픈 열대]에 대한 소개도 인상 깊었다. 아름다운 문장에 실린 정밀한 학문적 분석이라고 소개하며 대가의 글이 어때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극찬하고 있다.

 

마지막 일문일답에는 정말 많은 탁견, 혜안이 담겨 있다. 문화인류학자가 자동차 디자인 개발에도 참여하는 것은 상대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요즘은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이므로 날카로운 이성과 섬세한 감수성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동안 문화인류학자들이 쌓아 온 현지조사를 토대로 한 문명사적 배경 이해의 경험과 방법이 이런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21세기에 더욱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글을 맺고 있다.

 

"보는 눈을 조금만 바꾸면, 차이는 다양성을 촉진하면서 삶을 풍부하게 해 줍니다. 다름이 불러일으키는 긴장을 멋진 창조의 에너지로 바꾸는 지혜와 용기, 21세기가 요구하는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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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 심리학 주니어 대학 1
박지영 지음, 이우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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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진학 관련 자료가 범람하고 있는 시대이다. 웬만큼 노력하면 전공학과에 대한 자료를 풀세트로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자료가 입시나 관련 분야 취업에 관련된 정보 제공을 위주로 한 것이어서 무미건조한 편이다. 그러니 식상해서 잘 안 읽힐 수밖에.

 

그런데 [남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자료와 성격이나 구성이 사뭇 다르다. 주니어대학 시리즈로 나온 심리학 편인데 거의 심리학 개론서라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굳이 분류하자면 진로취업실용서적이 아니라 인문학 서적이라 하겠다. 심리학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씌어진 책이니.

 

읽다보면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는데 딱딱한 이론보다 다양한 실제 사례와 가상적인 상황 설정을 먼저 바탕으로 깐 다음 이와 관련된 이론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물 공통으로 2부에서는 대표학자들의 생애와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와 스키너를 꼽고 있다. 모호한 듯 여겨지는 무의식의 세계와 난해한 개념인 조작적 조건화를 아주 쉽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게 이끈다. 그리고 이런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사회나 문명에 대한 평가와 비판 및 대안 제시로 연결시키고 있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울 정도이다. 마지막 일문일답은 심리학 전반과 궁금한 심리 관련 팁들을 재미 있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 심리학에 대한 재미 있는 퍼즐을 푸는 기분이다. 남친의 마음도 고스란히 읽을 수는 없지만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므로 대체적인 상황 이해를 하는데 심리학 공부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초중고생들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의미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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