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생활의 새로운 경제적 양상


   

V. Y. 포스트니코프의 남부 러시아의 농민 농업에 대하여

   


. (포스트니코프 저작의 의의와 연구 범위 및 방법론)

 


V. Y. 포스트니코프가 2년 전에 출간한 저서 남부 러시아의 농민 농업(모스크바, 1891, XXXII+391)은 타우리다, 헤르손, 예카테리노슬라프 주(), 그 중에서도 특히 타우리다 주의 북부 군()들의 농민 농업 실태를 매우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일차적이면서도 주되게는 해당 세 개 주의 젬스트보 통계 조사를 토대로 하며, 여기에 저자가 공무 수행 과정 및 1887년부터 1890년 사이에 농민 농업을 연구할 목적으로 진행한 개인적인 관찰 내용이 추가로 포함되어 있다.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젬스트보의 통계 연구를 포괄적으로 묶어 그 결과를 체계적인 형태로 제시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다. 젬스트보 통계가 농민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고유 자료를 방대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권이 대체로 개별 군()을 다루는 형태인 젬스트보 통계 초록들을 낱낱의 표로 해체한 뒤, 이를 단지 명확하고 포괄적인 표제 아래 단순 요약하는 방식은 작업 자체의 번잡함에 그치지 않고 해당 조사 결과를 대중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드는 한계를 지닌다.

 

물론 젬스트보 통계 자료를 요약하고 분석해야 할 필요성은 오랫동안 제기되어왔다. 최근 젬스트보 통계 연구의 결과(이하 결과)가 출판된 것도 바로 그러한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

 

애초 출판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농민 농업과 관련된 특정 의제를 설정하여 특별 조사를 실시한 뒤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이를 러시아 남부 흑토 지대와 북부 비흑토 지대, 또는 전업 농업 지역과 수공업 병행 지역 등으로 분류하여 종합하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두 권의 결과가 바로 농민 공동체에 집중한 V. V.의 저서와 미분여지의 농민 임차에 주목한 N. 카리셰프(Karyshev)의 저서이다.

 

이러한 요약 방식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우선 경제적 조건이 상이한 개별 경제 지역의 자료를 단일한 표제 아래 배치하는 것이 올바르다 (젬스트보 조사의 불충분함과 상당수 군()의 누락으로 인해 각 지역의 성격을 독자적으로 규정하기는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난점은 이미 결과2권에서 명백히 드러났으며, 젬스트보 통계 자료를 지역별로 명확히 분류하여 배치하려던 카리셰프의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이 이를 증명한다).

 

나아가 농민 농업의 여타 요소를 배제한 채 단일한 측면만을 분리하여 고찰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으며, 특정 쟁점을 인위적으로 부각하려는 시도는 도리어 분석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저해한다. 일례로 미분여지의 농민 임차는 분여지 임차와 분리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농민의 경제적 계급별 분류 및 작물 재배 면적에 관한 포괄적인 통계 자료와와도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비록 미분여지 임차는 형식적으로 농민 농업의 일부로 간주되나, 실질적으로는 지주 체제 아래서 개인 지주 농업의 특수한 운영 방식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특정 지역의 동질적인 경제적 상황을 체현하는 젬스트보 자료를 선별하여 요약하는 방식이 보다 타당한 접근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젬스트보 통계 조사를 요약하는 올바른 방법적 견해를 규명하기 위해, 결과의 문헌들을 포스트니코프의 저작과 비교 고찰해 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포스트니코프에게는 실상 자료를 요약하려는 목적 자체가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그는 관련 수치들을 배경으로 제쳐둔 채, 오직 완벽하고 명확한 서술에만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 과정에서 경제적·행정적·법률적 측면 (토지 보유권의 형태)와 기술적 측면(경계선 배치, 농업 체계, 수확)에 고루 주목하였으나, 본질적으로는 경제적 사안들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포스트니코프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처음에 구상했던 것보다 농민 농업의 기술적 측면에는 관심을 덜 기울였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농민 농업에 있어서는 경제적 조건들이 기술적 요인보다 훨씬 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판단하였기에 이러한 방식을 취하였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경제적 측면이 대체로 간과되고 있으며, 농지와 경계선 문제가 농민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근본적인 경제적 사안들을 조사하는 데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 책이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문제들, 특히 농지 문제를 명확히 해명하는 작업에 있다.” (서문, IX)

