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03.
결혼이라는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전쟁과 평화』를 애독할 때마다, 극 중 볼콘스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다. 두 남자를 사이에 둔 여인의 구도만큼 비극적인 서사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 제국의 참전 용사로, 자신의 온갖 감정을 전장에서 치렀다. 결말부는 베주코프와 로스토바가 맺어지지만, 이러한 구도는『안나 카레니나』에서 두 인물 사이의 갈등이 초래하는 자살과는 또 다른 비극적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경쟁은 비단 이성 간의 관계를 넘어선 전기·화학적 현상처럼 다가온다. 서로가 같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때, 동시에 감정에 빠지는 일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특히 나타샤 로스토바나 안나 카레니나처럼 매력적인 인물이라면 그러한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인간은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필자 또한 마음속으로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었지만,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연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매력을 넘어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생긴다면, 그것은 서로에 대한 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훈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진정한 신랑과 같은 인물은 볼콘스키처럼 용기 있는 사람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그 값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 희생이 단지 국가나 연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인간의 시도는 두 번 이상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의 삶은 단 한 번 주어진다. 그렇기에 '다음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신부의 세계가 갈증과 갈등을 안고 있을 때, 아주 드물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준다. 이는 오직 여성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너무 쉬운 허락이 요구하는 연락 두절을 뜻한다. 필자는 밤에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끼고는 한다. 그래서 그 시간대는 작업에 집중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그렇지 않다면, 삶은 대체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 작업의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언젠가 분명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는, 필자는 기대를 저버린 말과 함께 더 독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글은 그 전에 남기는 자신과의 서약이 아닐까. 그래서 신부의 세계는, 때로는 잔인하다. 도무지 애증을 느낄 수조차 없는 한 인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