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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 문화 인류학 ㅣ 주니어 대학 2
김찬호 지음, 이강훈 그림 / 비룡소 / 2012년 12월
평점 :
문화인류학이라 하면 성인들도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여 사회에 어떤 실용적 도움을 주는 학문인지 그 전반적 얼개를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청소년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필자는 문화인류학이 고답스런 관념의 학문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장 중심의 실용학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쉽고 재미 있게 문화인류학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인간이 문화를 창조하여 자연과의 관계를 일거에 바꿔버린 얘기를 하면서 느닷없이 생일축하노래를 끌어들이고 있다. 만국 공통으로 불려지고 있는 이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켰다 끄는데 이를 불을 발견하여 동물들을 제압한 문화의 힘으로 연결하고 있는 식이다.
작가의 인문적 역량이 녹록지 않음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친숙한 책 얘기를 자주 끌어들이는 것도 한 예라 하겠다. [창가의 토토]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등에서 인류학적 견해를 도출하는 대목은 정말 흥미진진하였다.
2부 문화인류학 대표 학자 소개 부분에서는 레비 스트로스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와 탁월한 견해들을 들고 있다. 특히 레비 스트로스가 미개사회란 말 대신 소규모 무문자사회라고 명명한 것을 토대로 문화상대주의적 견해를 철저하게 지니고 있음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구조주의라는 다소 난해한 사조에 대해서도 쉽게 정리하여 잘 이해하도록 이끈다. 모든 사회를 움직이는 사고방식에 저마다 일관된 틀이 있는데 이를 구성하는 부분들 사이의 연관 관계로 구축된 얼개를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사조가 구조주의라고 정리하고 있어 귀에 쏙 들어왔다. 스트로스의 명저 [슬픈 열대]에 대한 소개도 인상 깊었다. 아름다운 문장에 실린 정밀한 학문적 분석이라고 소개하며 대가의 글이 어때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극찬하고 있다.
마지막 일문일답에는 정말 많은 탁견, 혜안이 담겨 있다. 문화인류학자가 자동차 디자인 개발에도 참여하는 것은 상대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요즘은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이므로 날카로운 이성과 섬세한 감수성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동안 문화인류학자들이 쌓아 온 현지조사를 토대로 한 문명사적 배경 이해의 경험과 방법이 이런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21세기에 더욱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글을 맺고 있다.
"보는 눈을 조금만 바꾸면, 차이는 다양성을 촉진하면서 삶을 풍부하게 해 줍니다. 다름이 불러일으키는 긴장을 멋진 창조의 에너지로 바꾸는 지혜와 용기, 21세기가 요구하는 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