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개발이 가린 자본

 

강남 부근 계룡 마을 일대가 화염에 휩싸였다. 화재 직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시 재개발을 겨냥한 의도적 사고가 아니냐는 무성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진위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 참사가 주거지를 잃은 가난한 주민들에게 가혹한 생존의 압박을 안겼으며, 부실한 정부의 지원 속에서 이들이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란 요원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자연 발화이든 의도적 방하이든, 화재가 남긴 잔해 위로 인근 토지 점유권을 둘러싼 투기적 경쟁이 불씨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참사를 단순한 우연적 재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자본과 공공 권력이 주도하는 도시 재개발의 진행을 가속화하는 ‘입지 마련의 방편’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도시 재개발은 자본주의적 ‘강탈에 기반을 둔 축적’의 현대판 판본이다. 주민들에게 집과 땅은 생존을 지탱하는 ‘사용 가치’이지만, 국가와 자본가에게는 오직 시세 차익을 안겨줄 ‘교환 가치’의 상품일 뿐이다. 화재는 주민들의 삶이라는 사용 가치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소멸시켜, 자본이 토지를 완전한 교환 가치의 공간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가장 야만적인 촉매제로 작동한다.

 

발화의 원인이 자연 발화이든 투기 세력의 횡포이든, 그 결과는 언제나 토지주택공사(LH·SH)의 방관 속에 자본의 이익으로 귀속된다. 화재가 노후된 시설로 인한 자연 발화였다 하더라도, 공공 기관은 소방 기반 시설이 취약한 이 지역을 “어차피 철거할 땅”이라며 방치해 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아가 화재로 주거지가 전소되면 공공 기관은 복구를 지연하고 ‘안전’을 명목으로 철거 속도를 오히려 가속화한다. 반대로 화재가 투기 세력의 소행이라면, 이는 저항력을 지닌 세입자들의 물리적 조직력과 점유의 증거를 하룻밤 사이에 지워버리고 명도 소송과 철거 비용을 극단적으로 단축하는 잔혹한 수단이 된다.


실제로 토지주택공사(LH·SH)는 공공의 가면을 쓰고 있으나, 실상은 자본을 위해 토지를 정비하고 지대를 창출하는 ‘공공 개발자’로 기능한다. 법적 수용권을 동원해 원주민의 땅을 강제 매수하고, 용도지역 변경 (종 상향)과 인허가로 막대한 개발 지대를 창출하지만 그 이익은 공공으로 환수되지 않는다. 대기업 건설사는 ‘책임준공’과 고액의 공사비를 독식하며 ‘상표 가치 이익’을 챙기고, 지주와 투기 세력은 지분 다툼을 벌인다. 따라서 수년간의 갈등과 화재를 거쳐 완성된 신축 대단지에 다시 돌아와 살 수 있는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고작 10%~20%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빈민은 도시 외곽으로 축출된다.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의 화재는 단순한 ‘사고’의 범주를 넘어선다. 위험과 주거 상실이라는 사회적 비용은 전적으로 가난한 세입자와 원주민에게 전가되는 반면, 그들이 밀려난 자리의 막대한 지대 상승분과 분양 이익은 정부의 행정적 묵인 속에서 대기업 자본과 투기 세력이 독점한다. 따라서 계룡 마을의 화재 참사는 자본주의 도시가 공간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주거 빈곤층을 지워버리는 구조적 폭력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민중’이 중심이 아닌 ‘자본의 지대’가 지배하는 도시 계획이 근본적으로 철회되지 않는 한, 개발의 그늘 속에서 터전을 잃는 비극은 반복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