 

경제적 문제와 기술적 문제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전적으로 수용하며, 이 글에서는 포스트니코프의 연구 가운데 정치경제적 분석 대상으로서의 농민 농업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연구의 주안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최근 농민 농업에서 뚜렷해진 기계 사용의 상당한 확대와 부유한 농민층의 농장 규모가 현저히 증가하는 현상은 우리 농업 생활에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이 올해의 심각한 경제 상황으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농민 노동의 생산성과 농가의 작업 능력은 농장 규모의 확대 및 기계 사용의 증가와 더불어 상당 부분 향상될 것임에도, 개별 농가의 경작 가용 면적을 계산할 때 여태껏 이러한 요인들은 간과되어왔다.”

 

농민 농업에서 기계의 사용은 농민 생활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농업 노동력 수요를 감소시킴에 따라, 현재도 상존하는 농업 인구의 과잉 문제를 훨씬 더 시급한 과제로 만든다. 토지를 전혀 소유하지 못한 채 농촌의 잉여 인력으로 전락하여 어쩔 수 없이 외부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농가 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농민 농업에 거대 기계가 도입되면서 농민의 생활 수준은 이제껏 예견하지 못했던 수준으로까지 향상되고 있다. 농민 생활에 나타난 새로운 경제적 양상들의 동력이 보장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부 러시아의 농민들 사이에서 발현된 이러한 경제적 양상들에 대한 주목하고 그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서문, X)

 

저자의 관점에서 이러한 새로운 경제적 양상들이 지니는 의미를 규명하기에 앞서, 두 가지 유보 조항을 전제하고자 한다.

 

첫째, 포스트니코프가 헤르손, 예카테리노슬라프, 타우리다 주에 통계 자료를 다루고 있음은 이미 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저자는 타우리다 주에 대해서만 매우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할 뿐 나머지 지역은 상세히 다루지 않으며, 경제 상황이 다소 상이한 크림 반도 역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채 타우리다 주 북부 본토에 위치한 베르단스크, 메리토폴, 드네프르 3개 군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논의 역시 이들 3개 군의 자료로 국한하고자 한다.

 

둘째, 타우리다 주에는 러시아인 외에도 독일인과 불가리아인이 거주하고 있으나, 그 수는 러시아인 인구에 비해 매우 적다. 드네프르 군의 경우 전체 19,586가구 중 독일 이민자는 113가구로 0.6%에 불과하며, 메리토폴 군 역시 전체 34,978가구 중 독일인과 불가리아인 가구는 2,159가구 (독일인 1,874, 불가리아인 285가구)6.1%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베르단스크 군 또한 전체 28,794가구 중 이민자 가구는 25%7,224가구에 머무른다. 이들 3개 군을 합산하면 이민자 가구는 전체 83,358가구의 약 9분의 1에 해당하는 9,496가구다. 따라서 이민자 비중은 전반적으로 매우 낮으며, 특히 드네프르 군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민자들의 농업을 러시아인들의 농업과 분리하여 언제나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 부분을 전면 생략함에 따라 논의의 범위를 러시아 농민들의 농업으로만 국한하고자 한다. 통계에 제시된 수치들이 실제로는 러시아인과 독일인을 합산한 결과라는 점은 사실이나, 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여 이들의 포함 여부가 전체적인 분석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 따라서 제시된 자료를 근거로 러시아 농민 농업의 실태를 규명하는 데는 통계적 지장이 없다.

 

지난 30년 사이 타우리다 주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자산 규모가 매우 부유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러시아의 타 지역 농민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이들 지역 내 공동체의 토지 보유권 역시 저자의 표현대로 전형적이고 안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요컨대, 분석 대상에서 이민자들을 제외하더라도 타우리다 주의 농민 농업은 러시아 농민 농업의 일반적인 유형과 일관된 성격을 보이므로 본질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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