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신의주와 평양 지방은 물론, 국내 서울의 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성외곽 지역들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인위적으로 가공·발전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도입으로 진행된 급격한 산업화와 그로 인해 파생된 무계획적 개발의 실체는, 결국 부르주아 시민층의 편의만을 위한 소수의 공간으로 독점되었으며 인위적인 가공을 거쳐 확장되었다. 도심의 상·하수도 시설과 지하 수도의 건설 역시 자연스러운 강의 물길을 차단한 댐과 강 유역의 개발에 그치지 않고, 불안정한 초고층 건물과 지하 교통 시설 등을 무모하게 확장한 결과였다. 1960~70년대 청계천, 만초천 등 30여 개 자연 하천의 복개 및 암거화, 그리고 여의도 윤중제 건설을 위해 밤섬을 폭파하고 모래톱을 콘크리트 호안으로 직강화한 역사적 사료들은 공간을 인위적으로 가공하고 수계를 통제한 대표적 실증 사례다. 이는 2000년대 대통령 정부 정권하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도시 계획 건설 통제의 일면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위장된 이러한 ‘도시 제국’의 허점은 현재도 지속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을 비롯해 가로수 문제, 부지 일대의 고층 아파트 건립, 그리고 지속되는 주택 부족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인구가 감소함에도 주택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원인은 정치경제학적 문제와 밀접하지만, 동시에 공간적 점유 측면에서 소수의 제국적 독점을 강화하여 부르주아 국가의 통제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 103% 내외에 달하는 공급 포화 상태임에도 서울의 자가점유율이 40% 대에 정체되어 있다는 통계 수치는, 주택 문제가 단순한 ‘양적 공급의 부족’이 아니라 자본이 주도하는 ‘점유와 분배의 독점’ 문제임을 입증한다. 신규 공급되는 주택은 실거주 노동자가 아닌 자산가층과 다주택자에게 집중 소유되어 임대 상품화되었으며, 지대와 시세 차익을 수탈하는 수단으로 고착화되었다.
이러한 도시들은 과거부터 자신들의 식민지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적으로 법적 강화를 무단 동원하는 방식으로 부족함을 보충해 왔으며, 서울 중심지를 비롯해 수도 이전 등을 빌미로 도시 제국의 확장을 위한 방편을 구축해 왔음을 증명한다. 국가는 토지 수용권과 용도 변경, 비상법적 제도를 동원하여 자본의 개발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한 반면, 실질적으로 거주해 온 세입자의 주거권은 박탈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의 수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 도심의 경우에도 부족한 인구수를 대체한다는 명분 아래 도심 편의시설을 무모하게 확장하거나, 사업성에 치중한 건설 방식으로 기존의 자연경관마저 도시 제국의 일부로 흡수하며 밀어내 버렸다.
이 지점에서 데이비드 하비의 『반란의 도시』는 참고할 만한 저작이지만, 해당 작업이 지닌 경제주의적 오류는 서울이라는 소도시에서 발생한 무모한 도시 확장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하비의 ‘자본 2차 순환론’은 과잉 축적된 자본이 건설 및 부동산으로 이동하며 도시를 재편한다고 보았으나, 이는 영토와 공간적 규모가 비교적 큰 자본의 도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주의 오류는 인민주의적 오류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서울과 같은 동아시아 압축 성장 도시에서는 시장 자본의 내재적 동학에 앞서, 국가 공권력 (발전 국가)이 이념적·정치적·군사적 통제 목적으로 강북 제한과 강남 개발 등 공간을 강제 재편한 ‘국가 주도형 통제성’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핵심은 도시 제국의 역사가 자본주의 역사와 발맞추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부르주아 권력성을 보여주는 공권력 통제를 위해서도 도시의 기능은 인민을 통제할 수 있는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도심의 기틀을 떠받치던 달동네와 쪽방촌 등 하층민의 주거 공간은 ‘도시 정비’라는 명목으로 철저히 파괴되었다.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을 시작으로 1980년대 목동·상계동 합동재개발 철거 투쟁, 그리고 2009년 용산 참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토건 자본의 개발 이익과 국가 공권력이 결탁하여 세입자와 원주민을 도시 외곽 및 반지하·고시원 등의 열악한 거처로 폭력적으로 축출해 온 생존권 투쟁의 기록이다.
