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경쟁의 경기장


인간 문명의 발전 속도는 영장류가 손으로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한 이래 지금까지 매우 빠르게 가속화되었다. 영장류가 인간의 모태에 해당하는 동물이라는 점은 찰스 다윈이 밝혀낸 업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진화가 영장류의 신체적 발달 과정과 노동으로 역사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규명한 인물은 다름 아닌 프리드리히 엥겔스이다. 진화론이 남긴 족적이 인류사에 획기적인 발상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은 문명을 건설하며 국가를 세우고,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경외심 등 정신적 사유를 자신들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는 문명이 발전한 이후의 역사가 곧 지배의 연속이었음을 파악하게 되는 지점이다.

  

엥겔스, 가족, 사유 재산, 국가의 기원은 이러한 지배 질서가 형성된 배경 속에서 인류가 어떻게 공동체의 구성원을 파괴하고, 이들을 자본의 도구로 삼아 가부장제의 일환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강요했는지를 서술한 핵심적 노작이다. 그러나 역사의 반복을 논하는 학자들조차 간과하는 사실은, 국가와 가족의 관계가 여전히 '사유 재산'이라는 고리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도구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화폐 가치가 지닌 고유한 물신성이 자본의 순환 과정에서 가장 수월한 거래 방식으로 통용될 때 인간은 화폐에 힘입어 타인을 지배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세계 질서의 재편이라 불리는 세대 교체현상뿐만 아니라, 기존 국가의 기원이 형성된 배경에서 사유 재산이 정당화된 원인과도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가 계급 투쟁의 역사라는 사실을 견지할 때, 국가 질서와 무관하게 존재했던 코뮌 등 지역 자치 움직임이나 사회적 존재로서 이에 맞서 생활을 영위하려 했던 인간의 실천으로 증명된다. 이들이 남긴 역사는 기존 시민 사회의 역사보다 훨씬 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가까운 예로 남북 전쟁의 배경이 된 노예제를 들 수 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노예제의 역사 역시 핵심은 인종이나 차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유 재산에 있다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유 재산의 폐지는 곧 부르주아의 사적 소유에 대한 폐지를 의미하므로, 자본의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사유 재산의 형성은 인류에게 가장 퇴보적인 억압 수단으로 작동했다. 자본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과 향유하는 자들은 거대한 국가와 문명을 세웠고, 그 안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이 서로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관람해 왔다.

 

고대 사회의 검투장이나 거대한 경기장은 예로부터 관중의 관람을 위한 공간이었으며, 피로 물든 경쟁은 결국 한 인간이 죽어야만 끝나는 극단적이고 무모한 경기였다. 노예제를 활용했던 검투장과 경기장의 역사는 오늘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거대한 경기장에서 구경하는, 가장 신체적으로 단련된 임금 노예나 다름없는 선수들의 모습으로 변모하여 재현되고 있다제국의 경기장은 사유 재산이 가져온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착취되는 수많은 생산 도구들과, 가장 좋은 관람석을 차지하는 전 세계 군주제 국가의 부르주아지들이 그들만의 정치를 위해 단합할 때 이러한 착취는 정당화된다. 오늘날은 영화라는 매체로 과거 경기장의 관객처럼 이를 관람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자본의 질서를 인류사의 반복이라 부를 때, 엥겔스, 가족, 사유 재산, 국가의 기원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문제는 단순히 부당한 성적 차별이나 인종 차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유 재산의 형성에서 비롯된 문제가 곧 자본의 구조와 깊이 결부되어 있으며, 이것이 오늘날 소외된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근본 원인임을 지적한다. 이 역사를 거쳐 온 이들에게 자본주의 체제는 크나큰 비극인 동시에, 그 자체로 가장 거대한 희극을 선사하는 역사적 모순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있다. 그리고 이 극장의 굴레는 다름 아닌 자본의 생산 관계 속에 파국적으로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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