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자본주의 시장의 형성 동학과 사회적 분업)

 

 

이상의 도식으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시된 분석 표로부터 도출되는 첫 번째 결론은 ‘시장’ 개념이 마르크스의 규정대로 “모든 상품 생산의 보편적 기초”를 이루는 사회적 분업 체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사회적 분업 및 상품 생산이 출현하는 지점에서 그 필연적 결과로서 형성된다. 따라서 시장의 규모는 사회적 노동의 전문화 정도와 구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상품은 화폐로 전환되지 않고서는 보편적 등가물이라는 사회적 속성을 획득할 수 없다. 그러나 화폐는 타인의 소유 하에 존재하므로, 해당 상품이 화폐 소유자에게 실질적인 사용 가치로 수용되어야만 화폐로의 전환이 성립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 생산에 투입된 노동력이 사회적 유효성을 가져야 하며, 사회적 분업 체계의 일환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분업은 생산자들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전개하는 자연 발생적 생산 체계이다. 이에 따라 교환되는 상품은 새로이 출현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거나 스스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노동의 산물일 수 있다. 나아가 과거에는 단일 생산자가 수행하던 다각화된 활동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특정 작업이, 분업의 진전에 따라 독립된 노동 부문으로 분리되어 그 불완전한 생산물을 하나의 독립된 상품으로서 시장에 유통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강조는 저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발전의 한계는 사회적 노동의 전문화 성격과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화는 그 본질상 기술 발전과 마찬가지로 제약 없는 확장 잠재력을 지닌다. 전체 생산물의 특정 부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간 노동의 생산성을 제고하려면 해당 부품 생산의 전문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및 기계 활용 등을 실현하게 하는 특수 생산물 형태로 정립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 발전은 노동의 사회화를 거쳐 이루어지며, 이러한 사회화는 생산 과정 내 개별 기능의 전문화를 필수로 요구한다. 즉 개별 생산 시설에서 고립·분산적으로 반복되던 기능들이 사회 전체의 수요를 충족하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새로운 시설로 집중·재편되는 전환 과정이 수반된다.

 

“미국의 목공 공장들은 갈수록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도끼 자루, 빗자루, 펼침 탁자 등 단일 품목만을 전담하여 생산하는 신규 공장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기계 제작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은 생산 과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신형 기계의 고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구 제작 전반 또한 특수 기계와 전문 노동력을 요하는 독립적 사업 부문으로 정립되었다. 일례로 마차 제작의 경우, 바퀴 테두리는 특수 공장들 (미주리, 아칸소, 테네시)에서, 바퀴살은 특정 지역 (인디애나, 오하이오)에서, 중심축은 또 다른 특수 공장들 (켄터키, 일리노이)에서 각각 분산 제조된다. 이 부품들은 바퀴 완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집약되어 구매되며, 결과적으로 단일 탈것을 생산하는 데 수십 개에 달하는 공장들의 분업적 참여가 수반된다.’” (트베르스코이, 「미국의 10년」, 『유럽 통신 (베스트니크 예브로피)』, 1893년, 니콜라이 온 저서 91쪽 각주 1에서 인용).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노동의 전문화에 따른 시장 성장이 모든 자연적 생산자가 상품 생산자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오류를 입증한다. 러시아의 마차 제조가 상품 생산의 형태를 갖춘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바퀴 테두리는 여전히 개별 마차 제조업자 (또는 수레바퀴 제조 목수)의 작업장에서 생산된다. 이는 낮은 기술 수준과 수많은 생산자에게 분산된 생산 구조를 기인한다. 따라서 기술적 고도화는 여타 생산 부품의 전문화와 사회화, 그리고 이에 따른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이 대목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전술한 논의가 자본주의 국가의 존재 조건으로서 해외 시장의 필연성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본주의 생산에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은 오직 일련의 파동을 매개로 달성된다. 생산 규모가 확장되고 대상 소비자층이 넓어질수록 이러한 파동은 한층 격렬해진다. 따라서 부르주아 생산이 고도의 발전 단계에 도달할 때 단일 민족 국가의 국경을 초과하게 됨은 필연적이다. 경쟁은 자본가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대량의 생산품을 매각할 해외 시장을 개척하도록 강제한다.

