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05.
기록장
자주 글을 쓰려 노력하는 자세는, 말할 수 없는 이들이 요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될수록 꾸준한 독서와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과시하거나 '가진 것'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부턴가 우리 사회는 독서를 일종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풍토가 자리 잡았고, 정작 기록의 주체가 되어야 할 이들의 자리는 극소수만이 독점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식하게 지식을 쌓는다는 것이 개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것이 곧 타인과 사회 전체가 유익한 것은 아니다.
근래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은 매체의 발달과 인간 통제를 위한 고도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이러한 인간의 취약한 심리에 기대어 이를 더욱 자극시키는 쪽으로 발달된다. 그것은 본연의 창조를 실현할 수 있는 방식도 아닌, 오히려 그러한 학문이 지닌 자체의 난점으로 인해, 인간이 스스로 생각할 줄 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가 인간 노동에서 벗어나 비평할 시간이 주어져야 하지만, 그 비평이란 단순히 소수의 학자들에 국한된 비평의 시간도 아닐 것이다. 모든 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고,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특혜나 계몽의 수준이 아니라, 노동의 수준에서 다시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록'이란 무엇인가. 기록장은 삶의 ‘오답 노트’이다. 우리는 늘 노동에 대한 자격을 심사받으며 그러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만을 받아왔다. 그것을 체제의 순리라 여기며 다시 취업하고,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과정에서도 노동의 가치를 되묻기보다 오히려 동료 노동자를 비하하며 살지는 않았는가. 이제 노동자의 삶에도 단순한 생계 보장 임금만이 가득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심사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오답 노트’로서의 기록이 요구된다. 독서와 기록이 진정으로 ‘가난한 노동자’가 될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 성찰의 시간으로 채우기를 바란다.
‘가장 민주적인 사람이 독재를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요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