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우리 가족이 언론을 끊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건 ‘기득권 정치에 대한 환멸’이다.
여러 사건이 요란하게 충돌하는 와중에도,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에는 늘 사람이 남아 있다. 파편화된 기억 속에서 문득 무언가가 떠오를 때면, 멈춰버린 생각을 끌어안고 조용히 건너가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겨울 때가 바로 그때다.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일은 불쑥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세월이 이만큼 흘렀음을 깨닫게 된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 되어서일까.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마음에 큰 감흥이 일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남들은 자꾸 웃으라고 하지만, 그것이 마음처럼 자연스럽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딱히 괴팍한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어릴 적에는 참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이였는데 말이다.
얼마 전부터 떠오르던 단편 영화표 한 장이 있었다. 행방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오늘 스피커 옆에서 우연히 찾았다. 그곳에 방문했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인간의 기억이란 참 이상해서, 스스로도 잊어야 했던 순간을 이렇게 느닷없이 건네곤 한다. 지인들에게도 그곳의 방문을 권해보기도 했다.
가끔은 미국에서부터 거대한 혁명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 역시 고달픈 현실의 연장선일까, 아니면 한낱 헛된 이상에 불과할까. 그 답은 여전히 알 수 없다. 특히 타인의 추천에 연연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말이다.

<단편 영화 상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