 

자본주의 국가가 해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품 경제하에서 시장이 사회적 분업의 단순한 표현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분업의 진전에 비례하여 제약 없이 확장할 수 있다는 법칙을 위배하지 않는다. 이는 위기의 존재가 가치 법칙을 부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국내 자본주의 생산의 특정 부문 (예: 면방직업)이 고도의 발전에 도달하여 국내 시장 전체를 포괄하고 극소수 거대 기업으로 집중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러시아 문헌에서 시장 부족에 대한 비탄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관한 무의미한 논의와 ‘물음’의 물질적 토대가 국내 대규모 자본주의 산업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부합한다는 사실은 수공업 생산의 사례에서 명백히 입증된다. 수공업 생산품은 총가치 10억 루블을 초과하며 빈곤한 ‘인민’에게 일용품을 공급함에도, 문헌상에서 ‘시장’의 실종으로 인해 수공업이 몰락할 것이라 예견하는 분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 부족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비탄은 자본가들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표명된 기만적 수식에 불과하다.

 

자본가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정책에 압력을 가하고, 사적 이익을 ‘국가’의 이익과 동일시하며 (이는 자신들의 ‘무능’에 대한 겸손한 고백이다), 정부로 하여금 식민지 정복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국가’ 이익 수호를 명분으로 전쟁에 개입하게 만든다. 인민주의자들의 공상적 이상주의와 단순함은, 이미 입지를 확고히 다진 채 자만에 빠진 부르주아의 악어의 눈물에 불과한 이러한 시장 관련 통곡을 러시아 자본주의의 ‘무능’을 나타내는 증거로 수용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두 번째 결론은 (시장에 관한 인민주의자들의 논리에서 핵심을 이루는) ‘인민 대중의 빈곤화’가 자본주의 발전을 저해하기는커녕 정반대로 자본주의 발전의 직접적 표현이자 그것을 성립하게 하고 강화하는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으로부터 분리된 ‘자유로운 노동자’를 필요로 하며, 대중의 빈곤화는 소생산자가 임금 노동자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소규모 사업체의 몰락과 대중의 빈곤화는 소수 착취자로의 부의 축적 및 대규모 사업체의 강화와 발전을 동반하며, 이 두 가지 과정은 모두 시장의 성장을 촉진한다.

 

과거 자급자족하던 농민이 ‘빈곤화’되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한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됨은, 필수 소비품의 (수량과 품질을 불문하고) 이를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여 소비해야 하는 상황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반면 농민의 소유에서 이탈한 생산 수단은 소수에게 집중되어 자본으로 전환되고, 그 생산물은 시장에 유통되는 상품으로 출현한다. 이것이 개혁 이후 농민이 겪은 대규모 재산 강탈이 사회적 총생산력의 감소가 아닌 증가와 국내 시장의 확대를 수반한 구조적 원인이다. 대규모 공장의 생산량 및 가동률 급증, 주로 국내 시장을 겨냥한 수공업의 확대, 그리고 국내 곡물 유통량의 동반 상승 등은 이러한 시장 확장 경향을 명백히 입증한다.

 

* 유럽 러시아 50개 주 작물 수확 및 인구 통계

 

연평균

파종 (1,000체트베르티, 씨앗은 제외)

 

수확 (1,000체트베르티, 씨앗은 제외)

 

산출량 (배)

인구 (천 명)

 

 

수량

비율

수량

비율

 

수량

비율

1864~6 (3)

71,696

100

151,840

100

3.12

61,421 (1867)

100

1871~8 (8)

71,378

99.5

195,024

128.4

3.73

76,594 (1876)

124.7

1883~7 (5)

80,293

111.9

254,941

167.8

4.71

85,395 (1886)

139.0

 

 

(곡물 생산력 추이를 평가할 때는 단기적인 통계 수치에 의존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계열 통계를 분석해야 한다. 니콜라이 온이 인용한 1871년부터 1878년까지의 8개년 통계는 기간이 지나치게 단기적이어서 “곡물 생산의 완전한 정체”를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1860년대의 『군사 통계 초록』 (1871년), 1870년대의 통계, 그리고 1880년대의 『러시아 보고서』 (1890년)를 아우르는 연차별 통계 자료를 비교해야 한다. 해당 통계는 유럽 러시아 50개 주의 감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작물 생산 현상을 포괄하고 있다.)

 

생산 수단 생산의 중요성에 관한 세 번째 결론은 제시된 표의 재검토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본 표는 자본주의 발전의 전 과정을 다루기보다는, 자연 경제가 상품 경제로 전환되고 상품 경제가 다시 자본주의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표에서 자본 축적이 고려되지 않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의 자본주의 사회는 축적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자본가는 경쟁 과정에서 몰락을 면하기 위해 생산 확대를 강제받는다. 해당 표는 이러한 생산 확대의 동학을 포착한다. 일례로 세 번째와 네 번째 시기 사이에서 생산자 I은 c의 생산량을 2c에서 6c로 세 배 증대시켰다. 그는 과거 자신의 단독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두 명의 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생산 관계로 전환되었다.

