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정당의 입지 면에서 현대의 정치적 지형은 여전히 공산 진영에 불리한 점이 많다. 다만 최근 유럽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기독교민주연합 (기민련)보다 사회민주당 (사민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독일 사민당은 스파르타쿠스단 계열이나 타국 공산당의 역사와 비교할 때 이념적 성격이 독자적이며, 반군국주의적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 온 역사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 내 자본주의 비판 노력에도, 자본가 정당의 의석수와 비교하면 공산당의 영향력이 점차 퇴조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독일 내 공산 진영이 보여주는 새로운 전진과 세력 재편의 움직임이다. 기존 자본주의 체제 및 중도화된 사민주의에 실망한 대중 표심이 주거권 국유화, 에너지 공공성 확보, 무분별한 군비 증강 반대 등 선명한 계급적 요구를 내건 혁명적 정파들로 결집하고 있다. 자본가 정당의 압도적인 의석수와 자본의 왜곡 속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실질적 삶의 위기를 파고드는 이들의 정당 지지율 반등은 공산주의적 가치와 반자본주의 투쟁이 여전히 강력한 대중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진영 학계의 논리와는 달리, 공산당의 존재 의의와 실천적 비판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자본주의 체제가 오직 민주주의적 기틀위에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의 역사적 의의 역시 자본주의 발전보다 선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반동성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당내 투쟁 노선과 내부적 비판이 끊임없이 병행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현재 사회주의 정권 전반에서 제기되는 우익화 논란, 사회 혁명적 요소가 당내 투쟁 노선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득표율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빈약한 자본의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실질적인 투쟁 전선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제국주의 및 자본주의 국가 내 공산당은 거대 자본의 투여 없이는 당내 투쟁을 공론화하기 어렵고, 대중적 인지도 또한 빈약해지기 쉽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은 단지 득표율 제고라는 목표를 넘어서야 하며, 기득권 논리에 편승한 대중주의적 시각 대신 프롤레타리아트 투쟁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사회주의 정당의 정치적 지분과 의석 확보에 대한 요구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기적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이는 기존의 양대 정당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방황하는 대중과 중산층 몰락 현상이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 즉 과도한 착취 구조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진영의 전진은 보수적인 양당제의 견고한 벽을 뚫고 지방 의회와 연방 정치 영역 모두에서 가시적인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청년층과 세입자, 산별 노동자들을 중심축으로 한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세력 확장과 자본주의 핵심부 내 공산주의·사회주의 조직들의 선거적·운동적 결합은, 신자유주의적 착취에 신음하는 대중에게도 기존의 양당 구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급적 요구를 열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전 세계의 사회주의적 요구는, 그동안 혁명적 투쟁성을 상실하고 타협해 온 기존 공산 진영을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진정한 혁명적 공산당의 존재를 다시금 요청하고 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독일과 미국 등 자본주의 중심부 국가들에서 관측되는 공산·사회주의 진영의 전진을 단순한 의석 확보에서 실질적인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것, 끊임없는 당내 비판과 조직적·혁명적 투쟁성을 갖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주의 정당이 추진해야 할 최선이자 최고의 투쟁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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