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4. 27. 


서기장에게,


당을 이끌어갈 서기장 동지에게,

 

먼일이 될지도 모르나, 당과 인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 귀하에게 이 글을 남기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 봅니다. 자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합니다. 문득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당신에게 직접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만원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중, 운전기사로부터 너무 앞에 있어 거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권력이란 결코 자신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될 때 그 정당성을 잃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잊지 마십시오. 때로 인민들이 정치적 판단에서 미숙해 보이거나 날 선 의문을 던질지라도, 그것은 무지가 아니라 그들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목소리임을 헤아려야 합니다.

 

한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정부 수립 이후 처절한 투쟁으로 쟁취한 민주화의 결실을 결국 부르주아 계급이 독점해버린 뼈아픈 사례를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반공이라는 구호 아래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혁명가와, 국가 권력이 은폐하려 했던 수많은 정치 공작의 희생자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의 의연한 죽음은 오늘날 우리가 딛고 선 토양입니다.

 

1990년대 소련 연방의 해체 이전에도, 레닌은 우리에게소비에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문제만이 아니라, ‘무엇이 권력을 만드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록 소비에트가 권력 투쟁과 부패로 인해 사멸했다는 비판이 있을지라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잔존하는 한 소비에트의 대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여가를 보장받고 정당한 임금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은 가장 소외된 무산자 계급입니다. 오늘날의 공산주의 운동이 국가 사회주의의 한계나 내부적 변질로 인해 수정되고 왜곡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혁명의 고전을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고전 속에 담긴 근본적인 원칙은 당신이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명확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서기장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그것은 오직 무산 계급 혁명을 위해 헌신해야 할 엄중한 과제일 뿐입니다. 당신의 자리가 곧 당신의 인격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대의를 잊는 순간, 당신은 인민의 지도자가 아니라 한 명의 독재자로 추락할 뿐입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며, 얻을 것은 세계입니다. 이들의 요구를 가슴으로 듣고 행동으로 말하는 서기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동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땀 흘리는 자의 노력이 마땅히 보장받는 일을 완수하시길.

 

익명의 서기가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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