 

분명 그러한 생산의 확대는 축적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다수의 인원을 수용할 특수한 생산 시설의 건립, 대규모 생산 도구의 확보, 다량의 원자재 매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재 생산 (b의 생산)을 확대한 개별 생산자 (생산자 IV)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처럼 개별 사업체의 확장과 생산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자본가를 위한 기계, 철, 석탄 등 생산 수단 생산의 증대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생산의 집중은 노동 생산성을 제고하여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고 일정 수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른 한편으로, 자본가의 주도로 불변 자본으로 전환되어 가변 자본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기계 및 여타 생산 수단 생산 부문에서도 발전이 이루어졌다. 일례로 네 번째 시기와 여섯 번째 시기를 비교하면, 생산 수단의 생산이 50%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시기에는 불변 자본의 증가를 필요로 하는 자본가 기업이 두 개였던 반면, 여섯 번째 시기에는 세 개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증가율을 소비품 생산의 증가율과 비교해보면, 생산 수단을 생산하는 부문이 소비재 생산 부문보다 한층 급속하게 성장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생산 수단 생산의 급속한 증대를 명하는 법칙의 본질적 의의는, 인력을 기계 노동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생산 수단의 핵심인 석탄과 철 생산의 비약적 발전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는 사실에 존재한다. 저자가 이러한 법칙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과정을 표현하는 공식이 사태의 본질을 가리도록 방치했음은 다음 진술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생산 수단을 위한 생산 수단의 생산은 외견상 지극히 모순되어 보이지만, 플류시킨이 화폐 그 자체를 위해 화폐를 축적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로 비합리적이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이 수행하는 행위의 실질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인민주의자들이 러시아 자본주의가 인민을 몰락시키면서도 보다 고도화된 생산 구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그 부조리함을 입증하려 골몰하는 지점 역시 바로 이 대목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적 담론에 불과하다. 기계 노동이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은 결코 “부조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 기술의 혁신적 역할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발현된다. 기술 수준이 제고될수록 육체노동은 고도화된 기계로 지속적으로 대체되며, 이에 따라 사회적 총생산에서 기계 및 그 제조에 필요한 생산 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필연적으로 증대한다.

 

제시된 세 가지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보완적 설명이 추가되어야 한다.

 

첫째, 전술한 논의가 마르크스가 지적한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서의 모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는 상품 구매자로서 시장에서 중요한 존재이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자신의 상품인 노동력을 판매하는 노동자를 최소 가격에 고착시키려는 경향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재를 생산하는 사회적 생산 부문의 성장은 필수적이다. 생산 수단 생산의 발전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유예시킬 뿐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며, 이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 자체의 변혁을 거쳐서만 타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순을 인민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러시아 자본주의 발전의 결정적인 장애물로 간주하는 것은 왜곡이다. 해당 문제는 제시된 도식에서 충분히 설명된다.

 

둘째, 자본주의의 성장과 “시장”의 확장 사이의 관계를 논할 때, 자본주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산업 프롤레타리아를 포함한 전체 인구의 욕구 수준을 제고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욕구 수준의 상승은 상품 교환의 빈번화에 기인하며, 이는 지리적으로 격리된 도시와 농촌 주민 간의 교류를 증대시킨다. 나아가 산업 프롤레타리아가 집중되는 현상에 힘입어 촉진되는 바, 이는 계급 의식과 자존감을 강화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수탈적 경향에 맞선 조직적 투쟁을 담보한다. 욕구 수준 상승의 법칙은 유럽 역사에서 보편적으로 확인된다. 일례로 18세기 말과 19세기 말의 프랑스 프롤레타리아, 또는 1840년대와 현재의 영국 노동자를 비교할 때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동일한 법칙이 러시아에서도 작용한다. 개혁 이후 상품 경제와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달은 “농민층”의 욕구 수준 역시 끌어올려 의복 및 주택 등 생활 양식의 “물질적 제고”를 가져왔다. 이러한 역사적 현상이 러시아 자본주의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자본주의적 침투가 활발한 공업 지대 농민이 비자본주의적 자급농에 비해 “고도화된” 생활 양식을 영위한다는 통상적 사실에서 입증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순전히 표면적이고 과시적인 “문명화”의 양상으로 손쉽게 발현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V. V. 선생과 같은 반동적 논객들은 이를 비탄하며 단순한 “퇴보”로 치부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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