소도시에서 출발한 서울의 모습은 자본주의 경제가 보여주는 화려한 도시의 미관 뒤에 숨겨진 현실 노동자들의 거주지 문제를 비롯해, 도시 제국이 걸어온 실제 역사를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 도시 개발 정책은 미개척지를 정복하고 원주민을 축출하며 수탈을 정당화했던 신제국주의적 관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화려한 초고층 빌딩과 도심의 불빛은 공공의 자연 수계를 차단하고, 소수 부르주아 자산가층의 공간 독점을 강화하며, 노동자 계급을 ‘내부적 유배’ 상태로 내몰며 구축된 ‘도시 제국’의 폭력적 실체를 가리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참고 자료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현 서울연구원), 『서울시 복개하천 생태복원 기본구상』,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3, pp. 24-25. (서울 시내 30여 개 주요 하천의 복개 및 암거화 역사와 도시 하수도화 과정 분석)
- 해당 자료는 서울 시내의 복합 단지 건설과 생태 복원에 있어 하수 기반 처리 시설의 조사를 진행했으나, 국가 정부가 임의로 주도한 정책적 결정 방식을 그 한계로 지목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 손정목,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1~5』, 한울, 2003. (1960~1970년대 한강 개발 계획, 여의도 윤중제 건설 및 밤섬 폭파 등 국가 주도 공간 가공의 사료적 기록)
- 이는 서울의 도시 계획의 발전 기록에 주목한 저작이지만, 실상은 경제주의적 한계를 포착하지 못한 실작에 불과하다.
· 통계청, 『2022~2024년 주택총조사: 인구·가구·주택 기본 집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전국 주택보급률 102.1%~103.5% 대 대비 서울 자가점유율 47.9%~48.3% 대의 구조적 격차 실증 자료)
· 한국도시연구소, 『주택 공급 정책과 주거 불평등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연구소 보고서, 2021, pp. 12-38. (대규모 주택 공급이 서민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주택자·자산가층의 임대 상품으로 독점되는 정치경제학적 기제 분석)
· 국토연구원, 『지방도시 도심 재개발 및 도시재생 정책의 한계와 과제』, 국토연구원 연구보고서, 2020, pp. 55-82. (지방 혁신도시 및 원도심 재개발이 인구 유입보다는 토건 자본의 이익과 자연경관 파괴로 귀결된 실증 사례)
- 위 사례들은 주택 보유지에 대한 소득 측정 방식의 구조적 격차가 여전히 ‘평균 수치’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한계를 보인다. 방대한 통계청 자료에 비하며 부실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 김진균·조희연 편, 『한국 사회의 계급과 국가』, 한울, 1990. (토지 수용권 및 비상 제도를 동원한 국가의 사적 자본 비호와 법적 통제 기제)
- 이러한 분석은 토지 수용권 및 비상 제도를 거론하기는 했으나, 실상은 토지의 사유 재산화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민주적 기틀 하에서 수렴된 정책적 통일론으로 수렴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 하비, 데이비드 (Harvey, David), 『반란의 도시: 도시의 권리를 위하여』 (강현수 역), 자음과모음, 2014. (자본의 2차 순환 및 공간적 다변화 이론)
- 『반란의 도시』는 도시 계획의 공간적 점유 문제를 거론한 문제작이지만, 그의 경제주의적 접근 방식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적 계급 격차 문제를 온전히 규명하지 못하고 추상적·개념적 도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저술적 한계를 명확하다.
· 배준식·임동근, 『서울도시계획의 역사』, 동녘, 2015, pp. 102-145. (서구 자본 동학 중심의 하비 이론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한국 발전국가 공권력의 정치·군사적 공간 강제 재편 특수성을 분석한 연구)
· 조명래, 『현대도시론: 자본·공간·생태』, 한울아카데미, 2018, pp. 210-245. (신자유주의 도시개발 정책이 지닌 신제국주의적 원주민 축출 관성과 공간적 계급 축출의 최종 형태 비판)
- 이러한 연구들의 한계는 자본의 공간적 점유 방식이 아닌, 다른 이유의 사례를 들어 그 특수성을 거론하는 데 그치고 만다는 점에 있다!
· 강인철, 『한국의 빈민운동과 도시투쟁사』, 한울아카데미, 2011, pp. 88-160.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1980년대 목동·상계동 합동재개발 철거 투쟁의 역사적 궤적)
·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용산참사 진상조사 보고서: 신자유주의 도시개발과 국가폭력』, 한울, 2010. (2009년 용산 4구역 재개발 강제 진압 및 세입자 생존권 박탈의 기록)
- 당시의 폭력적인 진압 방식을 고려할 때, 이러한 시민권과 참사의 관계를 단순히 시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요구되는 지점은 진상규명위원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며, 도심 내 지역 위원회조차 전무하다는 수도의 명확한 한계를 짚어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