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선거 방식과 자본의 지배 구조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는 ‘AI’, ‘재개발’, ‘혁신’ 중심의 공약은 도시를 생산과 이윤 창출 극대화의 공간으로 재편하려는 자본의 논리를 노골적으로 선전하는 수단이다. 유세 현장은 수많은 민원에도 늘 소란스럽기만 하다. 기존 선거가 가진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1. 도시 공간의 상품화와 지대 착취 (재개발)
재개발 공약은 ‘주거 개선’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도시 토지의 교환 가치를 높여 자본의 지대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공간의 투기화는 자산 가치를 상승시켜 기존 거주자를 축출하며, 도시를 거주권이 보장된 자본 증식의 투기장으로 전락시킨다. 토지는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본이 가치를 수탈하는 통로이다. 규제 완화 중심의 개발 정책은 공공의 이익을 사적 자본의 이윤으로 치환하는 구조적 착취를 정당화할 뿐이다.
2. 기술적 합리성을 가장한 노동 지배 (AI·혁신)
‘AI 전환 (AX)’이나 ‘혁신’은 경제적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노동을 재편하는 도구다. 노동 현장의 자동화는 노동자를 단순 기술 보조로 전락시키거나 노동 강도를 극대화한다. 공공의 자료를 기업이 저가로 활용하는 정보 기반 시설 확충은 노동자가 생산한 정보 생산물을 자본이 독점하고 사유화하는 과정이다. 일자리 통계에 포함된 저임금·단기 계약직 관리는 노동의 양을 늘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노동자를 파편화한다.
정보 처리 시설 유치와 같은 공약은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삼지만, 전력 소비와 사회적 비용에 따른 경제 부담은 지역민에게 전가하는 반면 그 경제적 이익은 거대 통신 기술 자본이 독점하는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킨다. 이는 숙련된 고임금 노동자와 기술 중심 자본 위주의 발전을 꾀하며, 소외된 노동자를 더욱 주변부로 밀어낸다. 결국 이러한 기술 정책은 인간의 필요가 아닌, 자본 축적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수단에 불과하다.
3. 선거 공약의 본질: 자본 중심적 질서의 재편
주요 선거 공약은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교통 기반 시설’, ‘미래 산업 (AI·정보 처리 시설)이라는 세 축으로 수렴된다. 이는 ‘생활 밀착형 개발’과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가치를 결합해 유권자를 현혹한다.
· 부동산 투기 조장
특정 후보의 ‘착착 개발’, ‘31만호 공급’ 등의 구호는 자산 가치 상승을 열망하는 자산가 계급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 지역 경쟁 유도
해수부 본청이나 대기업 본사 유치 경쟁은 지역 간 나눠 갖기 경쟁을 유도하여 노동 계급의 단결을 방해하고 지역 자본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 국가 기구의 하위 단위
지방 정부는 세수 확보와 기업 유치를 위해 토지 규제를 완화하고 생산 조건을 자본에 유리하게 조성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이는 지배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 기구의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4. 민원의 무력화와 유세 현장의 허구
유세 현장에서 쏟아지는 민원에도 개발 사업이 강행되는 이유는, 지방 정부가 자본 유치를 하지 못하면 세수 부족과 인구 감소라는 생존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개별적 민원을 ‘발전을 가로막는 집단 이기주의’로 낙인찍어 무력화한다. 주민들의 민원은 투표라는 분절된 행위로 끝나지만, 건설·금융 자본의 지원과 로비는 선거 기간 내내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결국 후보자들에게 민원은 득표를 위한 통계 자료일 뿐, 실제 정책 결정은 선거와 무관하게 관료와 자본의 관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5. 언론과 자본의 삼각 동맹
언론은 대규모 정보 시설 건설로 인한 생활 터전 파괴를 ‘지역적 민원’으로 축소하고, ‘기술 경제 중심지’와 같은 자본의 선전을 일제히 보도한다. 언론이 정기적인 여론 조사로 민심을 수치화하면, 양당은 이를 근거로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한다. 광고주인 대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언론,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양당, 이를 받아쓰는 언론은 자본의 이윤 보호를 위한 삼각 동맹을 형성한다.
자본 청구 선거: '자본 경영장으로 전락한 제헌 의회'
지금의 정치 양당 체제는 언론이 제공하는 ‘지표의 무대’에서 자본의 이익을 수호하는 대리인들의 경영장이다. 노동 계급은 이러한 의회 정치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하부 조직 (평의회, 주민 의회)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는 이러한 조직을 알리고 결집하는 전술적 게기여야 한다.
진정한 자치 운동은 자본의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계급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진지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민원 호소에서 후보가 내세우는 개발 기획 자체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키는 실질적인 압박, 즉 정치적 파업과 점거 운동으로 수위를 높여야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노동자가 생산과 분배에 직접 참가하는 협동 생산 체계이며, 이는 자본의 나팔수 언론과 청부업자 정치가 결탁한 지배 체체를 무력화하는 길이다.
추가 요구
원외 정당 투표권 (분리 투표의 권리)
현행 투표 체계는 기존의 양당 체제 내에서만 선택을 강요한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의 적절성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모든 후보가 자본의 대리인이라고 판단하여 투표를 거부할 경우, 그 유권자의 의사는 통계상 ‘무효’나 ‘기권’으로 처리되어 정치적으로 증발한다.
1. ‘선택의 강제’에서 ‘정치 의사 결정’
현행 제도는 지역구 의원 투표와 정당 투표를 연동시켜, 특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정당 투표권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구조적 압박을 가한다. 유권자가 모든 지역구 후보의 부적절성을 심의하고 투표를 거부하더라도, 의회 밖에서 노동 계급 요구를 실현하려는 원외 정당에 투표할 수 있는 ‘분리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유권자가 기존의 정치를 거부하는 동시에, 계급 정당에 대한 지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정치적 불복종 투표’ 또는 ‘계급적 독립 투표’라 부를 수 있다.
2. ‘기권’을 ‘계급적 요구’로 전환
기존의 기권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매도되지만, 의원 투표를 하지 않고 원외 정당에만 투표하는 방식은 기존의 자본 대리 정치에 대한 ‘계급적 의사 결정’이다. 투표 용지에 ‘후보 심의 거부’ 항목을 명시하고, 원외 정당 투표가 독립적으로 인정될 때, 유권자는 자본 대리 체제의 부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정치적 주체로 당당히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